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2장. 천사의 미소]

권정선재 2018. 2. 23. 01:54

12. 천사의 미소

그래서 그냥 둔다고요?”

뭘 할 건데?”

아니.”

아름의 반문에 선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맞았다. 화가 난다고 해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누나 지난번에 서류 엄청 많이 처리했으면서. 이번에는 형을 먼저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막는다고 간단히 막아질 거라면 진작 막았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더 우스운 거지. 천사에게 개입할 수 없는 거야.”

하지만.”

그럼 네가 끼어들래?”

아니요.”

아름의 제안에 상유는 양손을 들어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름은 입을 쭉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천사가 해야 하는 일. 그것은 누구라도 해야 하는 거니까. 그 당연한 것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누나도 많이 달관했네요.”

그렇지.”

아름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힘들어.”

서류는 좋아 보여요.”

아니.”

선재의 말에 아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단호히 검지를 흔들었다. 선재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누나도 즐기는 거 같아.”

?”

상유 형의 자유.”

미쳤니?”

정말 아니에요?”

아니야.”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괜찮을 리가 없었다. 상유를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뭐 상유를 강제로 막고 싶지만. 그건 내 일을 벗어나는 거고.”

위에 부타을 해요.”

미쳤어?”

선재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위에서 상유의 행동에 대해서 안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아름은 가볍게 몸을 떨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싫어하실 거야.”

그렇겠죠.”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더 개입을 해야 하는 거죠. 상유 형 이러다가 정말로 개입을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뭐 개인의 취업 정도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거니까. 그 정도를 해주는 건 권능으로 처리해도 될 거야.”

아름은 재빨리 서류를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어색하게 웃었다.

누나 상유 형에게 엄청 편의를 봐주는 거 알아요?”

그래?”

엄청나게.”

너에게도 그러는 거 아니야?”

아름의 말에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그저 제가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지. 이거 가지고 편의를 봐준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내가 지금이라도 너에게 일을 부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

선재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자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고 영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름은 기이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서만 냉정하게 행동했다.

누나가 나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왜 안 된다는 거야?”

내가 누나가 부탁을 하는 거 얼마나 많이 들어주고 있는데. 나에게 인간 뒤치다꺼리나 하라고 하는 거예요.”

선재는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가볍게 손뼉을 쳤고, 선재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누나.”

인간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했지?”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아름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제야 선재의 표정이 편해졌다. 선재는 아름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저런 사람을 보고 천사라니.”

사람이 아니잖아.”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예요?”

바로 잡는 거지.”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다른 천사들 뒤를 밟아주는 거. 저 아니면 해줄 천사 없잖아요? 저처럼 흥미를 갖는 존재도 없고.”

그러게.”

아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가 아니고서야 그 귀찮은 일들을 다 해줄 천사를 구하는 일이 요원했다.

제가 이 일을 흥미롭게 생각을 해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누나가 다 해야 하는 걸 걸요?”

알았어. 알았다고.”

아름의 대답에 선재는 씩 웃었다.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꾸만 선재에게 휘말리는 기분이었다.

 

밤에 어디에 다녀오는 거예요?”

?”

기연의 물음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그러니까.”

없더라고요.”

.”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수호 천사라고 해놓고서 옆에 없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매일 밤 없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다고 생각을 하면 되는 거죠?”

다행이다.”

변명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던 상유가 놀라서 기연을 쳐다봤다. 기연은 표정이 정말로 편해 보였다.

다행이라고요?”

. 다행이죠. 나는 박상유 씨가 내가 자는 순간에도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긴장이 사라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까?”

천사라면서요.”

아니.”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무리 자신이 천사라고 해도 그런 기본권을 어기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다니.

뭔가 기분이 나쁘네요.”

왜요?”

악마나 할 짓에 대해서 말하고.”

악마요?”

기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악마도 있죠?”

당연하죠.”

당연하다니.”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을 생각하다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요?”

기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무슨 거짓말요?”

악마 같은 게 어디에 있습니까? 아하하.”

웃음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미 기연은 상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낭패였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혹시 다음에 다른 천사를 만나게 되면 내가 악마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내가 다른 천사를 또 만날 일이 있어요?”

. 없죠.”

상유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그런 상유를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의 말처럼 비밀을 지켜준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할 일은 전혀 없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까?”

. 찾았어요.”

기연은 밝은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가.”

?”

소설을 쓰는 거요.”

소설이라니.”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천사들도 인간들의 생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한다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 그러니까.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뭐 그런 일이.”

안 될까요?”

.”

안 된다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은 예언자도 아니었고. 그저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존재였다.

저야 뭐 그쪽이 행복하게 되어서 그 에너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가면 그것으로 그만이기는 한데 말이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약간 복잡한 체계라서 말이에요. 한국에서 예술을 한다고 행복하기가 좀.”

어렵죠.”

기연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자신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가난한 일인지.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다. 머릿속을 한참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나서야 겨우 생각이 났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어요.”

그렇습니까?”

.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렇구나.”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망성이 있는지 재빨리 기연의 눈을 봐서 그녀의 과거를 응시했다. 기연이 한 말처럼 그녀는 전에 글을 써서 꽤나 많은 상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그런데 왜 글을 쓰지 않았습니까?”

상유 씨가 말한 이유?”

제가 말한 이유라면?”

돈이죠.”

기연은 정말 명랑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밝음 뒤에 꽤나 짙은 쓸쓸함이 묻어나서 상유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구나.”

. 싫다.”

기연은 손뼉을 치며 씩 웃었다.

이런 말 하지 마요.”

그러니까.”

그냥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과 어울리지는 않더라고요.”

기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제가 잘 해야 하는 일. 그것들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게 소설과는 멀었어요.”

지금은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어떻게든 된다니?”

천사잖아요.”

기연은 양손을 벌려서 상유를 가리켰다.

수호천사.”

그런 거까지는 아니라니까요.”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라.”

기연은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물끄러미 보다가 헛기침을 했다.

왜 그래요? 나 뭐가 묻었나?”

아니요.”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기시감.

그래서 어떻게 그걸 할 건데요?”

?”

정한 건 있습니까?”

상유의 말에 기연은 입술을 내밀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