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기말 고사 3
“어차피 담임이 답을 다 알려준다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이런다고 누가 알아줄 거 같아?”
“누가 그래?”
성호가 가볍게 한 말에 원희가 날이 선 채 반문하자 성호가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누가 그러냐고?”
“아니.”
성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그러니까.”
“그 다들이 누구인 건데?”
아정까지 나서자 성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래?”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지?”
“전학생 편 너무 드는 거 아니야?”
“원희 때문이 아니야.”
“뭐?”
지웅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성호의 옆에 섰다.
“뭐라는 거야? 누가 봐도 너 지금 전학생 때문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 다 알고 있는 건데.”
“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지금 고부하는 원래 우리 반 애들이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해?”
아정의 지적에 지웅과 성호가 서로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에게 그런 식으로 영향을 주는 건 선생님들하고 다른 애들 부모님도 싫어할 거 같은데.”
“뭐라는 거야?”
두 사람이 짜증이 섞인 시선을 아정에게 남기고 돌아섰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미안해.”
“어?”
원희의 사과에 아정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원희가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네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하는 거잖아. 저 녀석들이 잘못인 거지.”
“그래도. 네가 이렇게 계속 내 일을 가지고 나서면 다른 애들이 너를 좋지 않게 볼 거라는 것은 사실이니까. 너 나 말고 이 아이들하고도 친구잖아. 나 때문에 굳이 이럴 이유 하나도 없어.”
“아니.”
원희의 말에 아정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 애들이라면 내 친구 아니야. 내가 아는 애들은 그런 애들 아무도 없거든. 실체가 없는 걸 믿다니. 말도 안 되잖아.”
“하지만.”
“그만.”
원희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아정은 단호히 대답했다. 원희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못 말려.”
“그게 내 매력이지.”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정도 그런 원희의 손을 꽉 잡았다.
“너희 지금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거 같은데 부정행위는 절대 없었어. 내가 직접 확인했고, 정기연 선생님이 확인했고. 그리고 부장 선생님도 확인했어. 더 이상 이거에 대해서 말이 안 나오기 바라.”
은선의 말에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봤지만 다른 말을 더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성호와 지웅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오늘 시험도 잘 보자. 오늘 정치랑 한국지리지. 다들 잘 하기 바라.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은선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을 나섰다. 아정은 원희를 쳐다봤고 원희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도 안 먹고?”
“응. 공부 할래.”
원희가 간단히 먹는 것도 싫다고 하자 아정은 볼을 부풀렸다.
“왜 그래?”
“어?”
“아니. 그 정도로 공부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잖아. 우리가 같이 공부를 하는 건 공부도 하고 데이트도 하자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다른 과목이 성적이 떨어진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내 편을 그렇게 들어준 건데. 내가 거기에 보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 안 그래?”
“좋아.”
아정도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납득한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너는 가서 먹어.”
“싫어.”
“아정아.”
“싫다고.”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혼자 공부해서 그렇게 등급이 잘 나오면 안 되는 거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더 뭐라고 하지 않겠어?”
“뭐라고?”
“그러니 내가 네 등급 상승을 저지하겠어.”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정도 원희를 따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성적이 너무 많이 오르는 거 아닙니까?”
“선생님 과목 오답 없으세요?”
“뭐라고요?”
기연의 날이 선 물음에 부장은 미간을 모았다.
“정기연 선생. 선생님은 자기 반 애도 아닌데 원희에게 신경 좀 그만 써요. 다른 사람들이 오해라도 하겠습니다.”
“무슨 오해요?”
“네?”
“무슨 오해요?”
기연이 다시 한 번 묻자 부장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어떻게 선생님이 되어서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실 수 있으세요? 이거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겁니다.”
“누가 뭐래?”
부장이 꼬리를 내리고 멀어지자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은선이 옆에서 기연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자기가 왜?”
기연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내가 뭐라고 하면 아무 말도 못 할 거면서 저렇게 입만 살아서.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게요.”
은선도 심호흡을 크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야겠어?”
“응.”
평소에 이런 부탁을 하지 않는 아정이기에 엄마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부탁이야.”
“알았다고.”
엄마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도 그제야 겨우 마음이 놓이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좋아?”
“어?”
“걔가?”
“뭐.”
아정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엄마는 그런 딸을 보면서 가만히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충분하지.”
“그럼 부탁해.”
“알았어.”
아정이 다시 한 번 당부를 하는 것을 보며 엄마는 씩 웃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딸이 이렇게 변하다니.
“좋네. 연애.”
방으로 들어가는 아정을 보며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가도 되는데.”
“아니.”
서정의 물음에 엄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
“하지만.”
“왜?”
“아니.”
엄마는 씩 웃으면서 가볍게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거울을 보고 생긋 웃었다.
“유미선이 거기에 가면 안 되나?”
“엄마.”
“왜?”
“괜히 구설수야.”
“괜찮아.”
미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도 아정이 자신에게 뭔가 부탁을 한 적이 없었다. 아정은 늘 자신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요즘에는 두 사람 사이에 갈등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아정이가 나에게 부탁을 한 거야. 그러니까 내가 직접 가야 하는 거야. 아들. 엄마가 하는 말 알지?”
“알지만.”
서정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미선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미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긴 어떻게?”
“내가 오면 안 되는 곳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미선을 발견한 교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부장이 옆에 와서 앉았다.
“무슨?”
“우리 애랑 친한 애 일로 왔어요.”
“네?”
교감이 부장을 쳐다봤고. 부장은 헛기침을 했다. 곧 은선이 옆에 와서 앉았고 미선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원희.”
“그게 누구지?”
“전학생입니다.”
“전학생요?”
부장의 말에 미선은 곧바로 날이 선 목소리로 반문했다.
“여기에 온지 지금 걔가 몇 달인데 아직도 전학생이라고 불러요? 지금 이게 이 학교의 태도인가?”
“그게 아니라.”
부장은 땀을 훔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교감 선생님이 그 아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제가 설명을 좀 해드리려고 하는 거라.”
“이 학교 알아서 잘 하라고 나도 안 오고, 이사장님도 아무 관심을 안 갖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럼요. 그럼.”
“그런데 성적이 오른 애에게 칭찬을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커닝이라니.”
“그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 원하나요?”
미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모두 눈치를 볼 뿐 입을 다물었다. 미선은 이내 은선을 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네?”
“아이들이 다 은선 선생이 너무 훌륭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서정이도 그러고 아정이도 그러고.”
“아닙니다.”
“고마워요. 정말.”
미선이 다시 말하자 은선은 겨우 고개를 숙였다. 은선은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교감을 응시했다.
“첩 아니고 새 부인. 그리고 회장님과 여전히 사이는 좋지만 그쪽 자제들이 싫어해서 따로 사는 거고. 이 학교 여전히 제가 관리하는 거고. 다른 문제는 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이건 배우 유미선이 와서 갑질한 거 아니에요.”
“물론이죠.”
미선은 씩 웃고 교무실을 나섰다. 은선은 그런 미선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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