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4장. 책 한 권]

권정선재 2018. 2. 26. 12:12

14. 책 한 권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뭐가?”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입을 쭉 내밀었다.

천사의 입장에서 당연히 계약자가 더 행복하기 바라는 건데. 나는 그것을 도운 것이 전부인 건데.”

아니. 아무리 돕는다고 해도.”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일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 게 어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거야?”

하지. 하는데. 이런 걸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믿을 리도 없는 거고. 다들 무시하고 할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아니.”

아름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묻자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걸 그냥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거 자신이 다른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해야 하는 거잖아.”

뭐라고?”

나는 얼른 이 징계를 풀어야 한다고.”

그 징계 길어질 수도 있어.”

그건 아니지.”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왜 이 귀찮은 일들을 감당하는 건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싫어.”

네가 싫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내가 위에 직접 말을 하는 수도 있어. 이거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다고.”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래?”

나는 얼른 이 지겨운 일을 그만 했으면 좋겠어. 인간들의 뒤처리를 하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 줄 알아?”

모르지.”

아름의 간단한 대답에 상유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아름은 깔깔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다가 정색했다.

암튼 안 돼.”

증거를 대.”

?”

규정 좋아하잖아.”

아니.”

상유의 지적에 아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의 말이 옳았다. 이건 규정이 있어야 하는 거였다.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규정이 없으면 자신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없지?”

있을 거야.”

아름의 투지에 상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나는 갈 거야.”

경고야.”

증거를 가지고 와서 경고를 주라니까.”

아름은 이를 갈았지만 상유의 여유로운 표정에 할 말은 없었다. 상유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러니까 제대로 따져야지.”

어디에 있다가 온 거야?”

선재가 갑자기 나타나자 아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선재는 씩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웃고는 아름의 옆에 앉았다.

누나도 제대로 해야 하는 거 그냥 대충 넘어가지 마요. 누나 보면 형한테 너무 맞춰주는 거 같아.”

내가 맞춰주는 게 아니라. 이건 내가 지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도 짜증이 난다고.”

그냥 그렇다고 하면 되지.”

?”

규정에 있다고 그냥 말을 하면 되는 거잖아요. 형이 하나하나 규정을 다 확인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나가 너무 많은 것을 봐주는 것 같아. 누나 보면 상유 형에게 유난히 약한 거 알죠?”

위에서 좀 그러니까.”

아름의 말에 선재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의 말처럼 위에서는 유난히 상유에게 빡빡하게 구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무조건 용인하고 넘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누나가 그럴수록 위에서 더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누나가 그러니까 위에서 제대로 하려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오래 본 천사인데.”

그래요?”

너는 일 안 해?”

일 없죠.”

선재의 말에 아름은 미간을 모았다. 선재는 준비한 서류를 내밀며 씩 웃었다.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면 너는 늘 내 주위에 있는 거 같은데 일을 잘 해.”

그게 내 능력이지.”

선재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아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선재는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왜 안 쓰고 있어요?”

다 썼어요.”

기연이 내민 글을 본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너무 느린 거 아닙니까?”

?”

이거보다 빨라야지.”

아니.”

기연은 혀를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를 하는 것도 어려운 건데. 상유는 너무 간단하게 말했다.

그쪽은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 말입니까?”

아니. 조금만 더 여유를 줘도 되는 건데. 유난히 빡빡하게 구는 거 같아. 그런다고 다 잘 하는 거 아니거든요?”

더 잘 해야지.”

아니.”

기연은 변명할 거리를 찾다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상유가 자신에게 행동하는 것이 다소 무례했다.

그런데 왜 말을 놔요?”

아니.”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딱 보니 나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그래요?”

?”

그렇게 보여요?”

아니.”

상유가 갑자기 얼굴을 훅 가지고 오면서 반문하자 기연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그래요?”

신기해서요.”

신기하다뇨? 자기 얼굴 못 봐요?”

못 보죠.”

상유는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의 말에 기연은 당황스러웠다.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유령이 거울에 안 비치는 거랑 같은 거라고 할까?”

?”

기연의 반응에 상유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귀신같은 거라는 거죠?”

나도 결국 천사니까요.”

.”

기연은 긴장했지만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기연이 그러거나 말거나 상유는 신기한 표정이었다.

내가 젊구나.”

어떤지 궁금해요?”

?”

내가 그림은 그리 잘 그리지 못하지만.”

기연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나구나.”

왜 그렇게 봐요?”

그냥 신기해서.”

상유가 멍하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자 기연은 그냥 멍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요.”

감동이에요.”

?”

이거 좋다.”

아니.”

고마워요.”

상유의 눈을 보는 순간 기연은 멍해졌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도 그런 기연을 보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많이 올라갔네.”

다 내 능력이지.”

상유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아름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되는 거야. 그 사람이 쓰는 소설. 그거 못 쓰게 해야 해.”

?”

왜라니?”

아름은 곧바로 얼굴을 구겼다.

박상유.”

그건 그 인간의 선택이야.”

아니.”

아름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것을 하라고 제안을 한 거잖아. 천사의 제안으로 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고. 그건 네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네가 그 일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지.”

그래. 내가 하라고 했어.”

그거 규정 위반이야. 내가 확인했어.”

선재의 말처럼 확인을 했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상유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름은 여전히 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튀는 행동만 하는 거야. 위에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려운 줄 알아?”

알지.”

아는데 이래?”

.”

상유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누나를 믿으니까.”

미쳤어.”

상유의 대답에 아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고 그 자세로 상유를 삐딱하니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돼. 이제 안 막아줄 거야.”

아니.”

위에 바로 보고할 거야.”

상유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위에 말을 한다고 다른 징계가 더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귀찮은 일들이 이어질 거였다.

그러니까.”

내가 서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알지.”

위에 말하면 서류를 써야 해서 지금 참고 있는 거야. 이거 네가 하면 안 되는 거니까 이거 받아.”

아름은 상유에게 두툼한 책을 넘겼다. 상유는 헛기침을 하고 그 책을 멍하니 보고 미간을 모았다.

이게?”

규정.”

규정이라니.”

상유는 울상을 지었다.

설마 이거 읽으라는 거야?”

당연하지.”

아름은 검지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너 머리 좋다며?”

아니.”

상유는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아름의 단호한 표정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잔머리를 쓰다가 제대로 당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