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조별 과제
“선생님 말도 안 돼요.”
“그러게요. 이게 뭐예요?”
은선의 말에 아이들의 입에서 투정이 나왔다. 하지만 은선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선생이야? 선생님이 하자고 하면 해야 하는 거지. 다른 학교에서도 고 3도 다 한다고 했어. 이거 중요해.”
“뭐가 중요해요?”
성호의 짜증이 섞인 말에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 지금 성적이 안 중요할 거 같지? 되게 중요해. 너희 혹시라도 재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잘 해야 하는 거야. 알지? 너랑 지웅이. 특히나 여러 문제가 있다는 사실 말이야.”
은선의 말에 성호는 고개를 숙였다. 은선은 모두를 보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한 번 쳤다.
“너희끼리 알아서 짝을 잘 거지?”
아이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있다가 국어 시간에 보자.”
“야. 네가 가서 말해.”
“뭐라고?”
아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야. 윤아정. 너 정말 내가 무슨 네 아바타로 보이냐? 이런 것까지 내가 다 가서 하라는 거야?”
“아니. 그렇다고 내가 가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나도 이런저런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건데.”
“뭐라니?”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맡기는 이 상황 자체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
“어?”
보아하니 아정의 머리에 그런 시나리오는 없는 모양이었다.
“윤아정. 전학생은 너 거절했어.”
“알아.”
아정은 딸기 우유를 빨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걸 굳이 말을 할 이유는 없잖아.”
아정의 투정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아파.”
“아프라고 하는 거야.”
“뭐가?”
“윤아정. 아이고.”
지수가 이를 막 드러내고 미간을 모으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튼 부탁해.”
“정말 너 때문에 못 살아.”
지수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싫어할 걸?”
“그래서 다른 애들하고 하게?”
“어?”
지수의 반응에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다른 애들이 전학생을 뭐라고 생각을 할 거 같은데? 전학생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랑 하는 게 나은 거 아니야?”
“그런가?”
지석은 혀를 살짝 내밀어 아랫입술을 적셨다. 지수의 말을 들으니 그게 맞을 수도 있었다. 원희를 위해서도.
“그런데 왜 이래?”
“뭐가?”
“왜 원희 걱정을 해?”
“그러면 안 돼?”
지수의 날카로운 반응에 지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신기하다는 거야. 전에는 네가 이런 적이 없으니 말이야.”
“네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지.”
“그래?”
“그래.”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너 마음에 안 들어.”
“갑자기?”
“그래. 갑자기.”
지수의 말에 지석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지석의 반응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튼 그렇게 말해.”
“알았어.”
지석은 입술을 꾹 다물고 씩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그런 지석을 한 번 더 보고 한숨을 토해낸 후 돌아섰다.
“그래도.”
“그게 나을 거 같아.”
원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지석이 먼저 힘을 주어 말했다.
“사실 우리 반 애들 중에서 그 둘처럼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네가 좋아해서 그러는 거 아니고?”
“아니야.”
원희가 놀리자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다른 애들을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더 나을 거였다.
“그나저나 담임은 시끄럽겠는데.”
“왜?”
“수행평가라니.”
지석은 볼을 부풀린 채 인상을 찌푸렸다.
“고 3이잖아.”
“그러면 안 돼?”
“어?”
원희의 물음에 지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움직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원희는 침을 꿀걱 삼켰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는 것에 대해서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선생님이 생각을 할 때 그게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해야 하는 거잖아.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지.”
지석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대답했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지금 우리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지. 아마 집에 가서 말하는 애들이 있을 걸?”
“말도 안 돼.”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이런 식으로 선생을 무시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석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애들이 좀 이상해.”
“그래. 알았어. 그럼 잘 부탁해. 나는 갈게.”
“알았어. 오늘도 고생해.”
원희의 인사에 지석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한 대?”
“그래.”
아정이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을 짓자 지수는 혀를 차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윤아정. 자존심 좀 차려. 너 다른 애들이 너 좋다고 할 때는 그러더니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
“그러게.”
아정은 곧바로 기가 죽어 어깨가 축 늘어졌다.
“왜 그러는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 원희를 보면 자꾸만 지는 기분이야. 이원희는 뭔가 매력이 있어.”
“매력은.”
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신 서정 오빠 자는 사진이야.”
“알았어.”
아정은 지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씩 웃었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보며 콧바람을 세게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등학생들도 요즘에는 그런 걸 하는구나.”
“사장님은 안 했어요?”
“어.”
선재는 입술을 내민 채 고개를 끄덕여싿.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
“사실 그런 걸 할 여유도 없었지. 그런 것도 젊은 선생님이 있어야 일단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설마요?”
“사실이야.”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한 반에 50명이었는데.”
“네?”
원희가 너무 놀란 표정을 하자 선재는 오히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의 말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왜 그래?”
“아니.”
“너는 몇 명인데?”
“서른 명이요.”
“나는 50명이었는데 너는 서른? 30명이라고?”
“네. 와 대박.”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원희랑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가 다른 게 아니었다.
“너랑 나랑 너무 다르네. 그렇게 차이가 나는 구나. 나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안 많아요.”
“많아.”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곧 마흔이다.”
“마흔이요?”
“응.”
선재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서른이 되는 것도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마흔을 앞두고 있어. 이렇게 빠르게 어른이 될 줄이야.”
“뭐예요?”
선재의 반응에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너도 잘 해.”
“네?”
“지금을 충실하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선재는 원희의 머리를 한 번 헝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홍 선생. 애들한테 조별 과제 하라고 했어?”
“네? 네.”
은선의 대답에 부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요?”
“무슨?”
“아니. 요즘 애들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하라고 하는 겁니까? 네?”
“선생님. 그게 아이들에게 다 필요해서 하는 거예요.”
은선은 답답했다. 자신의 교과에까지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다들 수능만 생각을 하면서 애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관리도 못하고 있는데요? 한 반에 있으면서도 친구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니요.”
은선의 말을 끊고 부장은 단호히 말했다.
“취소하세요.”
“뭐라고요?”
은선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부장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하면 안 되는 거였다.
“홍은선 선생.”
“싫습니다.”
은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뭐라고요?”
“제가 생각한 대로 할 겁니다. 그게 제 과목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권리라는 것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아니 학부모들이.”
“다 저에게 전화 돌려주세요.”
은선의 단호한 대답에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돌아섰다. 기연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응시했지만 은선의 표정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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