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1장. 소년과 소녀]

권정선재 2017. 12. 12. 07:58

31. 소년과 소녀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거절하는 거라면 당연히 그게 무슨 말이건 받아들일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 다른 이유라면 그거 아니라고 말을 할 거야. 나는 너를 동정한 적 없어. 그런 거 싫어. 그런 거 아니니까. 그게 이유라면 다른 이유를 찾아. 나 그런 이유는 정말로 싫어.”

아정의 단호한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들은 것인지.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먼저 갈게.”

지석이 손을 들고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거 같아.”

가지 마.”

지석이 가려고 하자 원희가 그를 붙들었다.

같이 가면 돼.”

아니.”

아정은 지석을 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 나 이원희랑 할 이야기 많아.”

무슨 얘기?”

없어?”

없어.”

원희의 단호한 대답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내가 너를 동정하고 있다고? 그거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너를 왜 동정해야 하는 건데?”

가난하니까.”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동정할 수 없었다. 아니 동정이라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말. 그게 그냥 장난 같은.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그게 말이 돼?”

왜 안 돼?”

모르잖아.”

그런데?”

?”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아정은 원희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오히려 잘 몰라서 상대가 좋은 것도 있다고. 그냥 끌리는 거. 단순히 상대가 좋은 거. 그런 마음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동정이라고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나는 너에게 너무나도 작은 사람이야.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네가 나를 동정할 이유 충분해. 그리고 너는 그 모든 걸 알고 있고. 내가 하는 말이 아예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원희의 차분한 물음에 아정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건 원희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자신은 원희의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원희의 기분처럼 느낄 수 있는 거였다.

나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만 둬.”

원희의 목소리는 낮고도 차분했다.

너 그거 동정이야.”

아니래도.”

원희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고 하자 아정은 항변했다. 절대 그런 거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네가 좋아.”

윤아정.”

정말 좋다고.”

아정은 눈을 감고 소리를 치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다시 원희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래?”

나는 그럴 여유가 없어.”

내가 좋기는 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알지 않는 거잖아.”

원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에게 고백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

뭐라고?”

왜 나에게 고백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원희의 말에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이잖아.”

뭐가 사실인 건데?”

우리 잘 모르잖아.”

원희의 같은 말에 아정은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게 고백을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니까?”

나는 돼.”

그래서?”

몰라서 거절이야.”

이원희.”

그게 내 이유야.”

다른 이유는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 아정에게 가장 간단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거 하나였다.

너는 내가 아니어도 되는 거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는 건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

네가 아니면 안 돼.”

?”

안 되니까.”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뭐라고?”

그냥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받아주면 되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야?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

아정이 꽤나 진지하게 이런 말을 했기에 원희는 웃어야 하는 건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 모양이었다. 진지한 말이 맞았다.

네가 왜 그러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가. 그냥 사귀면 되는 거잖아. 너도 나에게 호감이 있잖아.”

호기심이야.”

그건 같아.”

달라.”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왜 아정과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석아 가자.”

? .”

원희가 먼저 가자 지석은 원희를 쫓아갔다.

! 이원희!”

뒤에서 아정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원희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정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억울했다.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아니.”

원희의 반응에 지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윤아정 좋아하는 거네.”

?”

원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좋아해서 그러는 거잖아.”

됐어.”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종류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과제 내가 정리하는 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아까.”

됐어.”

지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아정은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굳이 다시 나눌 이유가 없는 말이었다.

나는 괜찮아.”

또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지수가 나서려고 하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윤아정. 너 나에게 비밀 만들어?”

아니.”

서운해.”

알았어.”

아정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아니야.”

너 또 나에게 제대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까 무슨 일이 있기는 한 거네. 또 전학생이지?”

?”

지수는 곧바로 지석을 응시했다.

뭐야?”

몰라.”

모르긴.”

지수는 볼을 부풀린 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래도 내가 네 친구인데?”

네가 몰라도 되는 거니까.”

서운해.”

하지 마.”

아정은 지수를 꼭 안고 입을 내밀었다. 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아정의 손을 꼭 잡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

아정이 화장실에 간 사이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또 뭐라고 한 거지?”

아니.”

위지석.”

지수는 지석의 눈을 물끄러미 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거야?”

?”

왜 숨겨.”

그게.”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지수에게 말을 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살 수는 없었다.

윤아정이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말할 수 없어. 내가 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게 옳은 거니까.”

지수는 물끄러미 지석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해.”

뭐가?”

.”

내가?”

지석은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됐다.”

지수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석은 여전히 영문을 몰랐지만 지수는 그저 덤덤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고맙네.”

?”

아정이 친구가 되어줘서.”

당연한 거잖아.”

당연?”

지수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게 당연한 건가?”

왜 그래?”

아니야.”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석에게 다른 말을 더 한다고 해서 지석이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다고.”

? 무슨.”

지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래도 고마워.”

내가 고맙지.”

그거 알면 뭐라도 쏴라.”

알겠습니다.”

지석의 장난스러운 경례에 지수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