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68장. 기말 고사 4]

권정선재 2018. 2. 5. 00:26

68. 기말 고사 4

드디어 끝났다.”

공부도 안 하고.”

했거든.”

지수의 핀잔에 지석은 볼을 부풀리며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지수는 여전히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한 거야?”

그럼.”

둘 다 왜 그래?”

아정은 두 사람을 말리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원희도 음료수를 가지고 오면서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두 사람은 견원지간이야.”

내가 원숭이지.”

그래. 네가 원숭이 해라. 나는 사람 할 거다.”

지수의 대답에 지석은 미간을 잔뜩 모았다. 하지만 지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몸을 뒤로 젖혔다.

이번 기말 유난히 어려웠어.”

중간이 쉬웠으니까.”

그래도.”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등급을 매기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정말 무리였다.

제발 이번에 변별력 좀 높아져라. 2학기 수월하게. 아니 1학기 수시만 신경을 쓰기도 미치겠는데.”

그러게.”

수시 다들 넣었구나.”

당연하지.”

원희의 물음에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수능까지 못 가.”

나도.”

너는 안 넣어?”

.”

아정이 묻자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붙을지 아닐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아. 떨어질 가능성도 높고. 2차 수시면 모를까.”

원희의 대답에 셋 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원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이. 왜 그래?”

아니.”

너무 그러지 마.”

원희의 말에 아정은 겨우 미소를 지었다.

 

걔 그렇게 가난해?”

?”

지수의 물음에 아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수시.”

.”

그제야 아정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원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저렴한 것은 아니니까. 여러 개 쓰면 이 돈, 저 돈 아무래도 쓰게 되는 게 사실이지.”

아무리 그래도.”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걔는 그런 이야기를 그냥 하네.”

?”

아니.”

지수는 입술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못 할 거 같아서.”

원희는 우리가 아니잖아.”

그렇지.”

아정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지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게 헛기침을 하고 입을 내밀었다.

그래서 내가 원희를 좋아하잖아.”

아직도 그렇게 좋아?”

그럼.”

대단하다.”

지수가 혀를 내두르며 대답하자 아정은 마치 지수가 자신의 칭찬이라도 한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가 원래 좀 대단해.”

어이고.”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입을 내밀었다.

어제 어머니 다녀가셨다며?”

? .”

아정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밖의 눈치를 보더니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수는 끙 하는 소리를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내가 굳이 이거 이원희에게 이야기를 할 이유가 뭐가 있어? 안 그래도 자존심이 강한 애인데.”

고마워.”

그래도 알지 않을까?”

그럴까?”

아정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자신이 해야 할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부탁을 한 거였지만 원희가 어떻게 느낄지. 그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원희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나쁠 거야. 그리고 차라리 네가 말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듣기 보다.”

그렇겠지.”

아정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나는 안 낄 거야.”

지수는 양 손을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귀찮아.”

알아.”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굳이 지수와 지석이 돕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

미치겠다.”

너는 생각을 안 하고 저지르는 게 문제야.”

뭐가?”

이원희 알아서 잘 했을 거야.”

?”

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들어 지수를 쳐다봤다. 지수는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원래 뭐든 잘 하잖아.”

그렇지.”

이것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럴까?”

그럼.”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수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릴 거였다.

그 방법은 거꾸로 원희를 너무 힘들게 했을 거야. 원희가 지치면서 해결하는 건 바라지 않아.”

하지만 네가 뭐든 다 도와줄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거 이원희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일 수도 있어.”

아직 학교잖아.”

아정의 밝은 대답에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니까지 나서게 하다니.”

그러게.”

기사 날 수도 있어. 우리 아빠도 알더라.”

그래?”

.”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수의 아빠는 신문사에 다녔으니까. 지수는 곧 미소를 지으며 아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엄마가 그거 절대로 기사화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했어. 그런 거 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믿어.”

그래야지.”

아정이 겨우 미소를 지었지만 지수는 그 뒤의 쓸쓸함 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입을 다물었다.

 

미안해.”

?”

집에 가는 길 갑작스러운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

어제 내 엄마가 학교에 왔어.”

?”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원희는 가만히 아정을 쳐다봤다.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네가 커닝을 한다고. 선생님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 알고 있어서 너를 돕고 싶었어.”

나를 도와?”

.”

어떻게?”

우리 엄마가 이 학교 이사회에 있어.”

아정의 말에 원희는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 말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내가 엄마에게 부탁했어. 네가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고마워.”

? 그게 전부야?”

?”

아니.”

원희가 가볍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말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원희가 다른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고마워. 그게 전부야. 다른 말을 할 거 없잖아. 고마우면 그냥 고마운 걸로 되는 거잖아.”

그렇지.”

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우면 그냥 그걸로 끝이라는 거. 그게 맞을 거였다.

네가 내 눈치를 보는 거구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미안해.”

원희가 사과의 말을 건네자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원희는 그런 아정의 눈을 보고 씩 웃었다.

알고 있어.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그래서 내가 너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 건지.”

너 아니야.”

맞아.”

아정이 부정의 뜻을 말했지만 원희는 단호했다.

나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내 편을 많이 들어준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고.”

원희야.”

그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 어머니까지 학교에 오게 만들어서.”

아니야.”

아정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아니었어도 그랬을 거야. 나 네가 아는 것처럼 오지랖이 되게 심하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의 문제였더라도 이렇게 오지랖을 부렸을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랬을 거야.”

그래?”

그럼.”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그런 원희의 눈을 물끄러미 보더니 손을 내밀었고 원희도 그 손을 잡았다.

따뜻해.”

좋다.”

좋아?”

.”

아정의 물음에 원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손 좋아.”

이제 덥잖아.”

그래도 좋아. 땀이 나도 좋아.”

나도 좋아.”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대신 다음부터는 나에게 먼저 물어봐줘.”

그럴게.”

진짜지?”

.”

아정은 눈을 감고 가만히 원희의 체온을 느꼈다. 편안했다.

이제 기말고사도 끝이다.”

“1학기가 끝이 났네.”

정신없이 그 많은 일들을 모두 감당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끝이 나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