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27장. 신기한 여자]

권정선재 2018. 3. 20. 02:16

27. 신기한 여자

어제 고마웠어요.”

고맙기는요.”

기연의 인사에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기연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아니.”

만일 그쪽이 아니었더라면 오늘도 기분이 나빴을 거야. 마음이 편하고 되게 우울한 게 싹 사라진 거 같아.”

그래요?”

.”

기연은 머그를 손으로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행복한 듯 웃었다.

좋다.”

좋아 보여요.”

. 커피 마실래요?”

아니요.”

상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괜히 기연과 자꾸 엮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기연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안 그래도 위에서 그리 좋게 보지 않고 있는데 그만 둬야 하는 거였다.

싫어요.”

. 싫구나.”

기연이 상처 받은 표정을 짓자 상유는 자신도 모르게 뜨끔한 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

아니.”

상유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른 말을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그냥 이런 기분. 이것. 이게 전부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한다고 해서 그게 변하지 않을 거였다.

나를 피하는 거 같아요.”

피하긴요.”

그런데 이상해.”

기연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괜히 혼자서 뜨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기연은 갑자기 상유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도대체 나에게 숨기는 게 뭐예요?”

숨기는 거라니.”

숨기는 게 있잖아요.”

없습니다.”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어요.”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되게 좋아요.”

상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그쪽이 좋아요.”

기연의 고백에 상유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모르겠어요.”

기연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조심스럽게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미안해요.”

미안할 건 아니고.”

상유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풀었다.

그러니까.”

자꾸만 내 옆에 있으니까 진짜 사람처럼 느껴져요. 온기가 있는 누군가처럼 느껴져. 그래서 그쪽이 좋아요.”

. 그게 무슨.”

상유는 눈을 꾹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저 위에서 용납을 해줄 수 없는 일. 인간을 좋아한다는 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기연의 눈을 응시했다.

내 눈을 볼래요?”

?”

잠시만.”

기연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상유는 기연을 향해 한 번 씩 웃어 보이더니 눈에 힘을 주었다.

 

내가 그만 두라고 해도 안 그만 둔 거면서?”

시끄러워요.”

?”

아름이 미간을 모으자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

너 요즘 상태 되게 안 좋아.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너 천사 맞니?”

그러게요.”

상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맞나?”

.”

정말 모르겠어.”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아름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면서 침을 삼켰다.

그런 말 하지 마.”

?”

그거 위에서 들으면 안 좋아해.”

. 그렇구나.”

상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위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잘 아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마음이 편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 위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다 듣는 중이었다.

그렇구나. 저 위는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내가 저 위를 싫어할 자격은?”

?”

그런 건 없나?”

미쳤어.”

아름은 곧바로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리고 자신과 상유 위를 덮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저 위에서 듣고 있을 거야.”

누나 이러면 혼나는 거 아니야?”

내가 혼나도.”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너를 지키는 거야. 혹시라도 너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게 나에게 더 복잡한 일이 될 거야.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다 때려 치워. 너 진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좋대.”

?”

아름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

그건 불가능해.”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인간은 천사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거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야. 저 위에서 그 사실을 알면 좋아할 거 같아? 아니 화를 내고 문제가 생길 거야.”

알아.”

상유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눈썹을 올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만 둔다고 하는 거잖아.”

안 돼.”

안 되다니?”

사유를 뭐라고 말할 건데?”

?”

사유라니.

그런 거 있어야 하는 거야?”

당연하지.”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전에 나에게 말한 거. 그걸로.”

이미 그건 해소했다고 했어.”

.”

상유는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나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러니 문제지.”

아름은 울상을 지었다.

너 미친 거야.”

미친 거라니.”

상유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을 지웠다며?”

그렇지.”

그럼 뭐가 문제야?”

나도 그래.”

?”

나도 그 여자가 좋아.”

미쳤어!”

아름의 고함과 함께 갑자기 엄청난 충격이 상유를 덮쳤다. 상유는 발을 구름에 단단히 묻고 애써 그 바람을 견뎠다.

, 무슨 짓이야? 이게.”

미친 거야.”

아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붉게 달아올랐다.

천사가 인간을?”

그거야.”

그거 하면 안 되는 짓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인간을 위해서도. 네가 인간을 알면. 그 인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고.”

무슨 일이 있을지 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아름의 눈을 응시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런데 좋아하게 되었어.”

미쳤어.”

누나는 그런 적 없어요?”

없어.”

아름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날개를 접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집어 치워.”

싫다면?”

?”

그런 게 싫다면.”

미친 거야. .”

무슨 대화 중이실까?”

갑자기 선재가 나타나자 두른 모두 입을 다물었다. 선재는 눈썹을 장난스럽게 움직이며 서운하다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

뭐예요? 두 천사 다. 그러게 나를 싫어하는 거야? 무슨 대화를 하는 건데 그렇게 입을 꾹 다물어.”

네 욕 했어.”

?”

상유의 말에 아름은 혀를 내둘렀다. 하여간 저런 식으로 상황을 피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나았다.

갑자기 왜 온 거야?”

아니 형이 왔다고 해서 온 건데. 형이 나를 자꾸 피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직접 만나고 싶어서.”

피하는 거 맞아.”

?”

상유의 대답에 선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름도 조심스럽게 두 천사의 눈치를 살폈지만 선재는 별다른 것이 아닌 듯 엷게 웃었다.

형이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거 같아서요.”

?”

선배. 기억을 지었다면서요?”

상유는 침을 삼켰다.

무슨.”

아니에요?”

맞아.”

상유가 대답을 하기 전에 아름이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는 갈게요. 그냥.”

그래.”

상유는 선재를 한 번 힐낏 보더니 그대로 날개를 펴서 몸을 감쌌다. 상유가 사라지자 선재는 입술을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아름을 응시하다가 그대로 사라졌다. 아름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