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23장. 진짜의 가짜 3]

권정선재 2018. 3. 13. 17:27

23. 진짜의 가짜 3

안 돼.”

안 된다니.”

아름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왜요?”

몰라?”

?”

위에 바빠.”

아름의 대답에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에게 지금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걸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나한테 일어나는 이 모든 일. 누나가 해결을 해줄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모른다면 저 위에서는 아는 거잖아.”

그래서 가서 물을 거라고?”

당연하지.”

상유의 말에 아름은 한숨을 토해냈다. 저 위에서 이런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너로 인해서 내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거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나 그런 거 딱 싫단 말이야.”

그 여자랑 나랑 뭐야?”

뭐가?”

있잖아. 뭔가.”

상유의 말에 아름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물끄러미 상유의 눈을 응시하면서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위에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이유?”

너 지금 벌을 받는 중이야.”

아니라는 게 아니잖아.”

벌을 받는 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그 벌의 하나라는 생각을 안 하는 거야?”

그건.”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위에서 자신을 위해서 일을 만든 거라면. 그래서 벌을 받는 거라면 당연한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불편했다.

일단 내려가.”

누나.”

내려가라고.”

아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하자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 모든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은 결국 여기에서 정해지는 거였다.

 

그걸 누나가 대신 물어봐준다고?”

그래.”

미쳤어.”

선재의 말에 아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선재의 말이 옳았다. 이건 멍청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상유를 본 게 짧은 시간도 아니고. 상유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일이야.”

위에서 싫어할 거야.”

괜찮아.”

선재는 턱을 어루만졌다. 아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도대체 뭘 알고 있기에 선재가 이러는 걸까?

당장 말 해.”

뭘요?”

네가 아는 거.”

없습니다.”

선재는 어깨를 으쓱하고 손을 쫙 펴보였다. 아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평천사들에 대해서는 다 알아야 하는 건데. 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 그리고 너는 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거 같아. 도대체 뭘까?”

글쎄요.”

선재의 미소에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선재는 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도대체 뭐야?”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재미있어요?”

당연하죠.”

글을 쓰는 기연을 보며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쪽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

천사는 그냥 시키는 일만 하는 거죠?”

.”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상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밖에 있으라고요?”

.”

아니.”

기연의 말에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데 왜 밖에 있으라는 건지.

아니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내가 있는지도 모를 텐데 내가 왜 같이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

그게 문제라고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나 이상한 사람 같아요.”

.”

그제야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편한 것만 생각하고 기연이 다른 불편을 겪을 거라는 걸 몰랐다.

그러네요.”

미안해요.”

아니요.”

기연의 사과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기연이 왜 사과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럼 앞에 있을게요.”

. 알겠습니다.”

기연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상유는 벤치에 앉았다.

 

여유롭네요.”

?”

상유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재가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는 중이었다.

 

[“후회하지 않아.”

?”

그의 물음은 다소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짜증을 내거나 불쾌하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자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아이를 가질 수는 없는 몸인 거잖아. 이 몸이 누군가에게 쓰인다면 차라리 다행이야. 내가 쓸 수 없는 거라면. 특히나 다른 신체는 지금 내가 가짜인 상태로 지내면서도 필요한 거지만. 자궁은 그렇지 않잖아.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면 좋은 거야.”

그런 건가?”

그런 거야.”

여자의 말에 그는 이제야 겨우 납득이 간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더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동안 가짜의 삶을 살면서 학교에서 배운 수많은 과목들은 지금 이 순간에 적절한 위로의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책도 하루에 한 권씩 읽었건만 그런 것들이 바로 떠오르게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러지 마.”

그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워지자 여자는 미소를 지은 채 그의 손을 꼭 잡고는 더 밝게 웃어보였다.

나쁜 생각은 하지 마.”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여자는 가볍게 자신의 무릎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가자.”

?”

아니면 저쪽에서 알아차릴 수도 있어.”

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진짜를 봤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 일어나다가 그대로 다시 앉았다. 다리가 풀렸다. 그런 그를 본 채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 팔짱을 꼈다.

뭐 하자는 거야?”

그러게.”

그렇게 용기가 없으면서 애초에 여기에 온 게 대단해.”

보고 싶었어.”

그는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나 생각을 하듯. 그저 진짜. 자신의 진짜 그 진짜가 어떤 모습일지. 그게 궁금했다. 그게 전부였다. 다른 이유는 하나 없었다.

그냥 궁금했거든.”

?”

그냥.”

하긴.”

남자의 다소 재미가 없는 대답에도 여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그럴 거였다. 자신도 그저 진짜가 궁금한 순간이 있었다. 누구라도 가짜라면 다 그런 생각을 할 거였고 진짜를 생각할 거였다.

지금이라도 찾아보지 않을래?”

?”

.”

이 몸으로?”

?”

미안해할 거야.”

여자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모두 믿을 수 없지만 진짜들이 그들에게 미안해한다는 말도 있었다.

아닐 수도 있겠다.”

?”

갑작스러운 여자의 반응이 변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자는 아랫입술을 곡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것을 미안하게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면 가짜를 애초에 만들지 않았을 거였다.

아닐 거야.”

미안해 할 거야.”

그의 말을 듣던 여자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도 우스운 거였다. 진짜들이 가짜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을 거였다. 그럴 거였다. 자신이 오해를 한 거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순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도대체 그들이 왜 우리에게 미안함을 느끼겠어. 그런 마음이라면 애초에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거야. 나도 멍청하네. 그들이 우리에게 미안함을 느낄 거라니. 그런 말도 안 될 생각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들은 우리를 신경을 쓰지 않아.”

그러네.”

여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자신의 말에 그는 왜 계속 옳다고만 하는 건지. 약간 식은 커피를 마신 여자는 더 짜증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맛없는 커피는 식어버린 이후 더욱 역겨운 맛을 내는 중이었다.

역겹네.”

그런 걸 매일 마셔야 하는 거야?”

그러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남자의 시선을 따라서 가만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여자가 그의 손을 잡았다.

생각이 없니?”

?”

그런 식으로 다가가면 누군가 눈치를 챌 거 아니야.”

. 그렇구나.”

여자의 말처럼 멈칫할 이유가 충분했다. 저 멀리 개를 산책하는 노부부가 보였다. 아까 그는 보지 못하던 거였다. 자칫 하다가는 그의 모든 계획이 무위로 돌아갈 뻔 했었다. 여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고마워.”

하여간 멍청해. 다들 왜 너를 따라서 나가는 거냐고 물었지만.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문제가 생겼을 거야. 게다가 너는 너 혼자가 아니잖아. 너를 통해서 다들 학교를 생각하게 될 거야.”

그러게.”

그게 다야?”

그의 멍한 표정에 여자는 깊은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다시 얌전히 자리를 잡았고, 여자는 남자를 주의 깊게 응시했다. 이웃과 살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그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양새였다.

저런 거 할 수 있어?”

인사?”

.”

다르구나.”

많이.”

그러게.”

그의 진짜인 남자는 너무나도 달랐다. 다른 게 당연한 걸까? 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진짜가 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잠시도 망설이지 않은 여자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들이 여자를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생긴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