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지켜야 하는 사람 3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정말로 그쪽을 좋아하니까.”
“그쪽.”
기연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상유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왜요?”
“뭔가 좀 그렇지 않나?”
“네?”
“그쪽이라니.”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러게요.”
기연은 이리저리 목을 풀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상유의 눈을 응시하더니 살짝 눈을 흘겼다.
“나는 참 자존심도 없는 거 같아.”
“왜요?”
“박상유 씨가 내가 좋다고 하니까 나는 다시 좋아하잖아요. 이럴 때는 여자가 조금 튕기기도 해야 하는 건데.”
“에이.”
상유는 입술을 내밀고 눈을 가늘게 떴다.
“왜 튕겨요?”
“그래도 여자가 그래야지.”
“에이. 2018년에 안 어울리는.”
기연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마음이 편안한 거. 그리고 상유를 물끄러미 보다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왜 그래요?”
“또 가짜 같아서.”
“에이.”
“또 사라질 거예요?”
기연의 떨리는 음성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럴 일이 없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그건.”
“됐어요.”
기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듣고 싶지 않아.”
“저기.”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는 거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상유 씨가 무슨 약속을 해도 그게 그대로 지켜지지 않겠지.”
“미안합니다.”
상유의 사과에 기연은 부러 웃어보였다.
“그러지 마요.”
“하지만.”
“나는 박상유 씨가 내 곁에 있는 순간이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프고 힘들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기연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사과는 그만.”
기연은 상유의 입을 막았다.
“그러면 나 계속 상유 씨가 미울 거 같아.”
“네?”
“내 곁을 떠난 거만 생각이 날 거 같아.”
기연의 말에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네?”
“무슨 일이지?”
선재가 묘한 목소리로 묻자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끙 하는 소리를 냈다.
“비밀이 많아.”
“원래 제가 좀 그래요.”
기연의 말에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
“겨우 찾았네.”
기연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존.
“도대체 뭐지?”
존이 다가오려는 순간 선재가 앞을 막아섰다.
“앉으시죠?”
“에?”
“여기 식당입니다.”
선재의 말에 존은 아. 하는 소리를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기연을 한 번 쳐다봤고 기연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 메뉴.”
“저는 저쪽에게 주문을 하고 싶은데.”
“그럼 그냥 가시죠.”
“네?”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저희는 모든 손님을 다 같이 대하지만, 저희 가게의 여성 직원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고객은 받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
존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 그냥 쫓겨나게 될 판이었다. 힘들게 다시 찾았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이거, 이거 줘요.”
“그거 맵습니다.”
“괜찮아요.”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다면.”
존은 손가락을 풀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존은 연신 입에 손부채질을 하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맵다고 했잖아요.”
“아니.”
존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너무 매운 거 아니에요?”
“매워요. 그거.”
선재가 그대로 돌아서자 존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저 인간 뭐야?”
존이 손가락을 튕기려는 순간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존은 긴장하며 고개를 돌렸다. 상유였다.
“여기는 왜?”
“왜?”
상유는 존의 앞에 앉았다.
“여기 주문이요.”
“일행이십니까?”
“네. 여기에서 가장 맛있는 걸로 주세요. 안 매운 걸로.”
“알겠습니다.”
상유는 존의 눈을 물끄러미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려는 거야?”
“뭐가?”
“아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가만히 존의 눈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돌아가.”
“어디를?”
“지옥으로.”
“미쳤어.”
존은 인상을 구겼다.
“이봐요. 천사 씨. 나는 타락 악마야.”
“타락 악마?”
상유는 존의 말을 듣고 있다가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나?”
“왜?”
“왜라니.”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쪽이 좋은 존재가 되는 건 아니잖아? 한 번 악마가 악마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저 사람 곁에 있겠다고?”
“물론.”
“젠장.”
상유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존은 미간을 모으고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쭉 내밀었다.
“참 신기해.”
“뭐가?”
“인간에게 이러는 거.”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천사들이 이걸 용납하지 않을 거 같은데.”
“그건 그쪽이 생각을 할 건 아닌 거 같은데.”
“뭐.”
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게 천사가 할 말인가?”
“도대체 너는.”
상유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려는 순간 기연이 옆으로 다가와서 가볍게 상유의 어깨를 밀었다.
“도대체 여기에서 뭐 하는 거예요?”
“아니.”
“여기는 식당이에요.”
기연의 지적에 상유는 입을 내밀었다. 존은 낮게 웃었다. 상유는 그런 존을 노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계약하지 못하면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해.”
“그럼 가.”
“싫어.”
존의 반응에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뭘 하려는 거지?”
“형.”
“뭐?”
“내 형을 찾을 거야.”
“형이라니.”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악마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고 있는데 형제라니.”
“그건 이쪽의 사정이지.”
“아니.”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쪽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쪽이 하는 짓을 내가 그냥 두고 볼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리고 상유가 기연을 기다리기 위해서 식당 앞에 앉는데 존이 그 옆에 앉았다.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뭐 하는 거야?”
“갈 곳이 없어.”
“뭐라고?”
“이미 여기에 와 버렸잖아.”
“아니.”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악마가 인간 세계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왔다가 계약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알고 있지 않나?”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소멸.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하라는 거야.”
“도와줘.”
“도와달라고?”
상유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존을 응시했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내가 시끄럽게 할 수 있으니까.”
“뭐?”
“저 여자를 지키려는 거잖아.”
존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내가 네가 저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그때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해?”
“이미 저 위에서는 알아.”
“아.”
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사악하게 웃었다.
“저 아래는?”
존의 말에 상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주먹을 세게 쥐었다. 하지만 존에게 함부로 천사의 권능을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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