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28장. 바람이 불다.]

권정선재 2018. 3. 20. 02:19

28. 바람이 불다.

머리 아파.”

술을 작작 마시지.”

아니거든요?”

상유의 말에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건지.”

얼마나 마셨으면 그걸 잊어요?”

. 그런가?”

기연은 눈을 꾹 감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상해.”

뭐가 이상해요?”

나는 술을 많이 마셔도 기억을 잃는 날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기억이 전혀 없어. 술을 마신 기억도.”

출근 안 해요?”

?”

기연은 놀라서 가방을 들었다.

 

어제 괜찮아?”

?”

상유는 아차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그렇게 울면서 다녔던 거. 그 모든 기억을 다 지워버린 거였다.

어제 그 진상.”

진상이요?”

기연이 전혀 모르는 표정이자 선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바람 좋다.”

그러게.”

선재는 기연의 옆에 나란히 서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런데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

기연이 놀란 눈으로 선재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어제 진상이 와서 정기연 씨에게 되게 귀찮은 일을 만들었거든. 그런데 그걸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어서.”

그래요?”

기연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위화감. 그러니까 이게 그거였나?

. 그런 슬픈 일을 잊는 거라면 좋겠지만. 그게 도대체 뭔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 같아서.”

선재는 그리고 상유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상유는 괜히 혼자 뜨끔하고 미간을 모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너 매일 이상한 소리를 할래?”

그런 건 아니고.”

불가능해.”

아름의 단호한 대답에 상유는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보이지 않은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그것은 사실인 기분이었다.

분명히 내가 있는 쪽을 응시했어. 어제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그랬단 말이지.”

에이.”

아름은 아랫입술을 꽉 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목을 이리저리 풀고 한숨을 토해내고 미간을 모았다.

선재는?”

?”

걔 뭐야?”

몰라.”

아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상유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상유는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누나. 그 녀석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거라고요. 혹시 악마일 수도 있어. 악마가 여기에 와서.”

에이.”

아름은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불가능해.”

어떻게요?”

악마가 여기에 오면 그대로 타서 죽어버릴 걸? 절대로 여기에 오지 않는다는 거 알면서도 그래.”

그건.”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름의 말처럼 악마가 이곳을 올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선재에 대해서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낯선 느낌. 그것은 천사의 느낌이 아니었다.

누나도 정체를 모르는 천사라는 거. 그거 말이 안 되는 건데. 왜 그렇게 감싸주는 건데요?”

내가 감싸주는 게 아니라.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그렇긴 하지만.”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이 이상한 기분.

그리고 너도 오래 봤잖아.”

그런데 시작이 기억이 안 나.”

?”

누나는 기억이 나요?”

그거야.”

아름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려고 하다가 멍해졌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처음 알게 된 건지.

그러게.”

누나는 나를 만난 건 기억이 나요?”

. 위에서 너를 배정을 해준 거. 그거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왜 선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지.”

그거 봐.”

상유가 손가락을 튕기며 삿대질을 하자 아름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말이 안 되는 거야. 말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거 우스운 거야.”

아니.”

됐어.”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이런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더 우스웠다.

모든 천사가 다 자신의 근원에 대해서 기억하는 거 아니야. 때로는 자신의 근원에 대해서 모르는 천사들도 있다고. 그런데 그 근원을 모른다고 해서 이상한 오해를 하고. 의심을 하는 거. 그거 천사로 하면 안 되는 일이야. 천사의 계율을 잊은 건 아니지? 천사는 다른 천사를 의심하면 안 되는 거야.”

의심이 아니라.”

지금 네가 하는 거 의심이야.”

상유는 아랫입술을 하얗게 될 때까지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침을 꿀꺽 삼켰다.

누나도 이상하잖아. 지금 너무 이상해서.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해서 그러는 거잖아.”

아니.”

아름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다고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상유가 원하는 결과를 낳을 거였다.

그렇지 않아.”

누나.”

그만 둬.”

아름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왜?”

왜라니?”

천사는 그런 의문도 품어서는 안 되는 건가?”

당연하지.”

아름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렇게 봐요?”

?”

아니.”

기연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자신을 응시하자 상유는 헛기침을 했다.

그쪽이 너무 나를 그렇게 보니까.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 아니죠?”

아닙니다.”

상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미련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미안합니다.”

아니 뭐. 사과를 할 건 아니고.”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쪽이 이제 사람처럼 느껴져요.”

.”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기연을 위해서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위에서 이런 소리를 듣고 뭐라고 할지.

미안합니다.”

왜 사과를 해요?”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상해.”

이상하군요.”

상유는 헛기침을 하고씩 웃었다.

배 안 고파요?”

?”

밥 먹죠.”

천사라서.”

인간으로 변해요.”

그건.”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기연의 말이 옳았다. 천사가 인간계에서 인간의 모습을 취하는 그 순간 배고픔도 같이 따라왔다.

안 그래도 내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폐를 끼치는 거. 정말 싫습니다.”

폐는 아닌데.”

기연은 볼을 부풀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 혼자서 밥을 먹는 거 싫거든요.”

그럼 볼게요.”

아니.”

기연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보며 난처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배불러.”

많이 먹었네요?”

.”

기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만족한 듯 배를 문질렀다. 상유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날은 이렇게 많이 먹지 않으면서. 괜히 나 때문에 오버해서 너무 많이 먹은 건 아닙니까?”

오버해서 많이 먹은 거 아니에요.”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더니 그대로 뒤로 벌러덩 누웠다.

아 좋다.”

그러다가 소가 될지도 몰라요.”

뭐야?”

기연은 상유를 노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할머니 같아.”

요즘에는 이런 말을 안 씁니까?”

당연하죠.”

.”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인간들은 이런 종류의 말을 쓰지 않는 거구나.

미안해요.”

왜 사과를 해요?”

그러니까.”

좋다.”

기연의 말에 상유의 얼굴이 굳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상유를 응시하며 씩 웃었다.

그쪽이 내 천사라서 좋아요.”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인간이면 좋겠어.”

?”

상유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인간이면 좋겠다고?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여태 그 누구도 내가 꿈을 향해서 가도 된다고 말을 해준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박상유 씨는 그랬잖아.”

천사니까.”

아니.”

기연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라서 그런 거에요.”

상유는 한숨을 토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