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당신의 의미 2
“내가 비밀을 지킨다고 해서 상유가 모를 것 같지도 않아요. 이미 여기로 오고 있는 것도 느껴지고.”
“아.”
선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비밀 좀 지켜줘요.”
“아니.”
“부탁입니다.”
누가 봐도 지금 이 상황은 부탁이 아니었다. 아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사라졌다.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형.”
“미친.”
상유는 다짜고짜 선재의 멱살을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상유는 물끄러미 선재를 응시했다.
“이게 지금 묻는 사람의 태도인가?”
“시끄러워.”
“형.”
“너 뭐야?”
“네?”
“네 정체.”
선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선재의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선재의 아귀 힘은 꽤나 단단했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행동을 하면 곤란할 텐데. 뭐. 형은 그런 걸 신경도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너 도대체 뭐야?”
상유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선재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고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무슨.”
“왜요?”
“너 도대체 뭐냐고?”
“천사.”
“거짓말.”
상유의 반응에 선재는 재미있다는 듯 눈알을 굴리면서 씩 웃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는 너무 많은 걸 알아.”
“그게 문제인가?”
“문제지.”
“에이. 그건 아니죠.”
선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나에게 왜 이래요?”
“뭐라고?”
“형이 나에게 이래서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뭐라도 얻을 게 있을 때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무슨.”
“내가 뭐라고 생각해?”
“뭐?”
“내 정체.”
제대로 들어온 물음.
“적어도 내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의심을 하면서 무슨 생각이라도 하니까 이런 걸 묻는 거잖아요.”
상유의 말은 정확했다. 자신이 의심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상유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을 거였다.
“그게 아니라.”
“거짓말.”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가 선배를 모른다고 생각을 해요? 아니, 나 너무나도 잘 알아. 선배 정말 잘 알아. 그런데 지금 나를 소기면서 정말. 이거 아닌 거 같아. 나는 선배를 좋아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선배라고?”
상유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죠.”
“거짓말.”
“에이.”
선재는 검지로 머리를 긁적이고 씩 웃었다.
“형이 의심하는 내 정체가 뭐예요?”
“말하면?”
“되는 거죠.”
“맞을까봐 걱정이야.”
상유의 말에 선재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선재를 가리켰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그게.”
“악마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상유가 계속해서 망설이자 선재는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웃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쉬이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그걸 선재는 너무나도 쉽게 말하고 씩 웃었다.
“그건 아니에요.”
선재는 손을 뒤로 뻗어서 등을 긁적였다.
“내가 악마일 리가 없잖아요. 악마가 여기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없다는 거 몰라요?”
“알아.”
“아는데 그래요?”
상유는 헛기침을 하고 선재를 응시했다.
“뭘 하려는 거야?”
“뭐가요?”
“적어도 이런 종류의 행동을 할 때는 어떤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 아무 목적도 없이 이럴 리 없잖아.”
“없어요.”
“무슨.”
상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유가 없다고?”
“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재미있잖아.”
“재미라니.”
“선배가 인간을 사랑한다.”
선재는 손을 맞잡고 씩 웃었다. 그리고 날개를 활짝 폈다.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금빛으로 빛났다.
“그 날개는.”
“날개를 잃어가는 중이죠.”
선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날개를 잃어가는 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신이라고요. 신.”
선재의 여유로운 대답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신이라니. 그런 존재가 지금 이런 짓을 해도 된다는 건가?
“지금 신이 할 수 있는 치고는 너무 유치한 거 아닌가? 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뭐.”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눈을 굴리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선재가 순간 사라졌다. 상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정신이 들어?”
“누나. 여기는.”
“더 누워 있어.”
아름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고개를 저었다.
“신이라니.”
“그러게.”
아름의 느긋한 반응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아름의 반응을 보니 이미 아름은 알고 있었던 거였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말하면 달라지나?”
“그거야 당연히.”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름이 자신에게 미리 선재의 정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원망할 수 없었다.
“그래야 나도 뭘 하조.”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상유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신은 천사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것을 지금 선재가 지키지 않은 거였다. 그것을 거론해야 했다.
“그냥 두고 볼 거예요?”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그거 규정 위반이잖아요.”
“규정.”
아름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거 따질 수가 있나?”
“그럼 그냥 있어요?”
아름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날개를 펴고 주위에서 듣지 못하게 한 상황에서도 들은 거 보면 대단한 신인 거야. 알지?”
“그럼 그냥 넘겨요?”
“왜?”
“아니.”
상유는 가슴을 뭔가가 콱 막은 기분을 느꼈다.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데, 그냥 참고 모두 넘겨야 하는 거였다.
“단순한 거야. 그런 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럼 그냥 넘겨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응.”
“도대체 어떻게.”
“신이니까.”
“아니, 그게 도대체 뭐야.”
상유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왕왕 울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풀고 따져야만 하는 거였다.
“누나 위를 안 만났어요?”
“만났지.”
“그런데 어떻게 넘겨요.”
“세상에 신이란 존재가 한 분은 아니니까. 그리고 선재. 그런 신도 천사도 아닌 걸 알고 있으니까.”
“그게 도대체 뭐야.”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속상했는데 뭘 해야 하는 건지 아무 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인간이 생겼고, 나는 천사라고 하는데. 내가 자신의 천사라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너도 알잖아.”
“akfhe 안 돼.”
도대체 무슨 천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지는 걸까? 어떻게 평범한 인간 하나 지키지 못하는 걸까?
“아무리 곧 날개를 잃을 거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네 선택이야.”
“제 선택이요?”
상유는 코웃음을 쳤다.
“가서 따질 거야.”
“미쳤어.”
상유가 날개를 펴려고 하자 아름은 재빨리 상유의 손을 잡았다.
“안 돼.”
“누나.”
“제발.”
“안 된다고.”
상유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되어버리고 말 거였다.
“누나가 나를 도와야지.”
“그건 어려워.”
“도대체 왜!”
상유는 울부짖었다.
“도대체 왜 안 되는 건데!”
상유의 울부짖음에 아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보는 이의 마음도 너무나도 아프고 슬픈 기분이었다.
“가지 마.”
“누나.”
“가면 안 돼.”
아름은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너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누나. 나는 가야 해.”
“박상유.”
“그 사람을 지킬 거야.”
상유는 그래고 그대로 날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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