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2장. 천사라는 남자]

권정선재 2018. 2. 6. 12:43

2. 천사라는 남자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예요? 이게 지금 너무 황당하니까 말이 안 나오네. 저리 가줄래요?”

내가 그쪽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소리 안 하는 건가? 그게 우선인 거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뭐라고요? 고맙다는 소리는 이미 한 거 같은데. 아니 내가 왜 해야 해요? 뭘 더 하라는 건데요?”

너무하네. 하여간 이래서 인간들을 막 구해주면 안 된다고 하는 거였는데. 이게 문제가 있는 거라고.”

남자는 입술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이 남자 지금 도대체 뭐라는 거야?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꾸만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기연은 눈을 크게 떴다. 이 남자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돈 줘요? 지금 나에게 돈이라도 받아내려고. 그래서 그러는 거죠? 맞죠? 얼마를 줄까요? ?”

뭐라고? 돈이라니. 지금 나를 도대체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뭘로 보이는 건데요?”

돈이라도 주냐고요. 그런 게 아니면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요? 정말 이상한 거 아시죠?”

미친.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사람을 구했으면 그냥 고맙다가 우선이잖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남자의 입에서 낮게 욕설이 나오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아니 이 남자 도대체 뭐야?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이런 사람에게 봉변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사람을 구했으면 구한 거지. 아무리 그래도 욕이 뭐예요? 욕이. 그거 되게 이상한 거 아닌가? 당신이 도대체 뭔데 나에게 욕을 하는 건데요? 그쪽이 도대체 뭔데 그렇게 하는 건데요?”

아니 구해준 천사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내가 당신을 구한 천사인데. 이런 대접은 너무하지 않나?”

뭐요? 천사요? 당신이 천사면 나는 마녀에요. 마녀. 뭐라는 거예요? 그런 걸 믿으라고요? 뭐라는 거예요?”

기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남자는 지금 미친 사람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이런 사람하고 얽히는 것은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빨리 자리를 뜨는 게 우선이었다.

됐어요. 나 뭐 안 살 거고요. 그쪽에게 얽히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거 당장 놔요. 나는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갈 거니까요.”

안 잡고 있는데. 나는 당신을 한 번도 붙잡은 적이 없으니 그냥 가면 돼. 그냥 가면 된다고.”

뭐라고요? 당신이 지금 나를 어떻게 하고 있으니까 내가 못 가는 건데. 얼른 이거 놔달라고요.”

나는 당신에게 손 하나 안 대고 있다고. 그건 그저 내가 하는 권능이야. 너무나도 신기한 거 말이야.”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기연은 그대로 남자를 무시하고 가려고 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 미친 남자가 또 무슨 짓이라도 한 것인지 기분이 상했다. 어디 붙잡혀 잇는 건가 싶었다.

지금 뭐 하는 건데요? 거리에서 이러는 거 범죄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이런 거 납치고 그래요.”

데리고 가지를 않는데 납치라니. 그리고 권능이라니까. 그냥 권능. 별 것 아니고 그냥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거.”

남자는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나른한 태도에 기연은 멍해졌다. 이 남자의 태도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여유롭고 묘한 느낌. 기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고 싶은가? 그냥 살고 싶으면 살고 싶다고 말을 하면 내가 살려줄 거야. 내가 그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거든.”

뭐라고요? 도대체 그쪽이 그런 걸 왜 정하는 건데요? 정할 자격이 있어요? 그쪽이 먼데 그런 것을 정한다는 건데요?”

살고 싶으냐고 몇 번을 물어. 왜 간단한 것의 대답을 하지 않는 거지? 보통은 이런 것을 물으면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고 간단하게 대답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은 꽤나 이상하군.”

뭐라는 거야? 당신에게 그런 대답을 할 이유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누구인 줄 알고 말을 해요.”

기연은 무시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미친 사람에게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야 하는 거였다. 이런 사람에게 더 이상 휘말리는 게 더 우스운 일이었다. 이런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더 이상했다.

그래서 답을 안 한다는 건가?”

그건.”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 이상한 남자에게서는 빠르게 달아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좋아요. 살고 싶어요. 당신 말이 다 맞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내가 살고 싶다고 하면 달라지는 건가요?”

살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지금 분명히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거지?”

. 그래요. 살려주세요. 으아아. 나 죽을 거 같으니까 제발 살려줘요. 제발 나를 좀 살려주세요.”

기연은 비명을 지르는 흉내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기연을 보며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하는 겁니까?”

아니.”

남자의 반응에 기연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살려줘요. 그럼 된 거죠?”

좋습니다.”

남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약하죠. 그쪽을 내가 살려주기로 했으니.”

? 계약이요? 나 그냥 당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건데 무슨 계약을 해요? 됐어요. 그쪽이랑 엮이기 싫어요.”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상황에서 계약이라니. 도대체 무슨 계약을 하는 거야?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매정한 사회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게다가 갑자기 말투가 변하다니.

내가 안 보여서 그래요. 뭐 그런 건 중요한 것은 아닌 거 같지만 말이죠. 아무튼 필요한 절차입니다.”

뭐라고요? 아니 당신이 안 보이다니? 내가 지금 당신을 보고 있는데요? 누가 안 보인다는 거예요.”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렇게 이상한 말을 하는 거야? 이건 중 2병도 아니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기연은 도대체 왜 이런 사람에게 엮인 것인지 짜증이 치밀었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요? 지금 내 눈에 보는 사람은 도대체 뭔데요? 지금 내 앞에 있잖아요.”

그건 그쪽이랑 나랑 계약을 할 거니까 보이는 거고 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건 약간 그런 규칙 같은 겁니다.”

남자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오늘 면접부터 최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나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악의 일의 연속이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무슨 계약을 해야 하는 건데요?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냥 바로 끝을 내죠. 그런 거만 하면 나는 그냥 갈 수 있는 거잖아요. 나 보내줄 거죠?”

오케이. 당연히 계약을 하기 위해서 나타난 거니까 그러면 내가 가주죠.”

남자는 씩 웃으면서 품에서 서류를 꺼내 기연에게 건넸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서류를 읽다가 미간을 모았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천사와의 계약? 지금 나랑 장난이라도 하자는 거예요? 이게 뭔데요?”

글씨 읽지 못합니까? 거기 천사. 그렇게 정확하게 적혀 있잖아요. 몰라요?”

천사라니.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서류를 읽었다. 아니 뭐 이런 몇 줄 안 되는 판타지 소설 같은 문장이라니 말도 안 됐다.

갑 인간 정기연은 을 천사 박상유와 계약을 한다. 을은 갑을 도우며 소원을 들어주고, 갑의 행복이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하급 천사가 아닌 상급 천사가 되어 그 모든 업무에서 해방된다. 이게 뭐죠?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 건데요?”

계약서. 거기 적힌 그대로. 그렇게 나랑 계약을 하면 되는 겁니다. 간단히. 그리 복잡하지는 않죠.”

이게 다예요? 내가 다른 것을 더 할 필요는 없는 거죠? 나 보내주는 거죠? 이거만 하면 끝인 거죠?”

당연하죠. 계약서를 쓰는데 다른 것을 더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남자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뒷장을 넘겨보았지만 아무 내용은 없었다. 하얀 백지. 이 정도 계약서라면 아무런 효력도 없는 걸 거였다.

내가 줄 건 없는 거죠? 뭐 이상한 걸 바란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요.”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거 바라면 다른 내용이 더 많이 적혀 있을 겁니다. 계약서는 간단합니다.”

간단한 계약서라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진짜죠? 나중에 갑자기 다른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무조건 약속이에요 그냥 끝인 거예요.”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귀찮은 것을 피하고 싶었다.

알았으니까 이제 제발 그런 귀찮은 일은 그만 좀 하고 사인을 좀 하지?”

갑자기 이 남자가 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귀찮은 일에 휘말린 거라면 여기에서 멈추는 것도 좋았다. 더 이상 이 말도 안 되는 남자랑 얽히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서명하죠. 어떻게 서명을 하면 되는 거예요? 얼른 하고 나 집에 갈래요. 나 지금 너무 귀찮거든요.”

그거 취소 안 되는데. 분명히 지금 하면 제대로 하는 거고 무르고 없어요. 그냥 계약이 되는 겁니다.”

남자의 말에 기연은 살짝 멍해졌다. 하지만 나중에 무르건 못 무르건 그냥 이 상황을 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지금 내가 여기에서 사인하지 않으면 나를 보내주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뭐가 되었건 해야 하는 거 그냥 빨리 하게 펜이나 줘요.”

. 뭐 그쪽이 그렇게 바라는 거면 뭐 간단한 설명을 하죠. 강요는 아니고.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거니까.”

남자는 검지를 잠시 물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뭐야? 자기가 여태까지 계약을 해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니 갑자기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라고 하는 거였다.

그게 중요해요?”

뭐 중요하죠.”

내가 부탁을 하는 거라고요?”

.”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내가 하는 게 아니라면요?”

? 그건 조금 다르기는 한데.”

남자는 입술을 쭉 내밀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만 당신은 죽을 겁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대로 죽겠죠. 그러니까 내가 돕는 겁니다.”

기분 나빠. 죽는다니.

그런 말을 하면 누가 계약을 해요?”

?”

계약을 안 하면 죽을 거라니.”

그런 게 아니라.”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기연은 이 남자가 자신에게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그런데 이런 거 되게 잘 꼬이게 생겼어요?”

?”

기연의 말을 듣던 남자가 미간을 모았다.

아니.”

남자는 검지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뭐야? 아무런 손해를 볼 것도 없다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아까 그 상황으로 돌아가거든요. 내가 개입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럼 다시 원래대로 될 겁니다.”

뭐라고요? 지금 그거 무슨 협박이에요? 나를 죽이겠다고 하는 건가요?”

재수 없는 소리도 가지가지였다. 기연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었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연은 미간을 모은 채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펜이요. . 펜을 줘야 서명을 할 거 아니에요. 그래야 계약을 하는 거죠.”

. 그거 그냥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되는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그냥 종이에다가 뭘 가지고 가라고요? 정말 서명은 필요 없어요? 그런 식으로 서명이라니.”

이거 사기꾼 아니야?

거기에 손바닥. 당신이 손바닥을 대는 그거. 그거 자체가 계약이거든요. 그게 우리 사이의 계약입니다.”

손바닥이라니. 이거 뭔가 지문을 훔쳐가고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그쪽은 뭐예요?”

?”

갑자기 기연의 태도가 변하자 남자는 미간을 모았다.

뭔지 설명을 안 해주면 계약을 하지 않을 거예요.”

왜 이러는 겁니까?”

뭐가요?”

방금 전까지 계약을 한다고 하면서.”

이상하잖아요.”

지금 사고를 당하던 상황이 꿈인 건지 이게 말이 안 되는 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구인지는 알아야 서명을 하죠.”

천사.”

?”

천사라고요.”

이게 뭐야? 천사라니.

천사라고요?”

이제 된 거죠. 그러니 서명을 하죠.”

. 정말.”

기연은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정말 이걸로 끝인 거죠? 그런 거죠?”

물론입니다.”

기연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채로 종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종이에서 빛이 나고 그대로 기연은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