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2장. 캔커피]

권정선재 2017. 12. 14. 01:03

32. 캔커피

많이 피곤해?”

아니요.”

목을 풀다가 선재의 물음을 들은 원희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피곤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괜찮아요.”

괜찮기는.”

선재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

?”

내가 무슨 악덕 사장이냐?”

아니요.”

원희는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사장님 전혀 안 그렇죠.”

그런데 왜 그래.”

그러게요.”

선재의 지적에 원희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살짝 내민 채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일 열심히 해.”

. 알겠습니다.”

원희는 장난스럽게 인사를 하며 씩 웃었다.

 

가볼까?”

미쳤어.”

아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 걔가 일하는 곳이야. 한두 번은 그냥 가본다고 하더라도 자꾸 가는 거.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같이 조별 과제를 하는 팀원인데. 그렇게 못 보는 거니까 말이야.”

됐어.”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이런 핑계로 갔다가 또 무슨 말실수를 하게 될지 몰랐다.

전학생이 원하지 않는 건데 하지 마. 너 보면 전학생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단 말이야.”

좋아해.”

좋아하는데 그래?”

?”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전학생이 무조건 너를 좋아해줄 이유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데 너는 무조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해.”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건 지수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조했다. 뭔가 더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웠다.

싫으니까 그러지.”

뭐가 싫은 건데?”

아깝잖아.”

아정은 팔을 쭉 벌리고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우리 시간.”

뭐라고?”

지수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

말 그대로 아깝다고.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아까워.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다는 거.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다들 알고 있을 텐데. 뭔가 아쉽다고 해야 하나?”

아정의 말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들은 공부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시간을 그냥 보내려고 하는 거야? 그 시간에 공부를 해. 전학생을 좋아한다고 해서 뭐가 되는데?”

아이고. 너는 꿈도 없다.”

?”

지수는 입을 떡 벌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꿈이 있니?”

없어?”

없어.”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꿈 같은 것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멍청이들이나 하는 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다들 비웃을 거야. 꿈이라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그게 말이 돼?”

안 될 건 뭐야?”

지수의 반응에 아정은 울상을 지었다.

너 이상해.”

안 이상해.”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

?”

같이 집에 갈 줄 알았던 지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왜라니?”

아니.”

오늘 서정이 집에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서정이 떡볶이도 만들어준다고 한 날이었는데 집에 가라니.

그러니까.”

너 혼자라도 갈래?”

?”

아정의 말에 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어차피 윤서정 다 잊었어.”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윤서정.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 않아. 떡볶이 이야기는 내가 다시 기억이 나게 할 테니까 다음에 가자.”

그런 게 아니라.”

마치 모든 게 들켜버린 것 같아서 지수는 놀라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검지를 들었다.

우리 피피티.”

그거 안 해도 된다며.”

하면 가산점이래잖아.”

됐어.”

지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른 애들도 해오지 않을 거였다. 다들 귀찮게 생각을 할 거였다.

아무도 하지 않을 건데 우리만 할 이유 없잖아.”

하지만.”

그럼 너 혼자 하던가.”

아정의 간단한 말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정을 노려봤다. 아정은 씩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럼 나는 간다.”

하여간 미워.”

사랑해.”

아정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며 멀어지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워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겠다.”

그렇죠?”

어른도 풀지 못하는 걸 도대체 왜 풀라고 하는 건지.

이런 거 사회에서 써요?”

아니.”

그런데 왜?”

수능에 나오잖아.”

?”

간단하잖아.”

선재의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능에 나오니 해야 한다는 거. 맞았다.

그러네요.”

사실 살면서 필요한 건 유치원에서 다 배우는 거야. 그 정도만 알면 사는데 문제는 없을 거야.”

그러네요.”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적인 도덕이라거나 간단한 셈 같은 것은 이미 다 배울 거였다.

그런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그거 고 3이 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그런가요?”

원희가 혀를 내밀며 아이처럼 웃자 선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는 원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 손님 안 올 거 같으니 먼저 퇴근해.”

그래도 아직 30분이나 이른 걸요?”

가랄 때 가.”

선재의 말에 원희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고생했어.”

원희는 가방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원희 갔는데?”

?”

가게에 들어간 아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니까.”

아직 퇴근하기 전이었다.

그게.”

내가 가라고 했어.”

선재는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다물었다. 아정이 이렇게 올 줄 알았더라면 잡아놓을 걸 그랬다.

너 온다고 안 했는데?”

모를 거예요.”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혼자서 원희를 좋아하는 거였다.

죄송해요.”

뭐 먹을래?”

아니요.”

선재의 제안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다.”

사장님이 왜요?”

내가 괜히 먼저 보내서.”

아니요.”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손님이 없어서 미리 보내줬다고 하는데 뭐라고 할 건 아니었다.

.”

그러다가 머리에 뜬 생각.

그거 꺾기는 아니죠?”

?”

잠시 멍하니 있던 선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정은 선재가 왜 웃는 건지 몰라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원희에게 배운 거지?”

?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선재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선재의 물음에 아정은 양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만들어줄까?”

아니에요.”

아정은 돌아서다가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사장님 드세요.”

가지고 가.”

아니요.”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원희랑 같이 마시려고 가지고 온 거였다. 다시 가지고 가고 싶진 않았다.

사장님 드세요.”

알아서. 잘 마실게.”

그럼 안녕히 계세요.”

조심히 들어가고.”

혼자 가는 아정의 뒷모습을 보며 선재는 입을 내밀었다.

하여간 어린 것들이.”

그러면서도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저렇게 속시원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거니까. 약간 타이밍이 어긋나는 거 같기는 하지만 한쪽이 저런 마음이라면 결국 닿을 수 있을 거였다. 선재는 커피를 마시려고 하다가 고개를 한 번 흔들고 냉장고에 넣었다. 어차피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