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25장. 진짜의 가짜 5]

권정선재 2018. 3. 15. 13:43

25. 진짜의 가짜 5

[여자는 가만히 하늘을 응시했다.

같은 하늘인데 다른 거 같아. 우리가 늘 보던 하늘에 비해서 더 맑은 거 같아. 구름도 많고 자유로운 거 같아.”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그의 대답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다리를 꼰 후 짧게 헛기침을 한 후 목을 가다듬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럴 리 없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여자는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여유롭게 담배를 피는 흉내를 냈다. 그 순간 종업원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곳은 금연입니다.”

물고만 있는 거예요.”

그래도 안 됩니다.”

여자는 종업원을 빤히 응시했다. 특별한 곳이 하나 없는 얼굴. 하지만 자신과 다른 진짜.

까다롭네.”

죄송합니다.”

가짜인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진짜. 여자는 순순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담배를 다시 집어넣었다.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고마워요.”

종업원이 돌아서고 여자는 씩 웃었다. 그러다 툭 하고 눈물이 떨어지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게 뭐야?”

여자는 당황한 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가만히 웃었다.

그냥 울어.”

싫어.”

그의 제안에 여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감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나 우는 거였다.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울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진짜들이 우리를 보면 알아볼 수 없는 거네.”

당장 저기로 가. 저 사람에게.”

그와 닮은. 아니 그의 원래인 그. 하지만 그와 닮았지만 너무나도 지치고 늙은 남자.

정말 내 진짜일까?”

?”

그의 말에 여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까지 와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누가 봐도 너랑 닮았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망설이는 거야? 진짜 너야. 진짜 너라고. 지금 네가 망설일 이유 하나도 없단 말이야.”

너무 다르잖아.”

달라?”

그의 말에 여자는 물끄러미 진짜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말을 듣기 전에는 그 누구보다도 그와 남자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아니 다른 사람이었다.

그건 당연한 거야.”

?”

살아온 게 다르니까.”

살아온 것.”

여자는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짜증이 섞인 듯 아랫입술을 한 번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돌아가.”

미쳤어.”

여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들에게 엄청난 의미였다. 이대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돌아갈 수 없었다. 다들 뭔가를 기다릴 거였다. 무조건 그는 진짜가 되어야만 하는 거였다.

너는 희망이야. 다시 돌아가면 모두 뭐라고 할 거 같아? 이렇게 왔으니 다행이다. 그럴 거 같아? 아니 모두 너를 몰아세울 거야. 모두가 갖고 있던 꿈을 망가뜨린 거잖아. 모두가 바라는 희망이야.”

희망.”

여자는 잠시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순간에 자신은 뭘 할 수 있는 걸까. 그는 여자를 물끄러미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갈래?”

?”

네가 있다면 가능할 거야.”

그게 무슨.”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저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다면 모두 놀랄 거였다. 그런데 같이 가다니.

그러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있어. 우리는 희망이 될 거야.”

희망이라니.”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웃음이 될 거야.”

해보지 않고 모르는 거잖아.”

그는 여자를 보고 생긋 웃었다. 이제 진짜처럼 보이는 웃음. 여태 그가 보이던 웃음과 전혀 다른 웃음이었다.

그렇게도 웃을 수 있는 거였구나.”

이렇게도 웃을 수가 있는 거였어.”

그의 덤덤한 대답에 여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가 여전히 망설이자 그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여자를 보며 씩 웃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까 여자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자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가자.”

?”

가보자.”

그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자가 망설일 새도 없이 성큼성큼 남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이런 걸 매일 마시다니.

희망.”

희망이 되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자신도 할 수 있는 것. 여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안 들어.”

그는 어느새 남자와 마주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슨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가 무슨 사고를 치기 전에 그에게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까이 가면서 점점 걸음이 느려졌다.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그의 앞에 있는 남자는 단정하게 단추를 잠근 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그의 목에 흉터가 보였다. 그 흉터는 배까지 이어져 있을 거였다. 여자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여자를 향해 돌아선 그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여자에게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았지만 여자의 고막에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희망은 없었다. 자신들은 가짜의 가짜였으니까.]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요?”

?”

기연의 말에 상유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가만히 상유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이 안 좋은데?”

갑자기 기연이 얼굴을 훅 다가오자 상유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뭐예요?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 같네. 그렇게 사람 얼굴을 좀 살필 수도 있는 거지. 하여간.”

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무튼 그게 그거죠.”

기연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됐어요.”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어때요?”

?”

소설.”

.”

그랬다. 소설.

안 읽었어요?”

읽었습니다.”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다 읽었다. 좋았다. 신비하고 괜찮은 편이었다.

중간중간에 오타가 살짝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 정도는 가볍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어요.”

그래요?”

그래도 다시 읽어봐요.”

그래야죠.”

기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

다 알잖아요.”

그게 뭐야?”

상유는 허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글이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니. 상유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다시 읽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래요.”

그렇구나.”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씩 웃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바라보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다.”

?”

그런 지적.”

무슨?”

좋아요.”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좋다는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스스로를 위해서 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우선이니까요.”

그렇구나.”

기연이 아랫입술을 무는 것을 보니 상유는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좋아요.”

? 뭐가?”

그쪽이 내 글을 읽어준 거니까.”

.”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아니.”

아름의 물음에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아름의 눈을 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재 뭐야?”

?”

뭐 있죠?”

몰라.”

?”

정말 몰라.”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말로 모르는 거라니. 그럴 수가 있는 건가?

누나가 천사들을 모두 관리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선재에 대해서 모를 수가 있어?”

나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라니까? 나는 너에 대해서도 다 모르는데. 우리 오래 봤잖아.”

.”

상유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의 말을 모두 다 믿을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의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선재가 자신에 대해서 모두 아는 것 같은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선재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는데.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뭘 숨기는 건지도 모르겠고.”

나도 모르겠어. 걔가 나에게 모두 다 말을 하지 않으니까. 걔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래요?”

. 몰라.”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선재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것을 모르는 중이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야?”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름은 그런 상유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무시해.”

무시라니.”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누나는 그게 돼요?”

.”

정말로 된다고요?”

. 괜찮아.”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름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려고 해도 너무 힘들었다.

저 위는 도대체 왜.”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