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34장. 지켜야 하는 사람 1]

권정선재 2018. 3. 27. 22:55

34. 지켜야 하는 사람 1

봄을 타는 건가?”

왜요?”

선재의 물음에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요즘 들어서 유난히 지친 모습인 거 같아서.”

아니에요.”

기연은 부러 더 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그런 기연이 괜히 안쓰러워서 한숨을 토해냈다.

그럼 글이 안 써져요?”

그건.”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고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거 맞는 거네.”

선재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럼 일이라도 줄이고.”

아니요.”

기연은 다시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글이 써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까지 줄인다면 그건 문제일 거였다.

그런 거 상관없어요.”

있을 텐데. .”

선재는 가볍게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기연을 안쓰럽게 응시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기연은 얼굴을 가리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에 어딘지 모르게 걸리는 게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 거 부담스러워요.”

그럼 미안.”

선재는 안경을 벗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연은 여전히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야.”

?”

아니요.”

선재가 당황하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 말고요.”

그럼요?”

그냥 다 그래요.”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잘 하고 싶은데. 뭐든 다 잘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그게 너무 어려워. 너무 간단한 거 같은데 간단하지 않네요.”

그게 간단할 리가 있나.”

선재는 한쪽 볼을 부풀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냐.”

퇴근을 하기 위해 식당을 나선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지친다.”

1년도 넘은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이 다 꿈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 자체가 너무 우스웠다.

나는 뭘 하는 거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천사를 위해서.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저기.”

기연은 고개를 돌렸다. 웬 미끈하게 생긴 사내가 자신을 응시하면서 장난스럽게 싱긋 웃는 중이었다.

? 저요?”

. 그쪽이요.”

누구세요?”

혹시라도 아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쪽에게 아주 좋은 기운이 보여서요.”

미친 뭐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이런 인간에게 말을 붙인 것인지. 기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됐거든요. 그런 거 안 믿어요.”

기연이 그대로 지나쳐서 가려고 하는데 사내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 아까보다 조금 표정이 진지해졌다.

진짜에요.”

사내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 살짝 인상을 구겼다가 풀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요.”

?”

기연은 사내를 노려봤다. 그 순간 사내가 갑자기 씩 웃더니 기연의 눈을 응시했다. 모든 것을 다 읽는 기분.

맞네.”

, 무슨?”

천사.”

, 천사요?”

기연은 자신도 모르게 너무 크게 놀랐다는 사실에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이쪽도 꽤나 수상한 쪽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바빠서.”

에이.”

기연이 대충 둘러대려고 했지만 사내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씩 웃었다.

에이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거죠. 이미 다 알았는데. 천사 말고 이쪽은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뭐가요?”

악마.”

. 악마요?”

기연은 코웃음을 쳤다.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인 건지.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사내를 노려본 후 그냥 지나쳤다.

나는 그 천사를 만나야 해요.”

.”

기연은 알 수 없는 힘에 비명을 지르고 뒤에 넘어졌다.

에이. 그러니까 사람, 아니 악마가 좋게 말을 할 때 들어야죠. 내가 나쁜 악마는 아니지만 말이죠.”

사내는 자기가 말을 하고 뭐가 또 재미있는지 혼자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괜히 소름이 끼쳤다.

당신 정체가 뭐야?”

악마라고 했잖아요.”

아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쪽이 악마건 뭐건 그건 나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 나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할 자격 없어.”

만난 거 맞네.”

?”

천사를 만났으니까 그렇게 반응을 하는 거잖아요. 천사를 본 적이 없다면 그렇게 여유롭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을 할 수가 없어. 그것은 겪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인 거죠.”

그러니까 그쪽이 악마라는 거잖아요.”

그렇죠.”

사내는 씩 웃엇다.

그래서요?”

기연의 차가운 반응에 사내는 미간을 모았다. 그러다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내고 손을 내밀었다.

조나단 빌헬름 루시퍼입니다.”

?”

. 이름.”

사내는 손을 머쓱하니 보다가 뒤로 거뒀다.

그냥 존이라고 불러요.”

누가 봐도 그런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내가 왜 그쪽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 거죠? 나는 그쪽하고 아는 척을 하고 싶지가 않은 건데요.”

그 천사를 만나야 하거든요.”

왜요?”

이제 숨기지 않는 거예요?”

.”

기연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느 정도 정체를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굳이 숨긴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리고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그를 무시하는 일이었으니까.

이렇게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뭐예요?”

.”

형이요?”

내 형을 찾아야 해요.”

그게 무슨.”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쪽이 뭘하건 나는 관심이 없어요. 나는 일단 그 천사를 다시 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잘못 온 거야.”

그건.”

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실이에요?”

그래요.”

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기연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정말이네.”

그러니까 가요.”

그럼 나랑 계약하죠.”

?”

이쪽도 좋아요.”

아니.”

기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쪽도 좋다는 게 무슨 말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쪽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

존은 해맑은 표정이었다.

나는 악마.”

그래서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고 영혼을 가져가요.”

영혼이요?”

끔찍했다. 천사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과 다르게 이쪽은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미쳤다고 내 영혼을 그쪽에게 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런 거 원하지 않아요.”

꿈이 크지 않으면 괜찮아요.”

?”

그게 꿈과 비례를 하거든요.”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요즘에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인간이 없어요. 그런 인간이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르겠지.”

뭐 세계 정복이요?”

그 정도는.”

존은 눈을 가늘게 뜨다가 검지를 흔들었다.

그쪽으로는 안 돼요.”

?”

영혼이 부족해.”

무슨.”

기연은 인상을 구겼다. 갑자기 나타나서 이렇게 기분이 나쁜 소리나 지껄이다니.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왜요?”

왜라니.”

기분이 나빠요?”

당연하죠.”

기연의 반응에 존은 아랫입술을 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왜 기분이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뭐라고요?”

기분이 나쁠 일이 아니잖아요.”

무슨.”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 건지. 기연은 존을 노려봤다.

됐어요.”

아니.”

그쪽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기요.”

기연이 그대로 가려고 하자 존이 붙잡았다.

나랑 계약을 해요.”

왜요?”

이제 정말 궁금해졌거든요.”

?”

이제 정말 흥미가 생겼어.”

기연이 얼떨떨한 사이 갑자기 옆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꺼져.”

기연은 고개를 돌렸다. 상유였다. 상유가 1년도 지난 시간이 되어서 그의 곁에 서서 존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