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0장. 이상한 순간]

권정선재 2018. 2. 20. 21:54

10장. 이상한 순간

“도대체 뭐냐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서 저번에는 왜 나 혼자 이상한 사람처럼 중얼거리게 만든 거야. 그거 되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사람 바보 만들고. 아무리 천사라고 하지만. 내 소원을 들어준다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아니 그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기연의 짜증에 상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사의 권능이라는 것을 그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특히나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연을 설득하기에는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연의 말처럼 그녀가 바보 취급을 당할 때 드러내도 충분한 거였다.

“즐거웠어요? 나를 바보로 만드는 게 좋았어요?”

“아니 그런 게 좋을 리가 있어요? 하지만 행복하지 않아서.”

“아 그러니까 나 때문이다. 내가 문제다. 지금 그거죠?”

“아니요. 절대로 아닙니다. 기연 씨 탓이 아니에요.”

상유의 말에 기연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서운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나쁠 것도 하나 없기는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튼 할 수 있는 거. 다른 거 또 뭐가 있어요?”

“없어요. 나는 뭐 흡혈귀 같은 것은 아니니까.”

“비둘기라도 변할 수 없어요? 평화의 상징인데?”

기연의 말에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치. 무슨 천사가 그런 것도 못하고. 실망이야.”

“그건 천사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만.”

기연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상유에게 고마운 것은 사실이었다. 정아가 친구이기는 하지만 혼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상유 덕분에 다행히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기연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에게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저 고맙다고 할 일이었다.

“고마워요. 상유 씨가 아니면 큰일이 날 뻔 했네.”

“큰일은. 아무튼 미안해요. 내가 뭘 할지 말을 안 해줘서.”

“됐어요. 그런데 실망이네. 천사라면서. 별 거 없고.”

기연의 말에 상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천사니까 할 수 있는 게 있거든요. 있어요.”

“그게 뭔데요? 상유 씨 뭐 하는데요?”

“날 수 있어요. 그렇게는 아니지만 말이죠.”

“날 수 있다고요? 정말 하늘을 난다는 거예요?”

“기연 씨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가능해요.”

“좋아요. 보고 싶어요. 하늘을 나는 거. 어떤 거지?”

기연은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천사가 나는 거라고 하면 날개를 쫙 펴고 강림하듯 그렇게 나리는 것일 거였다. 그렇다면 상유를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천사라는 생각이 들 거였다.

“좋아요. 내가 기연 씨를 위해서 보여주죠.”

상유는 양손을 꽉 쥐고 힘을 줬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이상한 신음을 흘리는 순간 살짝 몸일 떴다. 그리고 뭔가 더 있으려는 순간 그대로 지면에 착지했다.

“그게 뭐예요?”

기연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설마 그런 걸 지금 난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나는 거죠. 기연 씨는 못 날잖아요. 아니에요?”

“아니. 나는 그 정도도 못 날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난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건 나는 게 아니죠. 그냥 조금 오래 뛰는 거지. 제자리에서. 아니 이걸 누가 난다고 해요? 나는 거 몰라요? 새처럼. 응? 무슨 천사가 이렇게 날아. 이건 아니지. 이걸 가지고 내가 난다고 할 거 같아요? 이거 정말 실망이다. 이건 아니죠.”

기연의 속사포 같은 말에 상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계속 힘을 주었지만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상유를 두고 돌아섰다.

“기연 씨 같이 가요. 멀어지면 안 된다니까.”

“아 몰라요. 창피해. 그게 도대체 뭐냐고. 뭐야?”

기연의 걸음에 상유는 울상을 지으며 재빨리 쫓아갔다. 기연은 그럴수록 걸음을 더 빠르게 하고 상유도 더 빠르게 기연을 쫓아갔다.

 

“이상하지?”

“그러게.”

선재의 물음에 용준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미간을 모은 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의 연속이었다. 이런 것은 천사가 해서는 안 되는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아니 무슨 천사가 인간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저게 도대체 뭐야? 저런 건 위에 보고를 해야 해. 그러지 않았다가는 천사의 위엄이 낮아진다고.”

“하지 마.”

선재의 낮은 목소리에 용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용준은 입술을 꾹 다물고 침을 삼키고 선재의 낯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선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 아니 이런 건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위에서도 알아야 하는 거지. 우리만 이렇게 보고 그냥 넘겨야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위에 보고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차피 형이 지금 여기에서 하급 천사를 몇 번을 했는데. 그리고 지금 이거 신의 장난이잖아. 그런데 이 신의 주사위 놀이에 우리도 신의 편을 들자고? 같은 천사끼리 그러자는 거야?”

“아니 꼭 그러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 약속이 있잖아. 우리는 신의 사자들이라고. 신의 뜻을 따르는 건 당연한 거야. 신을 부정하면 안 되는 거지.”

“부정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세상에 당신이 모든 곳에 있지 못해서 우리를 만든 거니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대로. 그대로 약간은 양해를 해야 한다는 거야.”

선재의 말에 용준은 입을 다물었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이건 내가 형에게 직접 말할 거야. 그러니까 위에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형도 상유 형에 대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니까. 내가 형을 너무나도 아끼는 그 마음. 형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내가 부탁을 할게.”

이미 부탁을 하는 태도가 아니었지만 용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다른 천사와 트러블을 일으키면서까지 위에 신고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더 큰 문제가 생기면 네가 알아서 해야 해.”

“알아. 그 정도 분별력은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뭐. 네가 그렇다고 하면 내가 할 말은 없지.”

용준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재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상유를 어디에서부터 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자꾸만 복잡해졌다.

 

“너무 그러지 마요.”

“뭐가요?”

“너무 화를 낸다.”

기연이 자신을 갑자기 노려보자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하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해야지. 애초에 그러면 그렇게 숨을 이유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나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래야 내가 기연 씨의 목소리를 모두 다 듣죠.”

“변태에요?”

“아니요.”

상유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변태라니. 천사로의 위엄이 사라지는 말이었다. 상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오롯이 기연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

“그런 말은 하지도 마요. 무슨 변태는 변태에요?”

“그럼 뭔데요? 뭔데 내 말을 다 들으려고 하는데요?”

“그래야 행복하게 해주죠. 그게 내 일이에요.”

“일이라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가 이러는데 뭐라고 더 할 말은 없었다. 기연은 상유를 노려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나는 싫어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해요.”

“그것도 전부 다 계약서에 있는 거라서요.”

“그 별책부록. 그거 내놔요. 그거 좀 보게.”

“뭐. 보여줄 수는 있는 건데. 살살 봐야 해요.”

“당장 내놔요. 무조건 계약 파기하기 전에.”

기연의 엄포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책을 꺼냈다. 기연은 상유의 손에서 그것을 빼앗아 가듯 가져갔다. 상유는 입을 내밀고 울상을 지었다.

 

“여기 있네.”

한참을 확인하던 기연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기연의 옆에 다가갔다. 상유는 기연이 보던 페이지를 어깨 너머로 보고 입술을 내밀었다.

“뭔데요?”

“으왓.”

상유가 너무 가까이 오자 기연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왜 그래요?”

상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가까이 와요? 사람 놀라게. 뭐 이런 천사가 다 있어. 다른 사람이 놀라는 거 생각도 안 하는 거예요? 대체.”

“아니. 그게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상유는 자신이 왜 사과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사과의 말부터 건넸다. 기연은 겨우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그덕인 후 책자의 문장 하나를 가리켰다.

“여기요. 여기.”

“뭔데요?”

“천사는 인간에게 이 별책을 보여주지 않고 계약을 했을 때. 인간이 바라는 그 순간 계약을 다시 하거나 파기할 수 있다. 지금 이 문장 제대로 보고 있는 거죠?”

“아니 그러니까 이런 문장이 있다고요?”

상유는 눈을 크게 뜨고 책을 살폈다. 그 동안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문장은 본 적이 없기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이 있기는 있는 거네요. 여기에. 그렇구나. 있는 거구나.”

“뭐예요? 그 반응은?”

“몰랐어요.”

“자기도 안 보고 계약해요?”

“어. 그게.”

상유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보고 계약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그건 천사도 마찬가지죠.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뭐 그런 거 다 보고 계약을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 거 다 보고 계약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런 걸 누가 보고 있어요. 그런 거 그냥 가볍게 넘기는 거고. 그냥 믿음. 신의. 그런 걸로 하는 거죠.”

“미친 거 아니야? 이 천사. 그게 뭐예요?”

기연은 머리를 쥔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튼 나는 계약을 다시 하겠어요. 알았어요?”

“아니 무슨 계약을 다시 한다고 그래요. 네?”

상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일 그랬다가는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 거였다. 특히나 여태 썼던 천사의 권능. 그 부분도 말썽이 될 거였다.

“내가 양해를 해줄게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그럼 일단 방에 커튼부터 달죠. 그건 할 수 있죠?”

“네? 뭐.”

상유는 손가락을 튕겼고 곧바로 커튼이 생겼다. 기연은 입술을 내밀었다. 이렇게 간단한 걸. 기연은 커튼을 만져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만족할 두께였다.

“커튼 재질이 괜찮죠? 이게 천사들이 만드는 거라서요. 아. 직녀. 그 직녀 알죠? 그 사람도 원래는 천사에요. 직녀는 직업인 거 아실 거고. 그러니까 이름이 뭐더라? 그 분이. 박말녀? 아닌가? 조을년? 뭐. 이름이 있으셨는데. 그 분이.”

“됐어요. 직녀 이름 궁금한 게 아니라 그쪽이랑 있기 불편해서 그래요.”

“네? 나랑 있는 거요? 그게 도대체 왜 불편한 건데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기연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하나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기연이 불편하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검지를 내밀었다.

“아무리 그쪽이 천사라고 해도 남자잖아요. 남자. 남자는 불편하다고요. 알아요? 나는 여자고. 어떻게 남자랑 여자가 한 방에서. 그것도 원룸에서 말이에요.”

“아니 뭐. 그런 거면 진작 말하죠. 나 기연 씨에게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아니요. 그런 거 하지 마요. 무조건 있어요. 보여요. 그래야 상유 씨가 나를 몰래 보는 건가. 아닌가. 그런 것을 다 확인할 수가 있지.”

“에이. 그건 너무 심하다. 나를 뭐로 보고 그래요?”

“음흉한 천사.”

기연의 말에 상유는 상처를 입은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장 취업. 나에게 해준다고 했으니까 해줘요.”

“뭐. 그런 건 어려운 게 아니죠. 취업 정도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그 저옫라고 하지 말고 진짜로 하라고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고민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에게 당신의 행복과 취업은 관계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을 거였다.

“그리고 나 몰래 듣지 마요. 그런 거 되게 싫으니까.”

“알았어요. 일단 그것만 지키며 되는 거죠?”

“더 생각나면 말하죠. 일단은 그걸로 되겠어요.”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기다란 커튼의 끝을 밟았다고 느끼는 순간 기연은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몸이 뜬다고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상유가 기연을 받아냈다.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의 손길. 상유의 모든 온기가 느껴졌다. 기연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상유를 느끼면서 심장이 미친 듯 뛰는 거였다.

“뭐, 뭐예요?”

“네?”

“아니.”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그대로 뒤로 물러나서 상유를 노려봤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네?”

“아, 아니.”

당황한 상유를 보며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마법 같은.”

“네?”

“그래. 그 권능.”

“아.”

상유는 자신의 손을 보면서 씩 웃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하는 거야.”

“왜 화를 내요?”

“됐다고요.”

기연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