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3장. 천사와의 계약]

권정선재 2018. 2. 7. 02:15

3. 천사와의 계약

머리야. 도대체 속은 왜 이렇게 울렁거려.`”

기연은 머리를 움켜쥐면서 자리에 앉았다. 금방이라도 모두 다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거였는데.

뭐야. 정기연. 언제 이렇게 늙었니. 이 정도 술을 가지고도 지치고.”

어제 술을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이게 도대체 무슨 기분이 건지. 기연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시야. 도대체 몇 시나 된 거야. 머리야.”

기연은 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리고 뭔가 손에 닿았다 싶은 순간 그대로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기연은 그제야 겨우 의식을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야. 아 짜증나. 뭐가 떨어진 거야. 젠장.”

기연은 미간을 모은 채 옆을 쳐다봤다. 종이? 계약서. 기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연은 멍해졌다. 계약서가 떨어진 거였다.

그럼 어제 그게 진짜야? 어제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뭐가요? 왜 그렇게 아침부터 화를 내고 있어요?”

으악! , 당신 뭐예요? 당신 도대체 뭔데요?”

상유가 방으로 들어오자 기연은 비명을 질렀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몸을 가렸다. 이 미친 인간이 여기에 왜 있는 건지.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 왜 그래요?”

, 당신 뭐예요? 도대체 여기에 뭐예요?”

천사. 어제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또 해야 하는 겁니까?”

, 아니. 여기에서 뭐 하는 거냐고요? 도대체 남의 집에서 뭐해요?”

? 아니 당신하고 계약을 했으니까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죠.”

상유는 미간을 모은 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기연에게 물을 건넸다. 기연은 미가을 모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나 마셔요. 그래야 정신이 조금이라도 더 들 거야.”

거기에 뭐가 들어간 줄 알고 내가 그걸 마셔요? 그걸 먹고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건데요. 당신을 내가 어떻게 믿어요? 내가 도대체 어떻게 믿어야 하는 건데?”

죽기는. 천사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거든요.”

상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천사 일을 오래 하면서 이런 모욕적인 말은 처음이었다.

이거 마신다고 죽지 않습니다. 천사는 무조건 계약자를 위해서 뭐든 다 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나쁜 거 하나 없으니 그냥 믿으면 되는 거예요.”

뭐라고요? 아니 그냥 믿으라니. 그런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요?”

아니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아직도 천사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건데?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옳았다. 괜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더 우스운 거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남자는 그냥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안 될 걸요? 그쪽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텐데?”

뭐가요? 갑자기 내가 뭘 하면 안 된다는 건데요? 뭐가 안 간단한 건데요?”

신고요. 지금 신고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거 쉽지 않을 거라고요.”

이 남자 뭐야? 내가 지금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천사라니까.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천사니까 그런 거 알 수가 있다고요.”

지금 뭐하는 거죠? 혹시 내 머리에 무슨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거예요?”

다 들리거든요.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저절로 들려요. 계약자인 거니까.”

상유는 자신의 귀를 가리키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뭔가에 휘말린 게 사실이었다. 어제 술을 마셨나? 아니 누구랑 술을 마신 기억도 없는데 뭐지?

그쪽이 도대체 뭔데 나를 왜 도와요?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그냥 나는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이 좋아요.”

뭐라고요? 재미라니.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소리. 나 하나도 재미없어요.”

본인은 그렇겠지만 뭐 재미있어 보여요. 인생이 제대로 꼬였거든요.”

꼬이다니. 이 남자를 만난 게 가장 꼬인 거 같은데. 이 미친 인간은 뭐야?

박상유라니까. 남자도 아니고요. 미친 인간도 아니고. 더 욕은 안 돼요.”

상유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이 남자. 그쪽이 아니라 박상유. 엄연히 천사이고 이름도 있는데 뭐라는 겁니까? 그냥 나를 박상유 씨. 그렇게 부르면 된다고요.”

아니 무슨 천사가 이름이 있어? 그쪽이 진짜 천사라고 하면 이름이 없어야 하는 거죠. 뭐 그런 인간 같은. 사람 같은 이름이 다 있어요?”

어허. 그거 편견이에요. 편견. 정기연 씨 나쁜 편견을 갖고 있어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벽에 살짝 기대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설마 천사라고 해서 무슨 엘로 끝나는 그런 이름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한국에서도 천주교랑 개신교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천국 한국 지부가 생겼고요. 나는 거기에 소속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이름이 아니라 박상유인 거죠. 한국에 소속이 되어 있는 천사니까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어야 하는 거죠.”

뭐라고요?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천사가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한국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니? 이 남자 지금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럼? 설마? 지금 당신 말대로라면 다른 곳에 다른 신들이 있다고요?”

. 이탈리아에도 요즘에는 부처가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사천왕도 같이 있을 걸요? 무조건 거기는 다섯이 다니니까. 그래도 부처는 종류가 많아서 다행이죠.”

이거 꿈이야. 꿈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당할 리가 없는 거잖아.”

기연은 자신의 볼을 세게 잡았다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상유를 노려봤다. 상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예요? 도대체 왜 아픈 건데요? 이거 아프면 안 되는 거잖아요.”

뭐가요? 그족이 자기 볼을 꼬집고 안 아프기 바라는 게 이상한 거죠.”

아니.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는 건데요?”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꿈이었다. 꿈이어야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 통증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게 지금 꿈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데요? 아니 꿈이어야 하는 건데 왜 그러는 건데요? 왜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요?”

말 그대로. 일단 물부터 마셔요. 지금 많이 놀랐어.”

그쪽이 준 거 어떻게 마시냐고요! 말도 안 되죠.”

기연이 고함을 지르자 상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귀를 막았다. 그리고 거울을 가리켰다. 기연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거 봐요. 그렇게 혼자서 흥분하지 말고요.”

거울을 왜요? 내가 지금 거울 보게 생겼어요?”

보라면 좀 봐요. 화 좀 내지 말고. 왜 그래?”

기연은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울을 본 순간 그대로 몸이 굳었다. 상유가 없었다. 상유가 거울에 비춰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지금 이게 무슨 장난인 건데요?”

천사니까요. 천사니까 보이지 않는 거죠.”

기연은 다시 돌아섰다. 상유의 모습이 보였다. 기연은 머리가 복잡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 진짜 이상했다.

아무튼 물을 좀 마셔요. 그러면 나아질 테니까.”

기연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컵을 들었다. 그리고 물을 모두 마셨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린 거였다.

 

그러니까 그쪽이 천사라고요? 천사. 그 천사.”

. 천사입니다. 그쪽이 아는 바로 그 천사.”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나에게 왜 생겨요?”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천사라니. 이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너무 웃긴 거였다.

이거 우스운 거죠? 아니 도대체 왜 나에게 천사가 생기는 건데요?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내가 뭐라고 이런 일이 생겨요?”

왜요? 왜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 건데요?”

? 아니 당연하잖아요. 나는 평범하니까.”

왜 말이 안 되는 건데요? 이상한 말이네.”

아니. 그러니가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은. 그게.”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말이 안 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자신과 이건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특별한 일은 우스운 거였다.

내가 뭐라고요? 내가 뭔데 그래요?”

정기연이니까요. 정기연 씨라서요. 그런 거죠.”

? 그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세상에 유일한 사람이니까. 간단하죠?”

상유의 말에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요?”

세상에 정기연이라는 사람은 딱 하나거든요. 그리고 가장 불운한 여자인 거 같아서요. 그래서 내가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내가요? 내가 그렇게 불행한 사람이라고요?”

. 그쪽이요. 그쪽이 정말로 불행한 사람이에요.”

불운한 여자라니. 그것도 가장 불운한 여자라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쪽이 도대체 무슨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거에 속지 않아요. 돈도 없고요. 그러니까 장난이라면 그만 둬요.”

알아요. 그쪽이 돈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아니. 그런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요?”

안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도대체 무슨 말이야?

기연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에게 더 이상 휘말릴 수 없었다.

그래서 뭘 할 건데요? 뭘 하고 싶은 건데요?”

그쪽이 바라는 거요. 그런 거면 충분한 겁니다.”

뭐라고요? 내가 바라는 거라니. 내가 뭘 바랄 줄 알고요?”

이걸 채워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이 여기에 있어요.”

어디에서 난 건지 모르는 가방을 뒤적이던 상유가 뿌듯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니 천사라고 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이야?

스마트폰은 왜 꺼내는 거죠? 그게 뭔데요?”

이건 행복 측정기라고요. 스마트폰이 아니에요.”

행복 측정기요?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있다고요?”

. 정기연 씨가 100점이 되면 저는 이제 하급 천사가 되어서 이런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행복하게 상급 천사가 되어서 다른 천사들을 괴롭힐 수 있는 거죠. 더 잇아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순간 상유의 미소가 서늘하게 느껴져서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간단하기는 하네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내가 할 거 없이.”

아니요.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고 꽤 복잡해요.”

상유는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입을 내밀었다.

그쪽이 열 번째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다 실패해서요.”

열 번째요? 아니 그냥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서요?”

상유는 양손을 다 펼쳐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아니 사람이 살면서 좋은 일이 백 번이 생기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왜 그게 어려운 건데요? 그거 너무 간단한 거 아니에요?”

내성이 생기니까요. 행복에 대해서 내성이 생기죠.”

내성?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무슨 내성이요?”

. 사람들은 점점 더 큰 행복을 원하죠. 그러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거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점점 더 넘어서요.”

점점 더 큰 행복을 원한다.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그럴 거였다. 행복이 주어진다면. 당연히 점점 더 큰 행복을 원할 수밖에 없을 거였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자신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느낄 거였다.

그렇겠네요.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그럴 거네요.”

그래서 어려운 거죠. 아무튼 계약을 했으니까 저는 그쪽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줄 거예요. 아무튼 우리가 계약을 한 거니까 당연한 거죠.”

좋은 일이요? 도대체 무슨 좋은 일을 해줄 건데요?”

무슨 사이비에라도 당한 건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상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했다. 이 사람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 기연은 계속 상유를 뜯어봤다. 이 남자는 뭔가 바라는 게 있었나?

그런데 저에게 바라는 게 뭐죠? 내가 뭘 해요?”

? 바라는 거요? 그런 거 하나도 없어요. 바라는 거라니.”

.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그냥 해준다고요?”

말했잖아요. 나는 그런 것을 바라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뭘요? 뭘 말을 한 건데요? 내가 해줄 것이 뭐가 있는데요?”

그쪽이 행복한 거요. 그냥 그쪽이 행복하면 되는 거예요.”

행복이요? 내가 그저 행복하면 되는 거라고요?”

자신의 행복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기연이 의아한 사이 상유는 기계를 기연에게 내밀었다. 행복지수 100.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인 건지.

이게 뭐죠? 지금 나에게 뭘 보여주는 건데요?”

그쪽의 지금 기분이요. 아니 행복한 지수. 그런 거죠.”

제가 지금 이렇게 불행하다고요? 내가 이 정도로요?”

행복하지 않다죠. 불행은 아니고. 그건 너무 슬프고.”

정정하는 상유를 보며 기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꿈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복하지 않다니.”

자신은 너무 행복했다. 너무 행복한데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쪽이 나에 대해서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해요? 내가 행복하지 않다니 이상한 거잖아요.”

그래서 행복해요?”

. 행복해요.”

거짓말.”

남자의 간단한 말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나는 보여요.”

뭐가 보여요?”

그쪽이 불행한 거.”

불행이라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지독한 농담을 함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행복했다.

나는 행복해요.”

기연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다짐처럼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