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 만 [5장. 천사라는 가정부]

권정선재 2018. 2. 9. 13:05

5. 천사라는 가정부

아침을 누가 해주니까 되게 좋네요.”

정말 이런 게 행복을 좌지우지 하는 겁니까?”

당연하죠. 이런 간단한 게 바로 행복이에요.”

상유는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기연은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를 한 입 물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행복해. 이렇게 행복한 기분을 느낄 줄 몰랐어요.”

아닌데. 지금 정기연 씨 하나도 안 행복하거든요.”

상유 씨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거지.”

바로 뜨니까 알죠. 내가 보여줬잖아요. 행복 측정기.”

상유가 입을 내밀면서 행복 측정기를 내밀자 기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것을 밀어냈다. 이런 것으로 다 확인하고 있다니 꽤나 불편했다.

에이. 세상에 그런 기계만 믿고 뭘 안다고요? 그런 거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예요. 그런 거만 믿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니까? 아니 의뢰인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이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없죠. 안 그래요? 상유 씨 지금 되게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거 알죠? 그런 건 지표가 아니에요.”

변명을 너무 길게 하신다. 그냥 부리고 싶은 거면서.”

상유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기연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뭔가 꼬인 기분이었다.

뭐 더 불행해지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천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거라고요. 뭔가 권능이 필요한 일. 그런 거 없어요? 그래도 내가 천사가 된지 조금 오래 되었다고요.”

. 천사의 권능이 필요한 그런 일. 내가 바라는 일이라.”

기연은 미간을 모으고 고민하는 시늉을 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는 그런 거 없어요.”

왜요? 왜 그런 거 하나 바라지 않는 건데요?”

왜라뇨? 왜 꼭 그런 것을 내가 바라야 하는 건데요?”

아니 남들은 막 지구 정복도 빌던데요? 그런 것도 빌어요.”

그런 사람도 있어요? 미친 사람 아니야. 그런 걸 왜 빌어?”

상유는 놀란 눈을 하고 입을 막았다. 기연은 씩 웃으면서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이런 기분은 유쾌했다.

나는 로또 1등 말고 바라는 거 없어요.”

남의 행복을 빼앗는 건 안 되는 거라니까요.”

그게 왜 남의 행복을 빼앗는 거예요?”

어차피 로또 1등은 늘 나오는 건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치사하게 굴다니. 잠깐 이 말은 천사의 권능으로 가능하다는 거였다.

그 말은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할 수는 있는 거죠.”

.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그런 것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런데 안 해준다고요? 할 수 있는 데도 말이죠.”

기연이 목소리를 높이자 상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거 다른 사람이 더 붙으면 상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잖아요. 그거 누군가의 행복을 가지고 오는 거라고요. 절대로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행복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안 돼요.”

에이. 그게 뭐야? 그런 식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기연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하는 거라면 그녀 입장에서도 별로 내키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기연 씨도 사람의 행복을 줄이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금 동의를 하는 거죠? 다행이에요.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

아니요. 상금이 절반이라서 그런 건데요? 상금이 적어요.”

기연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가볍게 손뼉을 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차피 하는 거 설거지도 부탁해요. 할 수도 있는 거죠?”

, 저기 저는 집요정이 아닌데요? 그런 건 내가 할 게 아닌데.”

그런 것도 실제 하는 거예요? 집요정 같은 것도요?”

. 그런 셈이죠. 소설이라는 게 아예 없는 게 아니니까.”

그럼 잘 부탁해요. 집요정이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죠?”

상유는 자신의 말도 듣지 않고 쾅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간 기연을 보며 입을 쭉 내밀었다. 아무리 계약자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거였다. 상유는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제대로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린 기분이었다.

왜 하필이면 저런 의뢰인이냐고. 이건 아니잖아.”

상유는 있는 대로 입을 내밀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 다리 아파. 출근할 때 제발 자리에 좀 앉았으면.”

기연이 이 말을 작게 하기가 무섭게 앞에 앉은 고등학생이 후다닥 일어나서 뒷문으로 향했다. 기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다리에 앉았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 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자리에 앉을 수 있다니.”

고개를 돌리니 상유가 행복 측정기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연은 한쪽 볼을 부풀린 채 미간을 모았다. 무언가 억울한 기분이었다.

왜요? 어차피 저 학생이 급해서 내린 건데. 그거 가지고 그쪽이 덕을 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 거 뭔가 되게 억울한 건데.”

그럴 리가 있어요? 다 내가 한 거라고요. 천사의 권능.”

상유의 의기양양한 대답을 들으며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일단 앉았으니 이걸로 된 거였다.

 

기연 씨. 이것도 좀 부탁해요. 여기까지.”

오후 자료 검토도 좀 하고. 이것도 부탁할게요.”

우리는 밥 먹고 올게요. 식사는 나중에 하세요.”

이런 말들을 남기고 간 사무실에는 고요가 흘렀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나마도 겨우 다시 잡은 아르바이트였다. 취업을 하면 그만 둔다고 했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미치겠네. 도대체 나보고 이걸 어떻게 하라고?”

도와줘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도와줄게요.”

복사 좀 해줄 수 있어? 복사 좀 해줬으면 해요.”

뭐 물리적인 건 안 될 걸요? 아마도 그런 건 못해요.”

상유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보이자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천사라는 게 꼭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이 안 되는 거였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천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걸 다 한다고.

아니 아까 아침은 요리 다 한 거 아니에요?”

그건 그냥 만든 건데요? 물리랑 상관이 없이.”

그게 뭐야? 그런 식으로 어떻게 요리를 한다고요?”

상유는 잠시 미간을 모으다가 씩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왼손에 들린 커피를 기연에게 건넸다.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셔요. 단 거 먹으면 기분 좋아질 거예요.”

살찌는 건 절대 사절이에요. 무조건 싫어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꽤나 맛이 좋을 거 같은데요.”

아니. 누가 꼭 그렇게 가지고 가라고 했어요?”

상유가 다시 음료수를 가져가려 하자 기연은 컵을 움켜쥐었다.

누가 안 마신대요? 무슨 천사가 그렇게 성격이 급해요?”

천사는 성격이 급하면 안 되는 겁니까? 그거 이상한 차별이에요. 편견이라고요. 천사는 다 성격이 좋은 게 아닙니다. 물론 저처럼 성격이 엄청나게 좋은. 특출나게 훌륭한 그런 천사도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라고요. ? 어디가요.”

상유가 자기애에 빠지자 기연은 무시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상유가 없어도 자기가 다 해야 하는 거였다.

그래. 정기연. 이런 일이라도 있는 거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아르바이트도 못 구하는데.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인 거였다. 기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런 기연을 보며 상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되게 열심히 사는 인간이었다.

 

왕따에요?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맞아요. 역시 천사라서 눈치가 되게 빠르시네.”

기연이 아니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상유는 미간을 모은 채 가만히 기연을 살폈다. 그런 상유의 눈빛에 기연은 몸을 가렸다.

뭐 하는 거예요? 뭔가 불쾌한 기분이 드는데?”

뭐가요? 지금 그 동작이 나는 더 불쾌한데?”

막 투시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천사라면서요?”

나는 슈퍼맨이 아니에요. 천사는 그런 거 못 해요.”

상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이런 취급이라니.

그냥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그래요. 그래서 그런 거라고요.”

그럼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지 그거 물으면 되지. 무슨 남자가 그렇게 음흉한 눈으로 봐요? 그거 여자 입장에서 되게 불편한 거라고요.”

음흉한 눈이라니. 그냥 본 거라고요. 그냥 봤어요.”

상유는 입을 벌리고 숨을 거칠게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길 가는 다른 천사들에게 물어봐요. 내가 언제 그렇게 음흉하게 쳐다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 박상유라는 천사 이름 걸고 그런 적이 없는데 도대체 지금 뭐라는 거야? 절대로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지도 않는 천사란 말입니다.”

없으면 없는 거지. 뭐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요?”

기연은 걸음을 걷다가 그대로 뒷짐을 지고 돌아섰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럼 취업은 되는 거죠?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죠?”

? 취직이요? 지금 나보고 일자리를 구해달라고요?”

천사니까. 설마 그것도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는 건가.”

기연은 혀를 내밀었다. 상유는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씩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천사라면 할 수 있는 거였다.

그 정도는 일도 아니죠. 천사의 권능이라면 당연히 가능하죠.”

정말이죠? 오 천사라는 사람. 이렇게 보니 쓸모가 있네.”

그럼요. SJ에 입사를 시켜드리죠.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말도 안 돼.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대기업.”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가진 스펙을 가지고 그런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냥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서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일단 불안한 마음만 안 들어도 그걸로 끝이었다.

저도 그럴 자격이 없는 거 알거든요. 그래도 말로만 해도 기분은 좋네요. 이게 천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구나. 되게 신기해.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거 같아요.”

기연의 대답에 상유는 아랫입술을 혀로 적시며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기연이 먼저 걸음을 옮기자 가만히 기연의 뒤를 따랐다.

저기요.”

?”

갑자기 기연이 멈춰서 뒤를 보자 상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지금 되게 스토커 같은 거 알아요?”

스토커라니.”

우리의 말에 상유는 상처를 입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라다녀요?”

아니.”

같이 걸어요.”

?”

같이 걷자고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걷는다는 것. 단 한 번도 의뢰인들에게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다.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훨씬.”

그렇습니까?”

상유가 곁에 서자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청소도 해줘요? 이거 정말로 좋은데요?”

계약자의 행복을 위해서 당연한 거죠.”

좋다. 이럴 거면 다 천사를 쓸 거 같은데요.”

기연은 발에 붙지 않는 바닥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너무 편안했다. 그러다 문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상유를 쳐다봤다. 분명히 어젯밤에도 상유가 자신과 한 공간에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쪽은 언제 자요? 언제 잠을 자기는 자요?”

안 자는데요? 천사가 무슨 잠을 잘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 원룸이거든요? 여기 그러니까 방이 하나인 거라고요.”

그런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다 보이는 건데?”

아니.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거죠. 절대로.”

아무리 천사라고 해도 남자였다.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외간 남자와 한 방에 있는 것은 뭔가 불편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나가요. 무조건 나가요. 당신하고 이 방에 있기 싫어.”

어디로요? 갑자기 어디로 나가라는 거예요?”

어디든요. 그런 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해요?”

안 돼요. 갑자기 이렇게 나갈 수 없다고요.”

상유는 아이처럼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천사는 계약자와 멀어지면 안 된다고요?”

뭐 그런 규정이 다 있어요? 줘봐요.”

그게. 그러니까. 어제 기연 씨가 안 본 건데.”

상유는 등 뒤로 손을 가져가서 뭔가 찾는 시늉을 하면서 혀를 내밀다가 이내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기연에게 책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어제 나는 이런 거 본 기억이 없는데요.”

난생 처음 보는 두께의 책에 기연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상유는 뿌듯한 표정으로 책의 표지를 쓸었다. 그 표정에 기연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제가 계약자는 잘 골랐어요. 이런 것도 확인하려고 하고.”

, 아니 내가 쓴 계약서는 안 이랬잖아요.”

거기에 별책을 잘 챙기라고 적혀 있었어요.”

사기야. 이거.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사기라뇨. 뭐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고 그래요?”

이거 무조건 사기라고! 어제 안 보여준 거잖아요.”

기연은 고함을 지르고 상유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상유를 노려봤다. 상유는 책을 주춤주춤 챙기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집을 나갔다. 기연은 그대로 이불더미에 엎어졌다. 뭔가 제대로 당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