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9장. 박상유라는 남자]

권정선재 2018. 2. 19. 16:52

9. 박상유라는 남자

미쳤어. 선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선재는 혀를 찼다.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안 되는 거라고. 전에도 그래서 그 많은 문제를 만들고. 도대체 그 여자에게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거야? 그 여자가 형을 모두 다 망칠 수 있는 사람인데. 도대체 그 여자가 뭔데. 그 여자에게 왜 그러는 거야?”

선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상유의 부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너무나도 낯설고 또 낯설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바라는 게 저런 게 아니라면서 왜 저래? 바보도 아니고. 왜 자꾸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선재는 지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려가서 자신이 개입하면 간단할 것 같기는 하지만 상유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마 자신은 제대로 기억도 하고 있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그가 개입하는 순간 모든 것을 다 깨닫고 뭐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해가 안 가네. 그렇다고 내가 막 할 수도 없고.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인가도 아니고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야?”

선재는 테이블을 두드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답답했다. 그리고 상유를 봐야만 한다는 사실도 괴로웠다. 상유랑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하면 그게 더 편할 수도 있을 텐데. 선재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답답한 속이 해결되지 않았다.

 

일어났어요?”

? .”

기연은 얼굴이 붉어졌다.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상유를 보는 것이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와 다른 모습이 낯설었다.

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예요?”

아니요. 아니 아픈 곳은 하나도 없어요. 진짜.”

기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제 그게 설레서 그렇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 씻을게요.”

오늘은 안 먹고 씻어요? 늘 식사부터 하고.

? . 그냥 씻으려고요. 먼저 씻을게요.”

기연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상유가 자신을 위로한 그 순간. 뭔가 깨달은 느낌? 기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었다.

그래. 정기연 네가 연애를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거지. 저 사람은. 아니지. 저 천사는 사람도 아닌데.”

뭐라고요?”

아니요.”

상유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연은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오롯이 자신이 다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할 일이 없어요?”

. 없어요.”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연이 아르바이트도 가지 않으니 상유도 할 일이 없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집에 앉아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참다 못한 상유가 입을 열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왜 오늘은 안 나가요?”

그만 두기로 했어요. 나보고 그만 나오라고 해서요.”

. 그래요. 그만 두기로. 그런 일이 생겼다고요?”

상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행복 측정기의 행복은 어느새 0이었다. 그러니까 기연이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은 그녀의 행복과 큰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거였다.

저기 혹시 뭔가 나랑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면.”

나가요.”

? 어디를?”

아무데나?”

기연이 갑자기 자리에서 튀어나듯 일어나자 상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상유가 그러거나 말거나 기연은 그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얼른 나가요. 나 더 이상 집에 있기는 싫어요.”

그래요. 나가요. 어차피 집에 있어도 할 게 없는데.”

상유도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약자의 행복과 관련이 된 거라면 천사로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산책 정도라면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유 씨는 보면 전혀 천사 안 같아요.”

그거 지금 칭찬이에요? 아니면 욕이에요?”

음 그러게요. 이걸 칭찬이라고 해야 하나요?”

기연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상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상유를 보면서 기연도 따라 웃었다. 상유가 웃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기연이었다.

우리 되게 익숙한 거 같아. 그런 느낌 안 들어요?”

그런 기분이요? 나는 그런 거 하나 안 드는데요?”

대답을 하던 상유가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눈을 가늘게 떴다. 상유의 이런 반응에 기연은 묘한 불쾌감을 느끼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뭐야? 그 표정? 지금 되게 이상한. 뭐 그런 건데.”

아니 기연 씨 지금 보니까. 혹시 나 좋아하고 그래요?”

뭐라고요? 지금 그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데요?”

아니 그거 천국에서 인간들 세상 드라마를 보면. 보통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고백의 대사이던데.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나는 천사고. 기연 씨는 인간. 인간과 천사는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뭐 그런 건 절대 아니거든요.”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기연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절대 안 될 소리였다. 이런 천사랑 연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라면서 왜 그러는 건데요?”

그래도 이상하잖아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안 좋아해요. 상유 씨 안 좋아해요.”

기연이 굳이 힘을 주어 말하자 상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뭔가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여기에 있어요.”

. 나는 여기에서 치킨이나 먹고 있을 게요.”

그러던지.”

기연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아나듯 피했다.

뭐야?”

상유는 입을 쭉 내밀었다. 자신이 천사이기는 하지만 고백을 하고 사라지다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히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미쳤어.”

기연은 거울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천사를 좋아하다니. 너무 우스운 거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니.

그래. 정기연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는 거지. 안 그래?”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멈칫했다. 정아였다.

? 기연아. 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 너야 말로 지금 뭐야? 회사는 어쩌고?”

오늘 월차. 너는? 너 지금 일하는 거 아니야?”

. 나 그만 뒀어. 아니지. 그만 두라고 하더라.”

기연의 말에 정아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런 것을 가지고 동정을 받을 생각은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차라리 잘 된 거야. 나보고 나가라고 하더라고.”

그게 어떻게 잘 된 거야? 그게 뭐가 잘 된 건데?”

내가 그만 둔 게 아니니까. 그게 잘 된 거지.”

기연의 대답에 정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기연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이걸 가지고 기분이 상해 있을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고 기분이 나빠진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가볍게 넘기면 되는 거였고. 이건 그냥 무시를 해도 괜찮은 일이었다.

그런데 너는 월차면 뭐 하러 여기에 있어? 덥잖아.”

. 우주. 우주가 산책 좀 하자고 하더라고.”

. 우주 씨랑 같이 나온 거구나. 좋겠다.”

너는? 너는 혼자서 나온 거야? 그러면 우리랑 같이 다니지 그래? 안 그래도 우리도 되게 심심하고 그런데. 뭘 그래?”

아니야. 나는 혼자가 더 편하고 그래.”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자신이 정아와 돌아다니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상유를 혼자 두어야 할 텐데. 그건 상유에게 괜히 미안한 일이었다.

너도 갑자기 그러면 우주 씨가 되게 불편할 거야.”

에이. 너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뭘 그럴까?”

정아가 고개를 저었지만 기연은 더욱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별 것 아니라고 해도 중요한 일일 수도 있었다. 정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한 번 아니라고 하면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이 굳이 더 설득한다고 다를 게 없었다.

그래. 알았어. 대신 나중에 밥이라도 먹자.”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나는 먼저 나갈게.”

기연은 정아를 두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러다 우주를 보고 움찔했다. 우주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기연도 짧게 고개를 숙였다.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도대체 정아를 피했는데 이 사람이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아 불편하게.

정아 방금 들어갔는데. 혹시 정아를 안 보셨으면.”

봤어요. 정아. 두 분 데이트 잘 하세요.”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주도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로 왔다. 그리고 상유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이제 가요. 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왜요? 우리 이제 막 여기에 왔는데? 치킨도 맛있고.”

상유의 여유로운 반응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지금 내 친구가 왔다고요. 혼자 이러고 있다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너무 민망한 일이 될 거였다.

절대로 싫어요. 나 혼자서 이렇게 청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너무 싫어요. 그러니까 얼른 가요. 나 혼자서 산책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요.”

기연아.”

순간 들린 목소리에 기연의 몸이 굳었다. 기연은 어색하게 몸을 돌리며 웃었다.

정아야.”

어머. 누구야?”

?”

정아의 말에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냐니? 기연은 옆을 쳐다봤다. 상유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상유가 보이는 건가?

너 이 사람이 보여?”

? ?”

아니.”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히 보이지 않아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보인다니. 이게 무슨 말인지. 상유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안녕하세요. 박상유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정아라고 해요. 반가워요.”

정아는 손을 내밀었고 상유도 그 손을 잡았다. 기연은 그저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이미 두 사람이 인사를 했는데 자신이 모르는 척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너는 이런 사람을 두고 왜 혼자 왔다고 했어?”

? 그러게.”

기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제 가려고 하거든. 다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할게. 상유 씨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뭔지. 다음에 봐.”

그래. 나도 일이 바빠서. 우리 저녁 약속을 해서. . 우주 씨. 여기에요.”

우주는 세 사람에게 다가오더니 곧바로 미간을 모은 채로 상유를 노려봤다.

뭐야? 저 사람은 또 상유 씨에게 왜 저러는 거야? 왜 저런 표정인 거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민우주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박상유라고 합니다.”

상유는 어색한 표정으로 우주의 손을 잡았다. 우주는 입을 쭉 내민 채였다. 기연은 두 사람을 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우리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안 그래도 그만 가기로 했어. 다음에 또 보자.”

그래. 조심해서 가. 다음에 우리 또 보자.”

정아가 돌아서가 기연은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상유를 쳐다봤다.

도대체 뭐예요?”

뭐가요?”

아니 지금.”

기연은 너무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아가 상유를 보다니 이게 뭔지.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정아가 그쪽을 봐요?”

권능? 전에도 보여준 거니까. 어렵진 않아요.”

상유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기연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을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쪽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도대체 상유 씨는 늘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천사니까요. 이런 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죠.”

천사니까 그렇다. 뭐 되게 간단한 대답이네요.”

기연의 짜증에도 상유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일 따름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박상유 씨.”

?”

아니 도대체.”

기연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안 된다며?”

?”

아니.”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유는 검지로 미간을 가볍게 긁적였다.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정도라면 천사라면 간단히 할 수 있는 일들이라서.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복잡한 것도 아니라서요.”

그게 뭐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기연이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며 상유는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상유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저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기연은 그런 상유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