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진짜의 가짜 4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 먼저 말을 걸고 인사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그거 너무나도 어려울 거야. 특히나 나처럼 멍청한 존재가 한다면 바로 걸릴 거야. 위험해.”
“너 상냥해.”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용기도 없이 온 거야?”
“응.”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
“그런데 왜 온 거야?”
“너와 나오고 싶어서.”
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그의 얼굴을 살핀 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머리를 뒤로 쓸어넘긴 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는 소리.”
“왜?”
“너는 깨끗하잖아.”
여자의 말에 그는 머리를 뭔가로 쾅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웃어보였다. 여자를 조금이라도 위로를 하고 그런 게 아니라고 위로를 주고 싶었다. 여자는 그런 그를 보다가 담배를 물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것을 빼앗았다.
“뭐 하는 거야?”
“뭐가?”
“담배.”
그는 어버버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담배라니. 말도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이거 우리에게 금지가 된 거야.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나는 괜찮아.”
“무슨?”
“봐.”
여자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폐도 줬어. 한쪽이야. 아무리 진짜가 양심이 없다고 해서 폐를 두 개 모두 다 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폐에 자궁을 줬어. 그리고 빌어먹을 발가락까지 줬다고. 지금도 그 없는 발가락이 나를 아프게 하는데. 내가 뭘 더 줘야 하는 거야? 내가 이 상황에서 담배도 하나 마음대로 피울 수 없는 거야?”
“그건.”
그가 할 말을 잃은 사이 여자는 다시 그에게서 담배를 가져ᄀᆞᆻ다. 그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뭐라고 하건, 그건 내 선택이야.”
“그래.”
여자는 익숙하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은 연기를 뿜었다. 유난히 뿌연 연기. 여자는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게 좋아?”
“너도 줄까?”
“아니.”
여자가 담배를 건네려고 하자 그는 도리질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씩 웃고 더 깊이 연기를 마신 후 뿜었다.
“나도 진짜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인간.”
“인간이라며?”
“아닌 거 같아.”
여자는 생긋 웃었다. 인간이라니. 여자는 자신의 모든 삶을 닮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의 입에서 깊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싫다.”
“미안.”
“왜 사과를 해.”
그의 사과에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은 헛기침을 했다.
“이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어?”
“얼른 가.”
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순간에도 망설여지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했지만 겁이 나고 두려웠다.
“만일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게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삶을 그냥 가야 하는 거야?”
그의 물음에 여자는 잠시 고민에 빠진 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그럴 리 없잖아.”
여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다 걸고 하는 거였다. 그런데 저 삶이 아니라니. 그럴 수 없는 거였다. 단순히 그만 이 삶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
“우스운 일이야.”
“그런가?”
“그래.”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믿음을 갖기에는 겁이 났다. 그가 이렇게 망설이는 순간 여자는 그 어느 순간부터 단호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를 보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행복할 거야.”
“정말?”
“그리고 행복해야 해.”
“그래. 행복.”
그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행보기라는 거. 자신이 해야 하는 거였다. 그러다 문득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왜?”
“다들 못 보는 거라니까.”
“볼 수 있을 거야.”
“그럴 리 없잖아.”
그는 고개를 흔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여자도 알고 있고, 그도 알고 있고 다른 가짜들도 알고 있는 거였다. 자신이 저 진짜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 알고 있는 거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진짜와 가짜는 서로 몰라야 하니까. 만날 수 없을 거였다.
“나비다.”
순간 그들 앞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드라마에서처럼 이 나비가 신일까?”
“드라마?”
“그 도개비 나오는.”
“아. 그거.”
모두 거실에 모여서 봤던 드라마였다. 진짜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는 말에 그들도 봐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는 거였다. 아니, 재미라기 보다는 흥미롭다는 거였다.
“그런데 신이 우리에게도 올까?”
“왜?”
“우리는 신이 만든 진짜가 아니잖ㅇ.”
“가짜.”
여자는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가짜라는 것. 그리고 진짜라는 것. 그것을 누가 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였다. 적어도 자신들은 진짜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갈 거야?”
“어?”
“나도 돌아가야 해.”
여자는 시간을 확인한 후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그를 진짜의 삶으로 돌라고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여기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돌아가야만 했다.
“너도 여기에 남을래?”
“미쳤니?”
여자는 곧바로 파안대소하며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는 혀로 아랫입술을 축인 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그냥 머?”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아주 약간의 불안함이 사라질 거 같아서. 모두를 같이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숨이 막혀.”]
“여기에 왜 있어?”
“그냥 왔죠.”
선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오면 안 되는 곳이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요.”
“아니.”
상유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선배가 귀찮은 일을 자꾸 만들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지금 아름 누나도 고민이 많은 거 알아요?”
“나 때문에?”
“당연하죠.”
“아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아름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답답한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있어요?”
“뭐가?”
“안에 있으면 되잖아.”
상유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온 거야?”
“그냥.”
선재는 상유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더 궁금해 하지 말라고요.”
“어?”
“선배로 이해서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이런저런 생각을 더하고 있다는 거. 알아야 한다고.”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냥 불쾌한 기분이었다. 왜 자신이 이런 질문을 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선재가 자신을 미워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아름 누나가 보낸 거야?”
“아니요.”
선재는 볼을 부풀리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어요?”
“모르지.”
“절대 아니에요.”
선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름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선재는 헛기침을 하고 그런 상유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냥 시키면 되는 일인데. 왜 그런 일을 가지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
“힘들어.”
“네?”
“저 여자 앞에 가면.”
상유가 기연을 쳐다보자 선재도 그쪽을 응시했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힘들다는 거. 이상한 거였다. 다른 천사들이 의뢰인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기에 더욱 신기했다.
“나랑 인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럴 리 없어요.”
선재가 단호히 말하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선배가 지금 천사를 몇 년 하고 있는데요?”
“어?”
“저 여자랑 인연이라니.”
“아.”
상유의 지적에 선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생이라거나.”
“뭐래?”
선재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선배 지금 소설을 쓰는 여자가 의뢰인이라서 소설 쓰는 거 아니에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기연을 보면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그 동안 저 위에서 인간들을 한두 사람 보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내려와서 본 건 처음이니까.”
“하지만.”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재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너 되게 이상하게 구는 거 알고 있지? 나에게 와서 이러는 거 조금 이상해.”
“저 원래 여기 되게 좋아해요.”
선재의 말에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선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위에서 부르네요.”
“위에서 바로 연락을 받는 거야?”
“선배는 아니에요?”
선재의 물음에 상유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선재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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