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6장. 소망이라는 것]

권정선재 2018. 2. 28. 00:15

16. 소망이라는 것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마지막 손님까지 내보내고 기연은 가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바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손님이 되게 많네.”

선재의 말에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요즘 안 이랬는데.”

그거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안 좋지.”

선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직 마감을 하기 전이었다.

그럼 우리 이제 정리를 할까?”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요.”

그래도. 쉬고 싶어서.”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내가 사장이잖아.”

선재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웃자, 기연은 머리를 다시 묶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가서 소설 잘 써요.”

?”

잘 쓰라고.”

.”

기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주말 잘 쉬어요.”

. 들어갈게요.”

기연은 옷깃을 여미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상유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 여기서 뭐해요?”

기다렸죠?”

안 추워요?”

안 춥죠.”

상유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부럽다.”

?”

사람들은 엄청 춥거든요.”

그렇구나.”

상유는 사람들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마다 옷깃을 여미며 바쁘게 걷는 사람들. 모두 추운 거였다.

도와줄까요?”

?”

상유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살짝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갑자기 상유의 등 뒤에서 엄청난 날개가 펼쳐졌다. 기연은 놀라서 입을 가렸다.

그러니까.”

날개죠.”

날개구나.”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날개에 대해서 이렇게 덤덤하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건가?

그런데 그거 사람들에게 보여도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니까요.”

맞네.”

기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와 같이 길을 걸으니 온기가 느껴졌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신기하네요.”

그렇죠.”

그런데 평소에는 왜 안 펼쳤어요.”

이게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거든요.”

아까부터 묘하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니 다른 일에 비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냥 접어도 괜찮아요.”

춥다면서요?”

힘든 거잖아요.”

그럼.”

상유는 다시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날개를 접었다.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야?”

왜요?”

그냥 빈 말로 한 거죠.”

그게 어렵습니다.”

상유는 곧바로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턱을 긁적였다.

이간들은 뭔가 이상한 거 같아요. 그냥 자신이 하는 말. 자신이 생각하는 거. 자신이 바라는 거. 그거 솔직하게 말을 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왜 그렇게 비밀이 많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말을 하는 겁니까?”

그게 사람 아닐까요?”

?”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 배려를 하는.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는 건 갖고 싶은?”

그게 너무 어렵죠.”

상유의 말에 기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의 말처럼 사람들은 이상한 존재들이었다. 자신들이 진짜로 바라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말을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네요.”

그래서 계약을 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설마 정기연 씨도 나랑 계약을 하면서 다른 말을 한 거 아니죠?”

아니에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 상황에서 계약을 하면서 다른 말을 더 할게 있었나.

그런데 억울하기는 하네요.”

뭐가 억울합니까?”

박상유 씨랑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 거잖아요. 그거 살짝 비겁하다. 뭐 이런 생각은 안 해요?”

비겁하죠.”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이런 일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간들은 잘 계약을 하지 않더라고요. 이게 무슨 손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기는 하네요.”

? 그게 무슨.”

기연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 표정 뭐예요?”

뭐가요?”

상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기연은 상유가 기분이 상하건 말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기연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무튼 나는 억울하다고요. 그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더 꼼꼼하게 계약서를 확인하고 정했을 거라고요.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 상황에서 누구라도 같은 계약을 하게 될 거라고요.”

그렇죠.”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나름 천사들에게 영업 비밀 같은 거였으니까. 아무래도 이제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거 왜 하는 건데요?”

?”

그쪽에게 무슨 덕이 있어요?”

저기를 믿는 거죠.”

?”

기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 교회 안 다녀요. 성당도 안 다니고. 차라리 종교라고 하면 불교에 가깝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런 건 괜찮아요.”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위에서는 그 정도를 가지고 그렇게 야박하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인간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거. 그저 그 정도만 가지고도 괜찮은 거니까 착하게만 살면 되는 거라고요.”

그게 어려운 거 아닌가?”

어려워요?”

어렵죠.”

기연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올바르게 산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마 이 천사는 천사라는 이유로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기연은 한 바퀴 돌더니 상유의 눈을 보고 씩 웃었다.

사소한 거짓말들을 인간들이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아요? 그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다들 그래요.”

그런 사소한 거짓말들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존재는 없어요. 인간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그저 거짓말로 인해서 타인이 상처를 입는 게 싫은 거죠.”

타인.”

상유는 잠시 멈칫했다. 그랬다. 인간들이라는 그런 존재였지. 타인에게 멋대로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존재였다.

정기연 씨도 그랬습니까?”

모르죠.”

모른다라.”

모르는 거 아니에요?”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준 건지. 그런 거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누구라도 알지 않을까요?”

알까요?”

알죠.”

아마 모를 거예요.”

기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안 이상 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였다. 다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니까 그냥 할 수 있는 거였다.

내가 상대에게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그런 거예요.”

그건.”

왜요?”

아니요.”

상유는 입을 꾹 다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자꾸만 이럴 거야?”

뭐가?”

박상유.”

아름의 경고에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아름이 아무리 잔소리를 하더라도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 천사야.”

누가 아니래?”

지금 아니라는 거잖아.”

그게 아니지.”

아름은 펜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인간에게 꿈을 상기시키는 것은 천사가 해서 안 되는 일이었다.

너 그거 규정 위반이야.”거짓말.”

상유는 소리가 나게 규정을 내려놓으며 검지를 들었다.

이미 다 숙지를 하고 있다고. 내가 사고를 친 거. 그건 알고 있지만 이번 건 규정 위반 아니야.”

박상유 도대체.”

보아하니 그 두꺼운 규정을 모두 다 읽은 모양이었다. 상유가 이리 자신감이 넘치게 나올 줄이야.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그게

아름은 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이유를 대야 하는 걸까? 그저 위에서 너의 행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걸가?

할 말이 없으면 갈게.”

형평성.”

돌아서는 상유의 둥에 선재의 말이 꽂혔다. 상유는 다시 천천히 몸을 돌리고 여유로운 표정의 선재를 응시했다.

무슨 말이야?”

다른 인간들은 어쩔 거 같아요?”

뭐라고?”

상유는 머리를 헝클었다.

인간에게 주는 용기. 그거 어떤 확신이 들 수 있는 거라고요. 천사가 하는 말. 그거 확신을 가지게 된다고. 그런 생각을 한다고요.”

그건 누구의 격려나 마찬가지야.”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보통의 격려를 한 거야.”

천사가 보통의 격려요?”

선재는 코웃음을 치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요?”

그럼 아니라고?”

아니죠.”

선재는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갑자기 선재에게 풍기는 이상한 분위기에 상유는 괜히 긴장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