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5장. 누군가의 꿈]

권정선재 2018. 2. 27. 10:53

15. 누군가의 꿈

미치겠네.”

뭐해요?”

아니.”

기연이 옆에 오자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프로 천사처럼 보이고 싶은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별로였다.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별 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미래도 보여요?”

그게 무슨?”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 천사라고 하면 그 정도 재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천사가 이래.”

아니.”

이건 천사로의 모욕이었다. 천사라고 해서 모든 일을 다 잘 해야 하는 건 아닌데, 이런 모욕을 듣다니.

나를 뭐로 보는 겁니까?”

천사요?”

지금 무슨 잡신으로 보는 겁니까?”

잡신이요?”

기연은 볼을 부풀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죠.”

아니.”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건데.”

상유가 짜증이 섞인 채 반문하자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상유는 미간을 모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경험이 있어요?”

아니요.”

없다.”

기연은 살짝 사장의 눈치를 살폈다. 사장은 심호흡을 하더니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필요하니까.”

?”

아닙니다.”

사장은 씩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기연은 멍하니 있다가 그 손을 잡았다.

권선재입니다.”

정기연입니다.”

알아요. 여기 있으니까.”

.”

기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기분 나빠.”

왜요?”

내 후배랑 이름이 같아.”

뭐야?”

상유의 투정에 기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상유는 짜증이 나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안 그래도 후배라는 녀석이 자신을 엿 먹이고 있는 것 같아서 짜증이었는데 같은 이름을 가진 인간이라니.

인간으로 변한 건가.”

?”

아니야.”

기연은 순간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뭐예요?”

뭐가.”

왜 반말이에요?”

.”

상유는 그제야 자신이 계속 반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유는 입술을 꾹 다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제 내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는데 나 천 살도 넘은 천사입니다. 내가 반말 정도는 해도 되는 거 같은데요?”

그건 아니죠.”

기연은 엄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쪽은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천 살이나 먹은 천사라고 하면 수염도 막 길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얼굴은 서른 겨우 된 거 같아. 나 그런 거 정말 납득할 수 없어요.”

아니.”

서로 존댓말을 하죠.”

기연의 말에 상유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습니다.”

이렇게 쉬워요?”

?”

아니 무슨 납득이 이렇게 쉬워?”

계약자가 말하는 거니까요.”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보며 미간을 살짝 모았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왜요?”

이건 그쪽의 꿈과 거리가 있잖아요.”

현실이죠.”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고 씩 웃었다.

아무리 꿈을 향해서 살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생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생계라.”

상유의 묘한 대답에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연은 기지개를 켰다.

이게 평범한 인간의 삶이라고요.”

누가 뭐라고 했나요?”

뭐야?”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 행복해요.”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아닌데?”

?”

상유가 작은 기계를 들여다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러는 겁니까?”

뭐가요?”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그 기계 이상해.”

기연은 저 앞으로 가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술을 쮹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틀리지 않아요.”

에이.”

이건 위의 기술이라.”

위로를 못 하시네.”

기연으 말에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위로를 하지 못하다니. 기연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도 알아요.”

그러니까.”

나도 행복하지 않아요.”

기연은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잘못한 거네요.”

그렇죠.”

기연은 검지를 내밀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왜요?”

그냥.”

기연은 한숨을 크게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목을 잔뜩 뒤로 젖혀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도 이런 일 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서빙이라니. 이거 내 경력에도 도움이 안 될 거야.”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는 거. 그거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지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기연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숨을 토해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고마워요.”

?”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이거만으로도 되게 위로가 되는 날이 있거든요. 지금 그런 거 같아. 박상유 씨. 그런 사람이라고. 아니 그런 천사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위로가 되네요.”

당연하죠.”

상유가 곧바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뭐예요?”

비밀입니다.”

공부에요?”

.”

상유가 자기만큼 큰 책을 들고 나타나자 기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일이 처음이라서.”

잠깐만.”

상유의 말에 기연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거 뭐예요?”

뭐가요?”

아니.”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뭐야?”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이게 뭐냐고. 아니. 나에게 천사가 온 것이 대단히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내가 처음 하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경력이 와야 조금 더 소원도 잘 들어주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닙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천사 일을 하면서 이런 말도 들을 줄이야. 그 동안 위에서 한 일은 경력인데. 아니. 지금 이런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무시를 들을 이유는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하는 겁니까? 그리고 천사는 인간이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아니에요? 인간이 행복해야 그쪽도 좋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야죠.”

인간들이 행복한 것이 천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천사들이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닙니다.”

그게 뭐야?”

기연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짧은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기연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러면 상유 씨는 공부해요.”

상유 씨?”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신기하네요.”

기연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쪽보다 낫네.”

그렇죠.”

기연은 어깨를 으쓱하고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고 그대로 목을 뒤로 젖혔다.

이걸 다 언제 보나.”

그거 안 보면 계약 파기할 거예요.”

그거 안 될 걸요?”

확실해요?”

?”

기연의 반문에 상유는 멍해졌다. 그러니까 이걸 확신하다고 할 수 있는 건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은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여간 무슨 천사가 이래. 나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그쪽 보니까 안 그런 거 같아요.”

또 그쪽.”

상유가 입술을 쭉 내밀었지만 기연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상유는 입술을 잔뜩 내밀고 책을 펼쳤다. 저 위의 천사들은 할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규정을 이렇게 두껍게 만들다니.

그래도 그쪽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냥 그렇다고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기연은 어깨를 으쓱하고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