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장. 이상한 남자 등장]

권정선재 2018. 2. 5. 00:35

1. 이상한 남자 등장

별 미친놈이 다 있다니까. 아니 무슨 면접관이 그 모양일 수가 있는 거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니?”

그러게. 괜찮아? 하여간 요즘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가 없다니까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내가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을까봐? 그냥 씩 웃으면서 나왔지. 속으로만 엿이나 까잡수세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내가 어디 그냥 당할 사람이니?”

정아의 물음에 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부터 높은 굽의 구두는 발에 맞지 않아서 거슬리는 중이었고, 최악의 면접관은 안 그래도 더운 날을 더욱 불쾌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게다가 신호는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 것인지.

뭐 그런 놈이 다 있는 건지 모르겠어. 아니 자기도 딸이 있고 그럴 거 아닌가? 그런데 정기연 씨는 결혼을 할 건가? 임신을 할 생각이 있나? 그런 걸 묻는 미친 새끼가 어디 있어? 그리고 그 몸매가 조금 더 볼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어떻게 그런 말을 면접에서 하니?”

그렇지. 미친 거지. 미친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말 할 수가 없어. 요즘 개저씨가 좀 많아야지.’

너 언제 끝나? 술이나 마시자. 나 진짜 오늘 기분 최악이라서 미치겠어. 이런 날 술 좀 마셔야 하는데.”

미안. 나 오늘 바빠. 그리고 끝나면 우주 씨가 보자고 해서. 미안해. 너를 위로 좀 해줘야 하는 건데.’

요즘 유정아 잘 나가. 우주 씨가 잘해줘? 너 연애하니까 되게 부럽다. 나도 얼른 연애해야 하는데.”

부럽긴 너도 하면 되지. 좋아. 우주 씨가 나 되게 잘 해주고. . 나 회의. 미안. 나 지금 가봐야 해.’

. 알았. 끊었네. 얘는 뭐 항상 이렇게 전화를 급하게 끊고 그래? 하여간 유정아 늘 이런 식이라니까.”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뭐 하나 풀리는 일이 없었다. 그렇지 스물아홉 먹은 백조에게 인생이 잘 풀릴 리가 없었다. 이 시간에 친구가 통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이상한 거였다. 다들 뭔가 바쁜 일을 하고 있겠지.

정기연 인생 헛살았네. 뭐 이 정도면 그래도 훌륭한 인생이기는 한 건가. 그래 빚도 없는 인생이지.”

전화부를 이리저리 뒤적여보지만 누구 하나 먼저 연락을 할 수 있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기연은 오래된 동창의 번호를 누르려다 멈칫하고 그대로 가방에 휴대전화를 던졌다. 어차피 어색한 소리나 하고 이렇게 갑자기 연락하면 결혼 소식이나 들을 거였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가는 날도 아니니 시간이 더욱 붕 뜬 기분이었다.

인생 왜 이렇게 구리구리하냐. 뭔가 인생에 빛이라도 딱 나야 하는 거잖아. 뭐 이런 거냐고.”

확 뛰어들까? 순간 든 생각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왜 갑자기 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미친 생각이었다. 절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었다.

정기연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건데? 이게 도대체 뭔데?

기연은 눈을 깜빡였다. 순간 커다란 트럭이 나타났다. 저리로 가면 편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길 한 가운데에 멈췄다. 이런 거면 되는 걸까? 하는 사이 기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숨을 크게 쉬었다.

, 살고 싶어! 누가 나 좀 살려주세요. 누가 나를 좀 살려줘요.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제발.”

순간 알 수 없는 온기가 온 몸에 퍼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기연의 손을 확 잡아끌었고 품에 안기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기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들었다. 웬 잘 생긴 남자가 자신을 보면서 미간을 모은 채 한심하게 보는 중이었다. 기연은 가만히 남자를 응시했다. 그러다가 눈을 마주하고.

, 죄송합니다. 계속 거기에 안겨 있으려고 하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그러니까 그런 건 아닌데요.”

기연은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도도한 눈빛을 지닌 사내가 물끄러미 자신을 보는 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마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말도 안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 남자 도대체 뭔데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되는 거지. 도대체 이 남자 뭐야?

구해준 것은 고맙기는 했지만 지금 이 사람의 태도는 무언가 이상했다. 그리고 기연이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남자는 다시 기연의 손을 붙잡았다. 기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남자의 힘은 너무 강했다. 기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남자 자신을 구해줬다고 하지만 너무 무례한 행동이었다.

뭐 하자는 거야? 아니 자기가 나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함부로 구는 거야?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살기를 원하나?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건가? 뭐 그런 거면 성공이지만.”

? 지금 무슨?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는 건데요? 당신이 뭔데 물어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살기를 원해? 정말로 살고 싶나? 여기에서 삶을 더 이어가고 싶은 건가? 정말로 살고 싶은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도대체.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 이상한 남자가 뭐라고 하는 거지. 아니 내가 그런 걸 왜 당신에게 답을 해야 하는 거야?

기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남자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기연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앞으로 훅 다가왔다.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달콤한 향내가 느껴졌다. 기연은 다시 눈을 떴다가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눈이 앞에 있으니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뭐 하는 거예요? 변태에요? 뭐 그렇게 확 다가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진자 이상한 사람이야.”

은인한테 너무 말을 함부로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구해준 건데 말이야. 그래도 내가 도와준 사람인데.”

, 아니. 은인은 은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진짜 그쪽 이상한 거 알아요?”

그래 은인이었다. 그 순간 자신을 구해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은인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할 수 있는 자격은 없는 거였다. 기연은 더욱 분명히 날을 세웠다.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거죠? 이건 정말로 아닌 거죠. 안 그래요? 이건 조금 무례한 건데요?”

살고 싶으냐고 물었어. 왜 내가 물은 것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는 거지? 자꾸만 말을 돌리려고 하는군.”

남자의 말에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남자에게 괜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들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라고요?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자꾸만 하는 건데요? 나는 그쪽하고 이런 불쾌한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거든요.”

머리가 나쁜가? 왜 간단한 것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을 못하는 거야? 그냥 살고 싶은지 말을 하라고.”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아니 구해준 거면 구해준 거지 이런 무례한 질문을 할 자격이 있어? 아니 정기연. 인생이 왜 이러니? 왜 이런 남자랑 얽히는 거라니? 면접도 최악이고 이게 뭐야.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고마운 사람이라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당할 수 있는 거였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만 저는 갈게요. 그러니까 비켜주시겠어요? 나 그냥 가고 싶거든요. 비켜요.”

어디를? 어디에 가려고 하는 거야? 내 말이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 내 말은 다 들어야 하지 않나?”

기연은 돌아서서 가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다시 돌아갔다. 기연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이 없이 몸이 저절로 돌았다. 기연은 미간을 모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뭐한 거예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데 내가 이러는 건데요? 당장 이거 풀어요. 이거 뭐예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건가? 그런 거면 내 말에 답하면 되는 건데. 그게 간단한 건데.”

나는 지금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도대체 왜 내가 다시 이렇게. 이게 도대체 뭐야? 이거 뭐예요?”

분명히 남자는 자신의 손도 잡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몸이 돌아갔다. 이 남자 뭐하는 거야?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남자를 노려봤다.

지금 내가 가려고 한 건데. 그런데 저절로 몸이 돌아섰어요. 그러니까 이게 뭐지. 그러니까.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내가 왜 이러는 건데요?”

권능. 인간들이 하는 말로 권능 정도로 하지.”

뭐라고요? 권능? 지금 나랑 무슨 장난이라도 하려는 거예요? 그게 뭔데요?”

뭐 천사의 권능? 이 정도라고 설명을 하면 보통 인간들은 아는 거 같던데.”

남자는 귀를 가볍게 후비면서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 남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기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뭐야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