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8장. 좋은 사람. 좋은 천사]

권정선재 2018. 2. 14. 12:30

8. 좋은 사람. 좋은 천사

도대체 그 후배는 나에게 왜 그러는 건데요?”

아니. 일부러 그렇게 구는 건 아닐 거예요.”

상유가 변명을 하면서 말하자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그러지 않는 것인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함부로 구는 것. 그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부아가 치미는 거였으니까.

원래 천사들은 다 그렇게 불친절하고 그래요?”

아니죠. 지금 기연 씨가 나만 봐도 안 그렇잖아요.”

아니. 아니죠. 상유 씨도 나에게 그랬었잖아요.”

기연이 검지를 들고 말하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언제요? 나는 늘 친절한 천사였단 말이에요.”

아니죠. 처음 만났을 때. 되게 이상하게 말을 했잖아요. 막 이상한 말투를 쓰고. 그래. 그쪽도 되게 불친절했네. 이거 천사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거네요. 맞죠? 천사들은 원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되게 불친절하고 그런 거잖아요.”

아니요. 절대로 아닙니다. 천사들은 친절한 존재에요.”

상유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친절이라는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걸요. 친절이라니.”

왜요? 우리 정도면 충분히 친절한 존재에요.”

아니에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다른 존재들도 모르면서. 뭐라는 거죠?”

, 아니 그런 것은 잘 모르기는 하지만.”

기연은 대답할 말이 궁해졌다. 상유의 말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일반적인. 그리고 너무나도 적은 부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그쪽에게 잘 해주려고 하는 거라고요.”

그래요. 일단 후배를 보여주기도 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상유가 자신에게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감동이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업이 된 것도 아니었고. 아직 천사가 아는 존재라고 해서 덕을 본 것도 없었다. 상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왜요? 왜 그러는 건데요? 뭐가 또 불만인 건데요?”

취업이요. 나에게 취업을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게 그렇게 빠르게 가능할 리가 없는 거잖아요.”

뭐야? 무슨 천사가 이렇게 힘이 부족하고 그래요?”

아니. 뭐 대출도 막 그렇게 하나? 뭐가 있어야 하지.”

상유의 말에 기연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는 건데요? 천사에게 말이죠.”

그쪽이 행복해야죠. 정기연 씨가 행복해야. 그걸 담보로 잡고 다른 권능을 가지고 오는 거죠. 그런 간단한 것도 지금 모른단 말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결국 그게 전부 다 나라는 거예요?”

기연이 눈썹을 올리며 반문하자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튼 그래도 정기연 씨는 빌릴 수 없으니까.”

결국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네요?”

아무 것도 아니라기 보다는 힘이 약한 편이죠.”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나는 취업이 되어야 무지 행복할 거예요.”

취업을 한 사람들을 보니 그렇게 행복하게 생각하지 않던데요? 내가 생각하기에 정기연 씨도 그다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지 않을 거 같은데. 뭐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다른 종류의 행복.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을 바라는 것은 없을까요? 내가 그런 것들이라면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그런 건 할 수가 있거든요.”

상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에 기연은 혀를 찼다. 하여간 무슨 천사가 이렇게 무능력한 것인지. 기연은 입을 꾹 다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취업. 무조건 취업.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무조건 취업. 무조건 취업인 거죠.”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미친 거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여자라니.”

그래도 너도 너무 심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제가 뭐가 심했다고 저에게 이러는 거예요? 말도 안 돼.”

상유의 지적에 선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상유는 입을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가 상유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선배 그렇게 마음대로 규정도 어기고. 그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너도 그냥 규정을 넘으면 되는 거지.”

아니요. 절대로 아니에요.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요.”

선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상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선재는 지나칠 정도로 규칙을 잘 지켰으니까.

너에게 넘으라고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무슨 걱정을 하지 마요. 내 기준으로 이미 넘었는데. 그게 지금 나보고 그냥 용납하라는 거 아니죠?”

선재의 분노에 상유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선재는 그런 상유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배.”

그래? 이미 너는 네 기준으로 넘었던 거야? 그게?”

당연하죠. 그런 식으로 넘는 거 정말로 싫다고요.”

선재는 가볍게 몸을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는 그런 선재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혀를 내밀고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그런데 형은 아예 모르는 거죠? 아무 것도.”

? 내가 뭘 모르고 있다는 건데? 뭐가?”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형이 아무 것도 모르고 이러는 거니까 신기하기는 하네요.”

선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상유는 그런 선재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상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더 할 말도 이미 없었다.

아무튼 그 여자 조심해요. 너무 잘 해주지 말라고요.”

내 의뢰인에게 잘 해주지 말라는 게 지금 말이나 되니?”

그래도 너무 이상하잖아요. 갑자기 그렇게 꼬인다는 게.”

뭐가 꼬인다는 건데? 너 지금 되게 이상하게 굴어.”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니라고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선재는 다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상유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내밀었다. 뭐가 숨기는 것이 분명한데, 지금 그로는 알 수 없는 거였다. 선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상유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선재가 말을 해주지 않을 거라면 알 수 없는 거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네가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너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너를 정말로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나에게 너무 그러지 마. 부탁이야. 네가 너무 나에게 날을 세우면 나는 너 때문에 슬픈 기분이 드니까.”

상유의 말에 선재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도 형을 좋아하니까 이러는 거예요.”

그래. 그리고 이거 네가 달라고 한 신의 불벼락.”

선재는 상유가 거네는 불벼락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손에 쥐었다가 불벼락이 반짝이자 재빨리 바닥에 내려놓고 씩 웃었다. 상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으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또 가는 거예요? 가서 뭐 하려고 하는 건데요?”

정기연 씨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거지. 뭐가 있어?”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해서 형이 좋아지는 거예요?”

아무래도 그게 내가 승진할 기회니까 당연한 거지.”

상유의 대답에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선재가 이러거나 말거나 상유는 연신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럴 거면 관둬요. 도대체 일을 왜 이렇게 못해?”

죄송합니다.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됐어요. 나가요. 우리 이제 자기 필요 없을 거 같아.”

대리의 말에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렇게 나가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지금 이렇게 나가면 월세는 어떻게 하고.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굴해도 지금 이대로 나가는 것 보다는 자존심을 숙이는 게 나았다.

에이. 제가 실수였어요. 다시 한 번 할게요.”

아니 안 그래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있어서 불편했다고요. 그러니까 당장 나가요. 그쪽은 더 필요가 없으니까.”

대리의 말에 기연은 숨을 크게 쉬었다. 도대체 뭐야.

왜 그래요? 그러다가 나에게 뭐라고 하겠어?”

왜 반말이니?”

기연의 갑작스러운 말에 대리는 눈을 크게 떴다.

, 뭐라고요? 정기연 씨 지금 뭐라는 거야?”

너 왜 나에게 반말이냐고. 너 나보다 어리지 않니?”

기연의 날이 선 말에 대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동안 도대체 왜 이렇게 참았던 건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가 네가 무서워서 그랬니? 네 직급이 그렇지.”

뭐라는 거야? 지금 그렇게 해서 뭐 하자고?”

어차피 네가 나가라며? 어디에서 건방지게.”

기연이 이를 악 물고 말하자 대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이 그냥 듣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 이렇게 말을 할 줄 몰랐기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쪽은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아니. 운이 좋은 사람이야. 그것도 아주 많이 말고 아주 조금. 그런 사람이 지금 누구를 탓하고 그러는 거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래도 귀찮으니까 그 동안 내가 하던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복사 한 번 실수했다고 그냥 나가라는 게 지금 말이 된다고요?”

지금 직원에게 뭐라는 거예요? 당장 나가요!”

대리의 고함이 사무실에 퍼졌다. 기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거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요. 그런데 이거 그쪽이 관두라고 한 거예요.”

?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요?”

나 여기에서 일한 시간. 그리고 당신이 자른 거. 1년 이상 일해서 퇴직금도 받고 실업급여도 받으려고요. 고마워요. 그쪽 덕분에.”

기연의 말에 대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가야 하는 거라면 모든 것을 다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거였다. 그게 기연이 그 동안 살면서 세상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고마워.”

기연은 돌아섰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받아낼 거다.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을 거다. 세상에 정기연은 단 한 사람이니까.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맞춰서 오려고 한 건데.”

뭐야.”

기연이 툭 던진 말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기연의 눈에서 툭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상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 거예요? 왜 갑자기 그렇게 울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예요? 울지 말고 그냥 나에게 말해요. 무슨 일이에요? ?”

정말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진짜 싫어.”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알아요. 그쪽에게 내 취업 부탁하면 안 되는 거. 그러는 거 그쪽이 말하는 규칙을 위반하는 거라는 거.”

기연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제약이라고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뭐라도 다른 방법을 생각을 하면 자신이 얼마든지 기연을 도울 방법이 생길 거였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지금 일자리 때문에 그래요? 그런 거라면 내가.”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초라해서 그래.”

기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상유에게 따질 일이 아니었다. 상유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못나서. 자신이 그냥 별 것 아닌 인간이라서. 그래서 그런 거였다. 이건 상유의 잘못도 아니라 그냥 내 잘못이었다.

내가 멍청하게 선택을 해서 그런 거죠. 어떻게 해.”

아니요. 정기연 씨는 그런 적 없어요. 왜 그런 말을 해요?”

고마워요.”

기연은 애써 울음을 참으려고 시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좋네.”

기연 씨.”

상유는 손을 내밀어 기연의 얼굴에 가져왔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온기에 기연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상유는 기연을 보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연 씨. 너무 그러지 마요. 내가 말했잖아요. 세상에 정기연이라는 사람은 단 하나라고. 그래서 내가 정기연 씨를 돕는 거라고. 그런데 왜 그래요? 뭐가 문제인 거예요? 아무 걱정도 하지 마요. 세상에 정기연은 오직 하나인 거니까요.”

그게 뭐야. 그런데 이거 되게 기분이 좋기는 하네요.”

기연은 상유의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편해졌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신기했다. 이런 기연의 반응에 상유다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기연 씨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무조건 상유 씨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닌데 왜요?”

무조건 뭐라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아니라고 해.”

아니거든요.”

기연이 입을 내밀면서 말하자 상유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크게 쉬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답답한 것이 모두 다 날아가는 기분이어서 너무나도 편안했다.

좋다. 상유 씨가 이러는 거 보면 천사는 맞네.”

그럼요. 내가 천사라고 이미 말을 했는데 왜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거 천사인 거 맞아요.”

상유는 행복 측정기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기연을 보는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가슴에 뭔가 무거운 것을 콱 하고 눌러놓은 기분이었다.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무거운 마음이었다.

그렇구나.”

왜 그래요?”

아니.”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저 자신을 위한 거라고 느끼면 그만인 거였다.

고마워요.”

?”

그냥 누가 있으니까 좋아.”

. 다행이네요.”

상유의 밝은 미소에 기연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