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11장.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

권정선재 2018. 2. 21. 10:14

11.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

뭐하는 거야?”

그러게요.”

권선재.”

아니.”

아름이 미간을 모으자 선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걔 뭐 아는 거야?”

아니요.”

아닌데 왜 그래?”

그러게요.”

정말.”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해가 안 가네.”

그러게요.”

그게 다야?”

?”

대답이.”

.”

선재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름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상유 불러.”

굳이?”

뭐라고?”

그냥 두시지.”

안 돼.”

아름은 머리를 펜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진지한 표정에 선재는 입술을 내밀었다.

 

하는 일 없어요?”

이게 일이죠.”

이런 게 일이라니.”

상유가 계속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이 불편했지만 이게 일이라고 하니 할 말은 없었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아무리 천사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죠. 이거 너무 개인에게 귀찮게 하는 거 아니에요?”

귀찮습니까?”

당연하죠.”

그렇구나.”

기연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그 정도 공감 능력도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예요? 무슨 천사라는 사람이 그래요? 당연히 이게 상대에게 불편하고 문제가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할 거 같은데. 뭐 하자는 거예요?”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아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기연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는 정기연 씨는요?”

뭐가요?”

그냥 집에 이러고 있는 거예요?”

그건.”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취업을 해야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 없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일을 한 게 다였다. 자신에게 아무도 없었으니까. 일을 하는 게 당연한 거였다.

그러네요.”

그냥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고 싶은 것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모두가 해야 한다는 것을 하는 게 전부였어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오니까 일을 한 거고.”

그게 뭐야?”

그러게.”

기연은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 기연을 보던 상유는 입술을 쭉 내밀더니 손가락을 튕기고 씩 웃었다.

그러면 이제 찾으면 되겠네.”

?”

하고 싶은 일.”

그러니까.”

그런 거 찾으면 되는 거잖아요.”

상유의 간단한 말에 기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면서 볼을 부풀렸다.

뭐 하자는 거야.”

왜요?”

그게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잖아요.”

기연은 머리를 푹 숙였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서른이 다 되어서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아르바이트도 잘렸다는 게 너무나도 서럽고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내 인생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아니 그런데 그쪽은 내 수호천사가 맞아요? 정말?”

수호천사는 아니라니까.”

아무튼.”

상유의 변명에 기연은 그를 흘겨봤다.

아니 천사면 뭔가 잘 되게 해줘야 하는 거지.”

지금 정기연 씨 인생에서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건 아니죠.”

상유의 지적에 기연은 가만히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이렇게 신기한 일을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네.”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럼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을 하죠.”

?”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상유의 말에 기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없다고요?”

.”

정말?”

없네요.”

기연의 대답에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긁적였다. 여태 많은 인간을 만났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토록 자신감이 없고 망설이기만 하는 인간을 본 적은 없었다. 상유는 입을 내밀었다.

나 뭔가 실수를 한 거 같아.”

뭐라고요?”

아니. 천사도 인간을 잘 골라야 하는 거거든요. 그래야 빨리 행복하게 만들고 승진도 하는 건데.”

승진이요?”

뭔가 잘못 들은 건가 싶은 말을 듣고 난 기연이 미간을 모은 채로 반문하자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승진이라고 했잖아요.”

아닙니다.”

기연은 입을 내밀고 그대로 침대에 엎드렸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보더니 볼을 한 번 부풀리고 고개를 저었다.

잘 자요.”

그리고 상유가 이 말을 하기가 무섭게 기연은 잠이 들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눈을 감았다.

 

안 돼.”

하지만.”

안 된다고.”

아름의 단호한 대답에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의 말이 옳았다. 천사는 인간의 행복을 빌어주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그 일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만일 천사가 인간의 삶에 대해서 너무나도 적극적인 개입을 하게 된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불행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천사가 개입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였고 이건 복잡한 문제가 될 거였다.

그럼 그냥 보고 있으라고요?”

당연하지.”

말도 안 돼.”

상유의 반응에 아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다른 천사도 아니고 상유가 이런 식으로 인간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없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왜 이럴까?”

뭐가요?”

박상유.”

빨리 이 일을 안 하려고 그래요.”

상유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미간을 모았다.

지금 벌 받는 중인 거 잊었어?”

알아요.”

상유는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하면 안 되는 일을 이미 해서 귀찮은 일에 휘말린 후였다. 그런데 자신이 다시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내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해줬어야지. 내가 이렇게 초조하게 만든 건 결국 위쪽이라고요.”

그 분 탓을 하는 거야?”

탓이 아니라.”

막 나가는 군,”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이런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미안해요.”

아니.”

아름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간을 늘게 모은 후 한숨을 토해내고 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네가 해야 하는 일. 자기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해. 천사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얼마나 뚜렷한지 잘 알고 있잖아. 그 뚜렷한 문제를 넘어서면 안 되는 거야.”

나만 넘으려는 건가?”

당연하지.”

아름의 간단한 대답에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그 여자 궁금하네.”

?”

네가 이렇게 뭔가 적극적으로 사고를 치려고 하는 거니까. 그 동안 네가 이렇게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 적이 없으니까. 그 여자랑 차라리 계약을 파기하는 거 어때? 이러다가 너 망가지겠어.”

싫습니다.”

아름의 제안에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모든 일이 다 안 되는 사람들이 이제 겨우 뭐라도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진짜 수호천사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멀어질 수는 없었다.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자존심이라니.”

아름은 입술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 말 되게 우스운 거 알지?”

그런가?”

상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이 찢어져라 핲뭉르 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은 다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는 거였다. 누군가의 개입은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그냥 기다리다 보면 그 여자도 행복한 순간을 맞을 거야. 모든 인간이 그렇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렇죠.”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인간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도 결국 행복해지게 될 거였다. 그게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은 위에서 하는 대로 듣는 것이 순리였다.

거스르지 마.”

거스르면?”

?”

아름은 미간을 모은 채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 순리를 거스르는 것. 거스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였다.

너만 귀찮은 거지.”

귀찮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귀찮은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키면 두 번쨰인 거 알지?”

알아.”

그런데?”

저지르려고.”

미쳤어.”

상유의 이런 말에 아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아름은 그런 상유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