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장. 당신의 의미 1
“젠장.”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을 하라는 그 이야기. 결국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말이었다. 자신을 희생하고 결국 지켜주겠다는 것. 아름에게 너무 위험한 일이라는 거.
“도대체 나는 왜.”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으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고 있기에 너무나도 미안하고 아팠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상유는 그리고 기연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잘 자네.”
그렇게 미소를 짓는 순간.
“으, 으왓!”
“왜, 왜요?”
기연이 갑자기 자신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늘 거기에 있었어요?”
“네?”
기연의 물음에 상유는 가만히 있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까 지금 기연이 자신을 알아본 거였다.
“뭐, 뭐예요?”
“뭐가요?”
상유의 반응에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내가 보여요?”
“다영ㄴ하죠.”
“아니.”
수많은 계약자들 중에서 이런 식으로 천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들이 자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냈고, 더 이상 천사들은 그들이 자는 시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뭐가 그럴 리가 없어요?”
“아니.”
머리가 뒤죽박죽.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난 셈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내가 박상유를 씨를 알아보면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거예요? 늘 보고 있었던 거 아닌가?”
“안 되는 거라고요.”
상유는 손을 뻗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을 폈다가 쥐었다. 힘이 느껴지지 않는 기분. 뭐라도 사라진 게 있는 건가? 그리고 집중을 하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떠나야하는 거구나.”
“무슨?”
“내가 기연 씨를 떠나야 하네.”
“무슨 말이에요?”
상유의 말에 기연은 인상을 구겼다.
“박상유 씨.”
순간 기연이 손을 잡았다. 그 손이 닿고,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상유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손을 뒤로 치웠다.
“당연히 내가 그쪽에게 보이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당신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겁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그러니까.”
상유는 눈을 감았다. 저 위의 누군가가 자신을 많이 거슬려 하고 있다는 증거가 지금 보이는 거였다.
“천사가 인간에게 마음을 주면 안 되는 거. 그러는 게 규정 위반이라는 거 그게 바로 티가 나는 거네요.”
“미안해요.”
기연의 눈에 곧바로 눈물이 고였다.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거 싫어.”
“당신 탓이 아니에요.”
상유는 기연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날개를 폈다. 다행히 날개가 펼쳐졌다. 아직 그래도 자신이 수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였다. 상유는 눈을 꼭 감았다.
“저 위에서 말하고 올게요.”
“올 거예요?”
“네. 옵니다.”
상유는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기연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상유의 팔을 꼭 잡았다.
“가지 마요.”
“정기연 씨.”
“당신 내 수호천사라면서.”
“그건.”
상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따. 그러니까 천사가 이런 식으로 먼저 계약자를 떠나면 안 되는 거였다.
“가지 않으면 지금 이 정도로 문제로 끝이 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점점 더 많은 힘을 잃을 거예요.”
“그럼 안 돼요?”
“네?”
“그래도 되는 거잖아요.”
상유는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래요?”
“없어요.”
“그렇구나.”
기연은 힘없이 대답을 하면서 상유를 놓아주었다. 상유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숨이 콱 막히는 기분. 아마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 그런 것인가? 그런데 인간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나?
“내가 당신을 더 이상 지키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당신에게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할 겁니다.”
“그런 건 두렵지 않아.”
“내가 무서워.”
상유는 손을 꽉 쥐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기연에게 살짝 몸을 기댄 후 엷은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그러니까 사과는 하지 말라니까.”
상유는 이렇게 말하다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눈을 감고 날개를 쫙 폈다. 날개가 펼쳐졌다. 상유는 손을 뒤로 뻗어서 깃털 하나를 뽑아서 기연에게 내밀었다. 기연은 긴장된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하얗죠?”
“네. 하얘요.”
“색이 바라지 않으면 나는 괜찮아.”
“그게.”
“그런 거예요.”
기연은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를 더 잇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올 거야. 다시.”
상유는 힘을 주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올 거죠?”
“네.”
기연도 겨우 미소를 지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하고 터져 나올 것 같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올 거라고 믿을게요. 기다릴게.”
“기다려요.”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반드시 올 거야.”
상유는 그리고 날개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곧 빛이 나고 기연이 감았떤 눈을 떴을 때 상유는 사라졌다.
“도대체.”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깃털을 손으로 꼭 감싸사 품에 안았다.
“누나 방금 그거 규정 위반인 거 알죠?”
“너 뭐야?”
아름은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선재는 자신과 상유의 일을 몰랐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까 너 없었잖아.”
“숨은 거죠.”
“숨어?”
아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네가, 아니 천사가 내 앞에서 감히 몸을 숨길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건 아니지? 그건 불가능해.”
“뭐.”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은 후 뒤로 한 번 물러났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아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야?”
아름이 혼란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아름의 뒤에 나타났다.
“이러면 되는 건가?”
“당신.”
아름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건.”
“아니.”
선재는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안 돼요.”
“뭐 하는 거죠?”
“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재미?”
“재미라니.”
아름은 아랫입술이 하얗게 될 때까지 물었다가 놓았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 그거 규정 위반이야. 당신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지루해서.”
“지루하다니. 이봐요!”
아름이 손을 뻗는 순간 선재는 뒤로 펄쩍 달아났다.
“나에게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요?”
“알죠.”
아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 미워.”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술을 내밀었다.
“선배에게 말하지 마요.”
“뭐?”
“부탁이에요.”
“선배라니. 아.”
아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상유가 이미 의심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쪽도 알고 있을 거 같은데.”
“그렇죠.”
“그런데 숨기라고요?”
“부탁이에요.”
선재가 두 손을 모으면서 간절한 표정을 짓자 아름은 머리가 왕왕 울리는 기분이었다.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혀로 어금니를 꽉 누르다가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왜죠?”
“딱히 이유는.”
“딱히 이유가 없다니.”
아름은 선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절대로 가능하면 안 되는 일. 그게 지금 일어나는 거였다.
“심심하면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요. 그런 식으로 천사들의 일에 대해서 다가오지 말고. 그거 규정 위반이야. 그런 식으로 모든 천사들의 일에 개입을 하면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라요?”
“알죠.”
선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자신이 문제인 거였다. 멍청했다.
“내가 한심하네.”
“왜요?”
“그쪽을 모르고.”
“에이.”
선재는 손사래를 치며 입을 내밀었다.
“내가 숨기려고 한 건데. 그걸 누나가 바로 알아차리는 게 더 이상한 거잖아요. 명색이 그래도 내가 저 위에 있었는데.”
선재는 위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숨이 막혔다. 자신은 멍청했다.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다르게 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문제였던 거였다.
“도대체 왜.”
“그냥?”
선재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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