★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9장. 조별 과제]

권정선재 2017. 12. 12. 07:48

29. 조별 과제

선생님 말도 안 돼요.”

그러게요. 이게 뭐예요?”

은선의 말에 아이들의 입에서 투정이 나왔다. 하지만 은선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선생이야? 선생님이 하자고 하면 해야 하는 거지. 다른 학교에서도 고 3도 다 한다고 했어. 이거 중요해.”

뭐가 중요해요?”

성호의 짜증이 섞인 말에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 지금 성적이 안 중요할 거 같지? 되게 중요해. 너희 혹시라도 재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잘 해야 하는 거야. 알지? 너랑 지웅이. 특히나 여러 문제가 있다는 사실 말이야.”

은선의 말에 성호는 고개를 숙였다. 은선은 모두를 보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한 번 쳤다.

너희끼리 알아서 짝을 잘 거지?”

아이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있다가 국어 시간에 보자.”

 

. 네가 가서 말해.”

뭐라고?”

아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 윤아정. 너 정말 내가 무슨 네 아바타로 보이냐? 이런 것까지 내가 다 가서 하라는 거야?”

아니. 그렇다고 내가 가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나도 이런저런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건데.”

뭐라니?”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맡기는 이 상황 자체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

?”

보아하니 아정의 머리에 그런 시나리오는 없는 모양이었다.

윤아정. 전학생은 너 거절했어.”

알아.”

아정은 딸기 우유를 빨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걸 굳이 말을 할 이유는 없잖아.”

아정의 투정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아파.”

아프라고 하는 거야.”

뭐가?”

윤아정. 아이고.”

지수가 이를 막 드러내고 미간을 모으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튼 부탁해.”

정말 너 때문에 못 살아.”

지수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싫어할 걸?”

그래서 다른 애들하고 하게?”

?”

지수의 반응에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

다른 애들이 전학생을 뭐라고 생각을 할 거 같은데? 전학생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랑 하는 게 나은 거 아니야?”

그런가?”

지석은 혀를 살짝 내밀어 아랫입술을 적셨다. 지수의 말을 들으니 그게 맞을 수도 있었다. 원희를 위해서도.

그런데 왜 이래?”

뭐가?”

왜 원희 걱정을 해?”

그러면 안 돼?”

지수의 날카로운 반응에 지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신기하다는 거야. 전에는 네가 이런 적이 없으니 말이야.”

네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지.”

그래?”

그래.”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너 마음에 안 들어.”

갑자기?”

그래. 갑자기.”

지수의 말에 지석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지석의 반응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튼 그렇게 말해.”

알았어.”

지석은 입술을 꾹 다물고 씩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그런 지석을 한 번 더 보고 한숨을 토해낸 후 돌아섰다.

 

그래도.”

그게 나을 거 같아.”

원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지석이 먼저 힘을 주어 말했다.

사실 우리 반 애들 중에서 그 둘처럼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네가 좋아해서 그러는 거 아니고?”

아니야.”

원희가 놀리자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다른 애들을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더 나을 거였다.

그나저나 담임은 시끄럽겠는데.”

?”

수행평가라니.”

지석은 볼을 부풀린 채 인상을 찌푸렸다.

3이잖아.”

그러면 안 돼?”

?”

원희의 물음에 지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움직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원희는 침을 꿀걱 삼켰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는 것에 대해서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선생님이 생각을 할 때 그게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해야 하는 거잖아.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지.”

지석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대답했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지금 우리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지. 아마 집에 가서 말하는 애들이 있을 걸?”

말도 안 돼.”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이런 식으로 선생을 무시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석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애들이 좀 이상해.”

그래. 알았어. 그럼 잘 부탁해. 나는 갈게.”

알았어. 오늘도 고생해.”

원희의 인사에 지석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한 대?”

그래.”

아정이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을 짓자 지수는 혀를 차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윤아정. 자존심 좀 차려. 너 다른 애들이 너 좋다고 할 때는 그러더니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

그러게.”

아정은 곧바로 기가 죽어 어깨가 축 늘어졌다.

왜 그러는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 원희를 보면 자꾸만 지는 기분이야. 이원희는 뭔가 매력이 있어.”

매력은.”

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신 서정 오빠 자는 사진이야.”

알았어.”

아정은 지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씩 웃었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보며 콧바람을 세게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등학생들도 요즘에는 그런 걸 하는구나.”

사장님은 안 했어요?”

.”

선재는 입술을 내민 채 고개를 끄덕여싿.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

사실 그런 걸 할 여유도 없었지. 그런 것도 젊은 선생님이 있어야 일단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설마요?”

사실이야.”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한 반에 50명이었는데.”

?”

원희가 너무 놀란 표정을 하자 선재는 오히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의 말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왜 그래?”

아니.”

너는 몇 명인데?”

서른 명이요.”

나는 50명이었는데 너는 서른? 30명이라고?”

. 와 대박.”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원희랑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가 다른 게 아니었다.

너랑 나랑 너무 다르네. 그렇게 차이가 나는 구나. 나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안 많아요.”

많아.”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곧 마흔이다.”

마흔이요?”

.”

선재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서른이 되는 것도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마흔을 앞두고 있어. 이렇게 빠르게 어른이 될 줄이야.”

뭐예요?”

선재의 반응에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너도 잘 해.”

?”

지금을 충실하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선재는 원희의 머리를 한 번 헝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홍 선생. 애들한테 조별 과제 하라고 했어?”

? .”

은선의 대답에 부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요?”

무슨?”

아니. 요즘 애들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하라고 하는 겁니까? ?”

선생님. 그게 아이들에게 다 필요해서 하는 거예요.”

은선은 답답했다. 자신의 교과에까지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다들 수능만 생각을 하면서 애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관리도 못하고 있는데요? 한 반에 있으면서도 친구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니요.”

은선의 말을 끊고 부장은 단호히 말했다.

취소하세요.”

뭐라고요?”

은선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부장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하면 안 되는 거였다.

홍은선 선생.”

싫습니다.”

은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뭐라고요?”

제가 생각한 대로 할 겁니다. 그게 제 과목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권리라는 것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아니 학부모들이.”

다 저에게 전화 돌려주세요.”

은선의 단호한 대답에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돌아섰다. 기연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응시했지만 은선의 표정은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