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7장. 더 이상한 남자]

권정선재 2018. 2. 13. 12:16

7. 더 이상한 남자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날도 더운데 고생했어요.”

무슨 수호천사가 그래요? 뭐 이런 천사가 다 있어?”

수호천사는 아닌데요? 그냥 천사일 따름인 거죠.”

상유의 정확한 지적에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확히 말하면 계약을 한 거니까.

그래요. 수호천사는 아니겠죠. 아무튼 천사잖아요. 나랑 계약을 한 거면 뭔가 나에게 유리한?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뭐 하나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없어. 뭔가 나는 더 신기한 일들이 나에게 생길 거라고 생각을 했단 말예요.”

살림을 해주는 것만 해도 다행 아니에요?”

뭐라고요?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생색을 내요?”

기연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가 곧바로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에게만 상유가 보이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기연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하여간 무슨 천사가 이래? 그리고 취업은 도대체 언제 되는 건데요? 취직을 시켜준다고 했잖아요. 그걸 빌미로 천사니 뭐니. 그런 온갖 말을 했으면서 도대체 이게 뭐야? 그런 거 하나 못 해주면서 무슨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대단한 천사. 말은 제대로 해야죠.”

아무튼요! 무슨 사람이 그렇게 자꾸만 말을 뭐라고 해요?”

기연은 입을 막았다.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기연은 헛기침을 하고 미간을 모았다. 더 이상 말릴 수는 없는 거였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뭐예요? 뭐 해줄 건데요?”

내가 가정부에요?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거 아닌가?”

그럼 아니에요? 내가 바라는 거 해주는 사람이잖아요.”

아니 무슨. 내가 그런 걸 해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행복. 내가 행복해야 상유 씨도 좋은 일 아니에요?”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으니까.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씩 웃었다.

그 전에 제 후배 만나고 싶다고 했죠? 아침에 말이에요.”

정말로 다른 천사가 있어요? 그냥 농담으로 한 거 아녜요?”

그럼요. 당연히 있죠. 왜 후배가 없을 거라는 거예요.”

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히 또 다른 천사를 만났다가 다른 일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뭔가 더 복잡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걱정하지 마요.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으니까.”

상유는 양손을 펴 보이며 씩 웃었다. 이 남자가 더 무서웠다.

나쁜 놈은 아니니까. 정말로 괜찮은 녀석이거든요.”

설마 그쪽만 하겠어요? 그조이 가장 나쁜 천사인데.”

내가 나빠요? 내가 천사 일을 하면서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는데.”

그럼요. 당연히 나쁘죠. 그런 것도 몰라요?”

상유가 곧바로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기연은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려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기연은 더욱 더 단호한 태도로 나섰다.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죠. 진짜죠?”

그럼요. 내가 그쪽에게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상유의 활발한 미소가 더욱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어떤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한 쪽은 이쪽이었으니까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었다.여전히 이상한 것이 가득이었지만 일단 만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인간 주제에. 감히 천사를 자꾸만 보자고.”

기연을 보자마자 던진 선재의 말에 기연은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그러는 자기는 천사 주제에. 아닌가. 기연은 기분이 상했다.

뭐라고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그쪽은 뭔데요?”

왜들 그래요.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사우는 거야.”

상유는 가운데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양쪽을 말렸다.

선재 너는 왜 그러는 건데? 기연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너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너 그러면 나도 약속 못 지켜. 내가 약속 안 지킬 수도 있다고.”

뭐라고? 선배. 그건 아니죠. 그건 그냥 이 인간을 만나기만 하면 준다고 한 거잖아. 이 이상하고 괴팍한 여자. 저런 말도 안 되는 여자를 만나면 되는 거죠.”

뭐라고요? 뭐 이런 천사가 다 있어? 뭐 이런 천사가 있어? 말도 안 되네.”

기연이 목소리를 키우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재도 곧바로 소매를 걷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며 선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미치겠네. 두 사람 다 왜 이러는 거야?”

그리고 두 사람이 다 입을 여는 순간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기연은 순간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목을 잡고 입을 뻐끔거렸지만 선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을 따름이었다. 선재는 상유를 그대로 노려봤다.

기연 씨도 앉아요. 어차피 목소리 안 나와요.”

기연이 당황한 눈으로 상유를 쳐다봤다. 상유는 어깨를 으쓱했다.

곧 나올 거니까. 너무 걱정할 이유도 없어요.”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발을 한 번 구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상유는 그제야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거였다.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후배. 그리고 계약자니까. 두 사람이 그래도 아는 사이면 뭐 더 좋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유의 바람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이미 대화도 없이 눈만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그쪽이 바란 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 건 줄 알아요? 한 명의 인간이 두 명의 천사를 만나면 안 되는 거라고요. 그런 거 무조건 안 되는 문제라는 겁니다.”

왜요? 왜 두 천사를 만나면 안 되는 건지 설명을 해요.”

왜라니. 그냥 그래서 그런 건데. 그게 무슨 설명을.”

기연의 간단한 물음에 선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왜 안 되는 것인지.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이 인간은 이런 식으로 형을 속인 거였다.

그러니까. 아무튼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선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그렇게 선재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상유가 익숙하게 음식을 만들었다.

두 사람 다 그만 하고 이거나 먹어요. 처음 만난 사이인데.”

인간의 음식을 먹으라고요? 말도 안 돼.”

그럼.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너는 안 먹어?”

미친 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없지.”

선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속적인 것들이었다. 영적인 존재인 자신들은 이런 것과 어울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런 것은 규정 위반이었다.

그러다 세상에 속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괜찮던데? 여태 아무런 문제도 없더라고.”

뭐라고요? 지금 선배가 하는 그 말씀은. 그러니까.”

선재의 목소리가 떨렸다. 상유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설마 그 말은. 그러니까 선배가 지금 규정을 위반했다는.”

. 그런 고백이지. 별 것 아닌 고백인 거지만.”

상유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닭다리를 곧바로 입에 넣고 씹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터져 나오자 상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먹어봐. 치킨이 얼마나 맛있는데. 인간들이 이런 일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이건 신이 있기에 가능한 음식이라고.”

그렇죠. 치느님. 이게 얼마나 맛있고 훌륭한 음식인데요.”

기연도 대답을 하며 다른 다리를 입에 물었다. 선재는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과 나란히 식사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건 천사의 권능을 제대로 깡그리 무시하는 결과였다.

선배 지금 이거 엄청난 규정 위반인 거 아시죠?”

알지. 이 정도도 용납 못하는 규정이 이상한 거지만.”

그런데 하신다고요? 규정을 위반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 그렇기는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상유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으니까. 맛있는 건 먹을 수밖에 없는 거야.”

미쳤어. 선배 지금 이상하세요. 그러시면 안 된다고요.”

더럽게 시끄럽네. 도대체 그쪽은 왜 그렇게 콱 막혔어요?”

기연은 선재를 한 번 노려보더니 그대로 선재의 입에 자신이 먹던 닭다리를 밀어 넣었다. 선재는 딸꾹질을 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걸 먹으면 안 되는 거다.

먹어요.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거예요?”

기연은 가슴살을 소스에 찍어 입에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행복 측정기의 진동을 느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이거 먹으면 인간 세계에 속하는 거라고요.”

선재는 곧바로 입에서 치킨을 꺼내고 손가락을 튕겨서 술로 입안을 헹궜다. 그리고 곧바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려는 순간 상유가 무서운 표정을 지은 채 그것을 막아서고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그런 상유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 이미 그거 먹었던 거야. 이미 너도 먹은 거라고.”

뭐라고요? 나는 먹은 게 아니라. 이건 내 의지가 아녜요.”

지금 기도하면 다 아신다. 나도 그거 기도해서 걸린 거야. 참회의 기도. 이상하시지. 참회의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바로 파악하신다는 게 말이야. 네가 기도를 하지 못하면 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거 모르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지금 선배님의 말은.”

선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신이 자신들을 이런 식으로 감시한다는 거였다. 선재는 잠시 머릿속 사고회로가 멈춘 기분이었다.

그게 말이 돼요? 신이 왜 우리를 그런 식으로.”

아니면 그걸 어떻게 다 아시니? 말이 안 되는 거지.”

그거야. 신이라면 당연히 그런 것 정도는 알아야.”

선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이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다. 선재는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댔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려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선배님은 많이 드세요. 다른 곳에 말을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어차피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같지만 말이죠.”

인간계에 속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가벼워지더라고. 뭐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도 천사의 권능은 쓸 수 있고. 그거 길지 않아.”

설마. 그때 선배 잠시 안 보이시던 게? 그래서였어요?”

그렇지. 뭐 그게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너도 기억은 하는 거구나.”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고된 취업 스트레스에 미친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지금 심각하게 잘못된 일에 동조하는 거였다.

미친 거야. 미치지 않고서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그냥 좀 먹어요.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요? 성격 되게 이상하네.”

기연의 말에 선재는 입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더 열심히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이에 밀리지 않겠다고 닭을 뜯는 상유를 보며 선재는 더욱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쪽 조심해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말라고요.”

뭐라고요? 내가 왜 조심해야 하는 건데요?”

상유가 밖에 나간 사이 선재가 한 말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제대로 말을 좀 해보시죠.”

선배 좋은 사람이에요. 망가뜨리지 마요.”

그래서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데 왜요?”

그쪽 때문에 타락할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돼요.”

타락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기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려는 건지. 기연은 미간을 모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렸으니 어느 정도 맞장구를 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어느 정도 즐기고 있었고. 아무튼 화가 나는 일이었다.

우리 선배 더럽히지 마요. 그쪽 때문에.”

더럽히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어디에 있어요?”

기연은 곧바로 선재를 노려봤다. 이 천사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무슨 천사가 그렇게 불친절해요? 뭐 그래요?”

아무리 이쪽이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제 고객도 아닌 사람에게까지 친절할 의무는 없습니다만? 제가 그쪽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없죠.”

서비스업이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서비스라는 거죠?”

기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선재는 이를 드러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혀를 찼다.

형은 왜 또 하필 당신에게. 왜 그러는 건지.”

? 그게 무슨?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그쪽이 알아야 할 것은 없어요.”

선재의 알 수 없는 말에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 사람, 아니 이 천사는 또 뭐라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 그 말. 내가 그럼 상유 씨랑 뭘 안다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이상하잖아요.”

아니.”

기연이 따지자 선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뭐가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거예요. 아무 것도 아니니까 무시를 하면 되는 겁니다.”

방금 나에게 또. 아무튼 또라뇨? 그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그렇게 궁금해하게 만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무 말도 아닙니다. 괜히 이상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지 말아요.”

선재가 대충 넘기려고 하니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척 하려고 하는 건지.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꾹 다물었다.

도대체 내가 박상유 씨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요?”

아주 긴 인연이죠. . 당신은 이렇게 말을 해줘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당신이 알아도 모르는 거고.”

인연이요? 도대체 무슨 인연이요? 내가 무슨 인연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우리가 뭐가 있는 거라고요?

선재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상유가 방에 들어오자 입을 다물었다.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뭐가요?”

아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뭐라도 이해를 하려고 했지만 이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에게 왜 이러는 건지 이상하잖아요. 나는 그 누구보다도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특별한 게 없다고요.”

그러니 이제 특별해지면 되는 거죠.”

그게 무슨.”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이상한 거고 상유도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