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7장. 믿음]

권정선재 2018. 3. 2. 00:43

17. 믿음

도대체 뭐야?”

그러니까.”

아름은 가볍게 팔을 문질렀다. 선재의 말은 상유에게 어떤 깨달암을 줬고 선재가 곧바로 돌아갔지만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도대체 그 녀석이 여기에서 하는 일이 뭐야? 이곳에서 하는 일이 뭐라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야?”

나도 몰라.”

?”

아름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천계에서 천사가 하는 일을 아름이 모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모든 천사들을 관리하는 것이 누나의 일이잖아. 우리들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모든 걸 알고 있지. 모든 임무를 주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선재는 그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고. 나는 강제로 일을 부여하지 않아. 그 정도는 천사들에게 자유로 주어질 수 있는 거니까.”

그럼 뭘 하는데?”

몰라.”

그게 무슨.”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있을 수 없는 거였다.

그거야 말로 규정을 위반하는 거 아니야? 모든 천사는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그게 저 위의 뜻이잖아.”

그렇지.”

아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천사들이라면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아야 했지만 이상하게 선재는 그렇지 않았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뭐가 있어.”

뭐가 있건 말건. 이건 네 문제야.”

왜 또 그리로 튀어?”

상유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는 거야.”

형평성이라잖아.”

형평성은 무슨.”

상유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선재도 결국 애매한 단어를 내세운 것은 그에 따른 규정이 없어서 그런 거였다.

규정을 어긴 거 하나 없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써서 의뢰인을 도운 것이 전부라고.”

그런데 그게 불만이라는 거잖아. 그러면 안 된다는 거잖아. 그게 규정을 어기는 거라는 거잖아.”

그래서 하지 말라고?”

그게 아니라?”

나 빨리 여기로 오고 싶어.”

상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라는 거야? 이미 인간들의 일에 개입을 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거면서. 이제 그 일이 싫다는 거야?”

이 위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하고 싶은 일. 좋은 일. 천사의 일을 하는 거랑 다르지.”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인간계에서는 존재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버거운 일이었다. 귀찮았다.

게다가 뭔가 발전이 없는 인간이라고. 빠르게 뭐가 나아져야 나도 뭘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 아니야?”

모든 인간은 그래.”

아름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가야지.”

상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잘 해.”

잘 하고 있어.“

규정 어기지 말고.”

안 어겨.”

상유는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고 씩 웃었다. 아름은 그런 상유를 보며 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간.”

그럼 내일 봅시다.”

상유가 날개를 펴쳤다가 몸을 감쌌고 곧바로 사라졌다.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열심히 하고 있네.”

기연은 혼자서 이것저것 적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꿈이 소설가라고 그것을 이루고자 뭔가를 하는 거였다.

신기하네.”

정말로 형평성. 그런 게 있는 걸까? 상유는 거실에 와서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재의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형이 그 말을 하는 거. 그거 그 인간에게 어떤 믿음을 주는 일이야. 인간에게 계시를 주는 거라고.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꿈을 가진 인간이 그 꿈을 가지고. 다른 평범한 인간이 꿈을 포기하게 되는 거면 어떻게 할래?”

그거야.”

상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다른 인간에게 불행을 주는 거야.”

불행은 아니지.”

선재의 날카로운 단어에 상유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에게 불행을 선가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본인도 그 정도는 알고 하는 거라고. 자신의 꿈을 끝까지 믿지 못하는 인간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형의 의뢰인은?”

?”

달라.”

다르지.”

상유의 대답에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르지 않아.”

권선재. 너 정말.”

형도 이미 느끼고 있잖아.”

선재의 뒤에 묘하게 다른 빛이 나는 기분도 들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더 할 말도 없었다.

파기를 하는 수도 있어.”

뭐라고?”

형과 그 인간.”

뭐라는 거야.”

상유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럴 수 없었다. 이제 겨우 기연과 친해진 사이였다.

나 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줘야지만 다시 인간계로 가지 않아. 이거 정말로 귀찮은 일이라고.”

그걸 아는 천사가 그런 행동을 해? 애초에 인간 세상에 개입을 해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으면서?”

너 말이 너무 긴 거 아니야?‘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피고 손을 쫙 폈다. 상유의 손에 날카로운 창이 들렸다. 선재는 씩 웃더니 손을 둥글게 그려 방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자세를 잡는 것과 동시에 아름이 날개를 쫙 폈다. 여섯 개의 날개.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고작 두 개. 상대가 안 되는 거였다.

둘 다 그만 둬.”

하지만.”

박상유!”

아름의 외침에 상유는 곧바로 날개를 펴서 몸을 막았지만 뒤로 밀려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만 둬.”

상유는 다시 창을 거뒀다. 선재는 예의 그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내 소설이 어떤지 봐줄 수 있어요?”

아니요.”

상유가 곧바로 대답하자 기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상유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그런 거 할 수 없어요.”

왜요?”

인간들의 문학이 어떤 건지 모르니까요.”

전에는 좋다고 했잖아요?”

기연의 볼멘소리에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선재가 말을 한 것이 이런 경우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건 다른 거죠.”

그런가?”

다행히 기연은 꽤나 둔감한 타입이었다. 상유는 창밖을 쳐다봤다. 바람이 좋았다. 기연은 기지개를 켜고 상유의 곁에 섰다.

신기해요.”

뭐가요?”

천사랑 한 집에 있다는 거.”

영광이죠.”

영광은?”

기연은 곧바로 볼을 부풀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는 나갈 건데. 같이 갈 거죠?”

당연하죠. 천사니까.”

 

카페는 왜 자꾸 오는 겁니까?”

여기에서 더 글이 잘 써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노트북을 꺼내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기연을 보며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가 이러거나 말거나 기연은 손을 움직이더니 노트북에 가지런히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기연은 그렇게 한참이나 있다가 눈을 뜨고 뭔가 두드리기 시작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카페 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저마다 부지런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심심해요?”

?”

심심하냐고요.”

. 아니요.”

하여간 오지랖도 엄청난 쪽이었다. 상유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의 대답을 들은 기연은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상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연이 늘 이러던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

 

원래 글을 썼어요?”

아니죠.”

아르바이트를 가면서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예 포기했어요.”

그런데 왜?”

그쪽 때문에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 버리고 있던 꿈. 그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이 나게 해줬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워요. 그쪽이.”

그렇습니까?”

상유은 괜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자신이 무슨 사고라도 친 기분이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워요.”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다 포기했던 거. 내가 버렸던 것에 대해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다시 꿈을 가져도 된다고 해줘서.”

그거야 뭐.”

자신이 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가슴에 가지고 있던 꿈을 가지고 그렇게 한 거라고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거였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

표정이 안 좋아요.”

아닙니다.”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기연으로 하여금 지금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말을 해줄 이유는 없었다. 그건 이상한 거였으니까.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런데 목이 안 좋은 모양이에요?”

?”

계속 목을 이리저리.”

.”

기연이 자신의 흉내를 내면서 목을 풀자 상유는 씨 웃었다. 그러다가 뭔가 머리를 강하게 치는 기분이 미간을 모았다.

왜 그래요?”

아닙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상한 기분. 그리고 어딘가에서 한 번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기분.

왜 그래요?”

아니.”

상유는 순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