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진실을 향해 1
“몰라.”
“거짓말.”
“정말 몰라.”
집요한 상유에 아름은 울상을 지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도대체 뭘 알고 있다고. 이렇게 나를 괴롭히려고 드는 건데?”
“이해가 안 가.”
상유의 반응에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도대체 뭘 궁금하게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너의 그 선택.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몰라?”
“압니다.”
“아는데 그래?”
“아니까 이러죠.”
상유의 머뭇거리는 표정에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리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하지만.”
“안 된다고.”
상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까다로워.”
“이게 당연한 규칙인 거야.”
“규칙?”
상유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나에게 그 인간이 오면 안 되는 거지.”
“네가 선택하는 거야.”
“아니요.”
상유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선택일 리가 없었다. 자신이 선택을 한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할 리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은 누군가의 뜻이었고. 그것은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
“내가 말하는 거. 내가 바라는 거. 내가 원하는 거. 그게 정말로 나의 의지대로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천사니까.”
“불가능한 거죠.”
“아니 가능해.”
“불가능해요.”
아름은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걱정스러운 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왜 그러는 거야? 너를 위해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몰라? 너를 위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 내 말을 모르는 거야?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박상유. 천사로의 품위를 지켜. 내가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이러는 게 아니라 너를 걱정해서 이러는 거야.”
“걱정.”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걱정이구나.”
“야. 너 정말.”
“알았어요.”
상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뭘 알아?”
“누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아니.”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너를 위해서.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지금 이러는 거야.”
“나는 내가 천사가 아닌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냥 인간 같아.”
“미쳤어.”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소리. 저 위에서 들으면 정말로 싫어할 말이었다.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말을 하란 말이야. 너의 그 말로 인해서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모르는 거야? 너 정말.”
상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름은 속상하다는 듯 그런 상유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몰라.”
“왜 몰라?”
미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름을 응시했다.
“뭘 아는 거야?”
“뭘 알다니?”
“뭐가 있는 거잖아.”
“무슨 천사가 이래?”
“뭐?”
아름의 말에 미영은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구겼다. 아름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너를 위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너 휘말리면 안 되는 거야.”
“휘말리기는.”
아름은 팔을 문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상유 그럴 애 아니야.”
“뭘 그럴 애가 아니야?”
“천사로의 직분을 잊지 않아.”
“직분?”
미영은 코웃음을 치고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네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면 그 여파가 나에게도 올 거라는 걸 모르는 거야?”
“알지.”
“아는데 이래?”
“알아서 이래.”
“모르겠다.”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울상을 지은 채 책상에 널부러졌다. 미영은 인상을 구겼다.
“그냥 위에 보고해.”
“뭐?”
“그럼 간단하잖아.”
“아니.”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
“왜?”
“그거 배신이야.”
“배신은 무슨.”
미영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너 잘못하다가 거기에 휘말리면 같은 문제에 꼬이게 되는 거야. 그거 귀찮은 일이라는 걸 몰라?”
“알지.”
“아는데 그것을 감내하겠다?”
“응.”
아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와 알게 된지 짤븐 시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상유가 싫지도 않았다.
“상유를 위해서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 그걸 하는 거야.”
“해야 하는 일이라니.”
미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야?”
“그러게.”
아름은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미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다른 마을 덧붙이지 않았다. 아름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을 뿐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만일 그쪽의 천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래요?”
“네?”
상유의 물음에 기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네?”
“더 이상 내가 당신의 천사가 아니라면.”
상유의 물음에 기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뭐가 싫습니까?”
“그런 생각.”
“아.”
“그냥 그쪽이 내 천사였으면 좋겠어.”
“그렇군요.”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기연의 눈을 응시하더니 이리저리 목을 풀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을 더 이상 내가 지킬 수 없을 거 같아.”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아니요.”
“그럼 내가 고백을 해서 그런 건가?”
“네?”
기연의 말에 상유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좋아해요.”
“정기연 씨.”
“그쪽을 좋아해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한다고? 좋아한다는 말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이제 기억이 났어요.”
기연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왜 그걸 잊었지?”
“그러니까.”
상유는 멍해졌다. 절대로 기억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기억을 잃어야 하는 건데.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무슨 기억이 더 났습니까?”
“네? 무슨?”
“아닙니다.”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굳이 기연으로 하여금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떠올리게 할 이유는 없었다. 때로는 아무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었다.
“다른 건 기억하지 말아요.”
“뭐가 있는 거죠?”
“네?”
“도대체 내가 뭘 모르는 거죠.”
“나도 모르겠어요.”
상유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원래 이런 일은 없거든요.”
“그게 무슨?”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인간은 천사에게 반하지 않죠. 반할 수도 없고. 반해서도 안 되는 거예요.”
“반해서 안 되는 거라.”
기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기연은 가만히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내가 좋아하면 그쪽에게 문제가 되는 거죠?”
“네.”
“그렇구나.”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으로도 불편함을 준다는 거.
“그런 거구나.”
“나를 좋아하지 말아요.”
“그게 어려워요.”
기연은 가슴께를 손으로 꼭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좋아져 버렸는 걸?”
“그래요?”
“네. 이미 좋아졌어.”
“그렇구나.”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분명히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가이 들었는데 이 여자가 너무나도 가엽고 안쓰러웠다.
“미안해요.”
“왜 사과를 합니까?”
“내가 좋아하면 안 되는 거라면서요.”
“왜 안 되는 줄 압니까?”
“네?”
기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그쪽을 좋아하니까요.”
상유의 말에 기연의 눈동자는 그대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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