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33장. 당신의 의미 3]

권정선재 2018. 3. 26. 23:58

33. 당신의 의미 3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온 거야?”

그럼.”

선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은 채 상유를 응시하다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

뭐가?”

선배. 그 사람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행동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건.”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재의 말이 옳았다. 자신은 그 사람을 많이 알지 못했다. 아니,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빙고.”

선재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 형 똑똑하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거 내가. 아니지. 신들이 한 거예요.”

선재는 양팔을 벌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형이 제대로 보지도 않은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거 너무 이상하잖아요.”

뭐라고?”

그게 순리고.”

선재는 마치 지휘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돌리고 뒤를 돌았다.

그러니 이해를 해야죠.”

이해라니.”

선재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궂은 농담을 다 들어야 하는 건가?

나 네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럼 듣지 마요.”

너는 정말 사악해.”

사악이라니.”

선재는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목을 이리저리 풀다가 다시 상유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씩 웃었다.

선배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돼요. 그래도 내가 선배를 얼마나 생각하고 하는 건데요.”

생각?”

상유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런 게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짓이라면 절대로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너는 지금 그저 나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 거야.”

에이.”

선재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어요?”

그럼.”

그런 거 아니에요.”

선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물끄러미 선재를 응시했다.

그래서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

그런 거 없어요.”

그런 게 없어?”

. 없어요.”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도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선재의 물음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그런 식의 장난을 쳐서 지금 나에게 뭘 얻어내려는 거야? 내가 뭘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없어요. 그런 거.”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고 검지를 들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신이라며.”

.”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고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이미 말한 거니까.”

아니.”

상유는 눈을 감았다. 심장이 너무나도 뛰어서 아무 거소 현명하게, 침착하게 따지고 들 수가 없었다.

최소한 이 세상의 룰은 지켜야 하는 거잖아.”

그런 거 누가 정하는 건데요?”

그거야.”

상유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선재를 응시했다. 선재의 여유로운 표정. 거기에 자신의 자리는 업성.

그 모든 것까지 다 정하는 거. 그게 바로 신이야.”

누가 그런 걸 정하는 건데!”

상유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면서 날개를 펼쳤다. 선재는 고개를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검지로 상유를 가리켰다.

비록. 내가 지금 날개를 잃어가는 신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천사이자 신이에요. 선배가 그런 식으로 나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거야.”

무슨.”

상유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선재는 입을 내밀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유를 찾아요.”

뭐라고?”

상유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모든 걸 다 하는 게 아니에요.”

선재는 양팔을 쫙 펼치고 억울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여기 생각보다 복잡한 곳이에요. 선배.”

나를 놀리는 이유가 뭐야?”

상유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도대체 뭐냐고.”

상유가 다시 자신에게 달려들자 선재는 여유롭게 그것을 피한 채로 가볍게 발로 땅을 내딛었다.

뭐 하는 거예요?”

권선재!”

상유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자 선재는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그리 달갑지 않은 것.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자리에 우뚝 섰다.

그러면 안 되죠.”

뭐가?”

.”

순간 선재의 표정이 밝아졌따.

지금 나에게 이럴 때가 아니라 빨리 내려가야 하는 거잖아.”

?”

시간의 흐름을 봐요.”

시간의 흐름? 그건!”

상유의 눈이 커다래졌다. 천계와 인간계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그 사실을 망각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여기에서 우리 두 사람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거지만. 그래도 아래에서는 다르지 않겠어요?”

선재의 말에 상유는 머리를 세게 한 o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아래에서는.”

얼른.”

상유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었고 모든 게 다 자신의 혼란이었고 문제였다.

선배를 위해서에요.”

나를 위해서?”

상유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왜 내 말을 안 믿어요?”

신이니까.”

?”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상유의 눈을 응시하더니 입술을 쭉 내밀었다.

선배는 되게 이상한 거 같아요.”

?”

그게 지금 중요해요?”

그럼 안 중요해?”

안 중요해요.”

선재는 단호히 대답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손가락을 튕겼다. 선재가 손가락을 튕기니 선재의 뒤에 갑자기 의자가 생겼다. 선재는 그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상유를 응시했다.

형은 지금 흥분해서 더 중요한 거 잊고 있어요. 선배. 선배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나랑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그 여자를 지키는 거.”

아니.”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다고요?”

선재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게 무슨?”

내가 생각한 거 아니잖아.”

?”

모든 건 다 신들이 한 거니까.”

아니요.”

선재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가는 눈으로 선재의 눈을 응시했다.

무슨 말이야.”

신이라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다 하지 않아요. 형이 지금 신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너무 억울하다. 그런 거 절대로 아니에요.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여기에서의 시간 기억하라고.”

내가 내려가면 달라지나?”

상유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어차피 내가 내려가서 뭘 할 수 있는 거 하나 없잖아. 이미 위에서 모든 것을 다 정해놓은 거잖아.”

운명을 바꾸고 싶지 않나?”

운명을 바꿔?”

상유는 코웃음을 치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선재를 응시했다.

그게 가능해?”

가능해.”

아니.”

?”

불가능이야.”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인간의 삶도 아닌 천사의 삶. 이건 정말로 바꿀 수 없고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나의 모든 삶. 이거 다 신들이 정하는 거잖아. 내가 왜 천사가 된 건데?”

그건.”

선재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입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했다.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내가 뭘 해?”

선배가 안 가면 아래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길 거예요.”

?”

그게 선배가 바라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선배가 생각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거 다른 문제가 될 거예요.”

무슨 말이야?”

악마.”

?”

악마라고.”

선재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형이 진짜로 말하는 그 악마. 그 악마가 지금 저 밑에 나타났어요. 루이 빌헬름 루시퍼 이후로 오랜만이네.”

무슨.”

상유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악마가 나타났다고?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은 후 고개를 저었다.

악마라니? 그것도 다 신의 설계인가?”

적어도 나의 설계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걸 왜 말하는 거야?”

그냥.”

그냥이라.”

상유는 혀로 이를 훑었다.

지금 내가 인간계로 다시 내려가면. 그거 결국 신들이 설계한 그대로 다시 행동을 하는 거네.”

그렇지.”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해야지.”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상유는 한숨을 내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