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71장. 방학 보충 3]

권정선재 2018. 2. 8. 13:32

71. 방학 보충 3

이제 많이 안 나오네.”

은선은 아이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들 학원 특강 같은 것을 나갔을 거였다.

그래도 우리 열심히 하자. 그럴 거지.”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모두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계획이 있을 게 분명했다.

 

은선 선생 수업에도 애들 줄었어?”

.”

기연의 물음에 은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학원들이 특강을 하니까.”

미치겠어.”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최소한 학교는 보내고 학원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학원에서 공포 마케팅을 하니까. 다른 애들 다 하는데 우리 애만 안 시킬 수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그러게.”

기연은 혀로 이를 훑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다 빠지고 나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었다.

남은 애들도 집중을 못 해. 그리고 그 애들도 금방 갈 거라는 걸 아니까 나도 힘이 빠져서 아무 것도 못 하고.”

에이. 자기 잘 하면서.”

그래도.”

은선의 칭찬에도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이제 진짜로 자습 못 하게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기연이 반문하자 은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기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은선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습을 한 아이만 한다고요?”

그게.”

교감까지 이렇게 말하자 은선은 할 말이 없었다.

홍은선 선생님. 학교 시설을 그렇게 혼자서 쓰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안 하십니까?”

한 아이가 쓰건, 여러 아이가 쓰건. 이미 학교는 그 아이들에게 학교를 개방하기로 한 거였고.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 당연히 계속 학교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죠.”

교감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은선을 응시하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사립이에요.”

하지만.”

이 학교는 돈을 버는 학교입니다. 물론 재단에서 별 관심은 없지만. 그런 식으로 돈을 낭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아하실 분이 없을 거라는 것 정도는 은선 선생도 알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우선으로 생각을 하신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거예요.”

아니죠.”

교감은 단호했다.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

선생님.”

한 아이죠.”

교감의 말이 사실이었다. 여러 아이들이 시설을 이용한다면 다르겠지만 이건 원희 한 사람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건 은서 선생의 수당도 나가요.”

그러면 원희 혼자 있게 하겠습니다.”

안 됩니다.”

왜 안 되는 거죠?”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요. 아직 보호자가 필요한 학생입니다. 학교는 그런 일까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건.”

너무 잔인한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원희 혼자만 계속해서 자습을 한다면 결국 내보내야 할 거였다.

어차피 방학도 이제 거의 다 끝이 나가지 않습니까?”

그래도 공부를 하겠다는 애까지 내보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건 학교가 할 일이 아니에요.”

그럼 내가 한다고 하세요.”

?”

그럼 본인의 죄책감이 줄어들 테니. 내가 말하죠.”

그건.”

교감이라면 더 잔인하게 말할 거였다. 은선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할게요. . 제가 할게요.”

그래 주면 고맙겠습니다.”

교감의 미소에 은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은선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 저 혼자라서요.”

. 미안해.”

아니요.”

은선의 사과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무리일 거였다.

애초에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제가 고집을 부린 거니까요. 당연히 제가 학교 규칙을 따라야죠.”

규칙을 안 따르는 건 학교야.”

?”

그냥 시비를 걸고 싶은 거지.”

은선의 대답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은선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짜증이 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선생님?”

아정이에게 부탁하자.”

뭘요?”

자습.”

싫어요.”

원희의 단호한 대답에 은선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건 원희가 싫다고 해서 그냥 물러날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걸 가지고 계속 아정이에게 기대는 거 저 하고 싶지 않아요. 아정이 저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자습하는 애들이 없다고 해서 안 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도 싫어요.”

원희의 대답에 은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정이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

은선의 대답에도 원희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부탁드리는 거예요.”

알았어.”

은선이 다시 한 번 대답하자 원희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본인이 싫다고 하잖아.”

그래도.”

모르겠어.”

은선의 대답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자신도 너무 어려운 거였다.

학생이 싫다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최소한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게 아무리 학생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그건 내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은선의 대답에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서관?”

.”

?”

나 혼자니까 좀 그래.”

원희의 말에 아정은 곧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학교에서 자습을 하는 애가 없다고 너보고 자습하지 말라고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래서 너 도서관에 가는 거야?”

아니야.”

원희가 곧바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아정의 표정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정아.”

나도 그럼 자습할래.”

그러지 마.”

?”

너는 과외 하잖아.”

그래서?”

나랑 다르잖아.”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물끄러미 원희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열었다.

나는 너랑 나랑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원희 너는 왜 자꾸 너랑 나랑 사이에 선을 그으려고 해? 우리 둘 사이에 그런 식으로 선이 그어지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거 몰라?”

알아.”

아는데 왜 그래?”

현실이니까.”

이원희.”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사실 아니야?”

아니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원희가 도대체 왜 자꾸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뭐가 당연한 건데?”

나는 가난하니까.”

그게 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고 하더라도 원희의 지금 행동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희는 계속해서 자신과 선을 그으려고 하고 밀어내려고만 하는 거였다.

우리 사귀는 거잖아.”

그게 지금 무슨 관계가 있어?”

있어.”

없어.”

있다고.”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아정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윤아정. 나는 지금 네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도대체 네가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지금 서운한 거야.”

뭐가?”

네가 자꾸 너랑 나를 구분 짓는 거.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가.”

네가 내 입장이 아니라서 그래.”

마찬가지지.”

아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자습할 거야.”

윤아정.”

원희는 아정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 마.”

네가 왜?”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너를 보는 게 편하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거야? 네가 그러면 나를 무시하는 거고.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너를 볼 수가 없어. 윤아정. 네가 나를 위하는 그 일이라는 것들이 나를 비참하게 해.”

비참이라고?”

그래.”

원희의 입에서 나온 다소 강한 발언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원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건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까지 말을 하는 것은 원희 역시 자신을 무시하는 거였다.

너 정말 그러지 마.”

뭘 그러지 마.”

누군가가 네 편이라고 할 때. 적어도 네 편이라고 그럴 때. 조금이라도 네 편에 있을 때 그냥 이용을 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

그냥.”

원희는 이 말을 남기고 멀어졌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런 원희를 물끄러미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