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꿈
“무슨 천사가 그래요?”
“미안합니다.”
다행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기연의 앞에서 그다지 멋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천사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모르겠습니다.”
“본인도 몰라요?”
“네. 이런 일이 천사에게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서.”
기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는 천사가 이렇게 약한 존재였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지키겠어요?”
“네?”
“수호천사라면서요?”
“아니.”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다르죠.”
“그럼 좀 쉬어요. 나는 아르바이트 다녀올 거니까.”
“같이 가요.”
“됐어요.”
상유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기연은 손을 내밀어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뭐였을까?”
“그러게.”
아름의 간단한 대답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뭐야?”
“뭐가?”
“아니 누나라면 이 상황을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무신경하게 행동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상유는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토해냈다.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일이라서 너무 난처하게 느껴졌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어. 다른 천사들이 이런 식으로 쓰러지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너무 나대니까 그러지.”
“뭐가?”
상유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은 유추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규정에도 이런 이야기가 없었다.
“아니 천사에게 일이 일어나는 건 모두 다 규정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규정이면 누나가 알아야 하는 거고.”
“내가 아무리 관리자라고 해도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나를 도대체 뭐라고 보는 거야?”
“관리자.”
“뭐래?”
아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름에게서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한 상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힘들어.”
“그러니까 그냥 기본적인 일만 하란 말이야. 도대체 왜 천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하면서 그렇게 뭐라도 하려고 하는 거야? 그런 귀찮은 일들을 하려고 하니까 위에서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거지.”
“이거 위의 일이야?”
“어?”
상유의 반문에 아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날개를 펴고 눈을 감았다. 위에서 자신에게 이러는 건가?
“그러니까 이게 그 형평성이라는 것을 어겼다고 위에서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거라고?”
“짓이라니.”
“그래?”
“몰라.”
아름은 단호히 대답했다. 그런 것까지 모두 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위에서 너 같은 일개 천사에게 그 모든 것을 관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저 위는 아주 바쁜 곳이야. 저 아래랑 연결도 중요하고.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이해가 안 가잖아.”
상유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리고 누나 말이 옳아.”
“뭐가?”
“저 위가 아니고서야 천사에게 이런 영향을 미칠 존재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아마 누나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몰라.”
“모르긴.”
상유의 반응에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상유를 노려봤다.
“네가 도대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 위를 거스르는 거 절대로 하지 마.”
“내가 뭘 하건 그건 누나가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지. 지금 내가 한 거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잖아. 규정하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건데 도대체 왜 누나는 자꾸 나보고 하지 말라는 거야?”
“말했잖아. 선재가.”
“그것도 말이 안 돼.”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형평성이라니. 규정도 아닌 일을 가지고 이러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거야 말로 지금 규정을 위반하는 거잖아.”
“얼른 가서 네 인간이나 관심을 가져.”
“아니.”
“네가 할 일은 그거야.”
아름이 날개를 펴고 검지를 들자 상유는 입을 꾹 다물고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불만을 가지더라도 아름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도대체 관리자라고 하면서 이런 일에 대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뭐야? 내 편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네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어디에 있어? 나는 그저 관리자인데. 내가 왜 네 편을 들어야 하는 건데?”
“그래도 위보다는 나지.”
“아니.”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아름이 여전히 자신을 보자 손가락을 튕겼다.
“암튼 내려갈 테니까. 누나도 왜 그런 건지 알아봐줘.”
“알았어.”
상유는 그대로 사라졌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왜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천사니까.”
“말도 안 돼.”
기연은 상유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를 전혀 지켜주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그냥 앉아있어요.”
“아니.”
“집에 가있던가.”
“혼자서 뭐해요?”
“규정 외워요.”
“뭐해?”
그때 선재가 말을 걸자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름 조용히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들린 모양이었다.
“뭐가 있어?”
“아니요.”
기연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계속 다른 사람에게 안 보여야 해요?”
“에?”
기연의 말에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요?”
“이상하잖아요.”
“뭐가요?”
“아니.”
상유가 전혀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자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쭉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 거죠. 그리고 아예 나에게도 안 보이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둘 다 되나?”
“네?”
“둘 다 돼요.”
상유는 순간 씩 웃더니 사라졌다. 기연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갑자기 상유가 나타났다. 그리고 기연의 손을 잡고 거울을 가리켰다. 상유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상유가 눈에 살짝 힘을 주자 거기에 다시 모습이 보였다.
“뭐야?”
“천사죠.”
“그런 게 된다고요?”
“네. 당연하죠.”
상유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멍해졌다. 역시 천사는 천사구나. 신기한 존재였다.
“암튼 이렇게 있어요. 이게 더 나은 거 같아.”
“그래요?”
“음. 네. 나아.”
갑자기 상유는 웃음을 터뜨렸다.
“반말을 할 거면 반말을 하고 존대를 할 거면 존대를 해요. 그런 애매한 말을 하는 게 도대체 뭐예요?”
“아직 어색하잖아요.”
기연은 이렇게 말하고 먼저 멀어졌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요.”
기연이 노트를 펼치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선재가 한 말이 이런 거였나?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
“그런데 왜 글을 쓰지 않다가 갑자기 하게 된 거예요?”
“꿈이요.”
“꿈요?”
“응. 꿈.”
기연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그쪽이 다시 꿈을 가지라고 했잖아요.”
“그게.”
상유는 머리를 긁적였다. 선재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면 안 되는 것을 지금 자신이 개입을 한 거였나?
“그럼 내가 소설을 쓰라고 해서 쓰는 거예요?”
“그렇죠.”
“아.”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지만 기연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안 될 거라는 거 알고도 하는 거죠.”
“네?”
“안 될 거잖아요.”
기연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혀를 내밀었다.
“그냥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원래 일도 글을 쓰려고 그만둔 거였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어차피 하려고 한 거 제대로 하게 된 거죠.”
기연의 말을 들으니 선재가 말한 형평성이라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거 같았다.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그래요?”
“더 하고 싶어졌어요.”
“네?”
“그쪽이 있으니까.”
“그게 무슨?”
“그냥 누군가가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더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느낌?”
기연의 말에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 때문에 한다는 것과 비슷한 듯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제 쓸 거니까 방해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소설을 쓰는 기연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한 가지 일에 열중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 자신의 꿈이라는 것. 그것에 대해서 몰입하는 거였다.
“그게 꿈이에요?”
“네?”
“꿈이냐고요.”
“꿈이죠.”
기연은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군가에게 꿈이 있느냐고 물었던 자신에게는 과연 꿈이 있었던 건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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