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38장. 이상한 악마 2]

권정선재 2018. 4. 3. 00:22

38. 이상한 악마 2

형을 찾아서 뭘 할 건데요?”

?”

기연의 물음에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니?”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유요?”

이유도 없이 찾아요?”

.”

존이 대충 말을 얼버무리려고 하자 기연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물끄러미 존의 눈을 응시했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설마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형을 찾아 여기에 왔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맞는데요?”

맞다고요?”

. 맞아요.”

기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룬 이유가 없다면 자신이 굳이 상유를 부추겨서 도와주라고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내가 틀린 게 되는 거잖아요.”

?”

나는 그쪽에게 뭔가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박상유 씨가 도울 수 있는 거 도우라고 부탁을 하는 중이고요.”

그거 고맙네요.”

아니요.”

기연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존이 여유롭게 이것을 넘기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그쪽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나에게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불편하고 불쾌해요. 도대체 왜 그래요?”

? 무슨 말이에요?”

아니.”

기연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쪽 형이 있기는 해요?”

당연하죠.”

거짓말.”

거짓말이요?”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인간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죠?”

나는 그쪽을 믿었으니까요. 그쪽이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거짓말 아니에요.”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그런 그를 보더니 짧게 고개를 흔들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왜 말을 못해요?”

그건 이쪽의 사정이 있는 거죠.”

사정이라니.”

기연은 코웃음을 쳤다. 상대에게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는 최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을 해야 옳은 거였다.

그런 상황이면 나는 그쪽을 도울 수 없어요.”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뭐라고요?”

나랑 계약도 하지 않을 거잖아요.”

그거야.”

존의 말에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말처럼 자신은 그와 계약을 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게 돕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왜라뇨?”

그쪽은 나쁜 인간이네요.”

?”

존의 말에 기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쁜 인간이라고? 이건 또 갑자기 무슨 말인 건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요?”

압니다.”

존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이기적이에요.”

지금 내가 악마에게 나쁜 인간이라는 말을 듣는 거죠?”

그게 지금 여기에서 왜?”

존은 정말로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나는 악마에요. 알아요. 나도 내가 악마인 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인간을 무조건 좋게 봐야 하는 건 아니에요.”

무조건 좋게 보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쪽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왜 도움이 필요한 건지 말을 하라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건지. 그 정도는 말이죠.”

싫어요. 말하기.”

존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무 그러지 마요.”

나는 그쪽이 믿음이 가지 않아요.”

존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고. 정말로 왜 찾아야 하는 건지. 사실을 말하라고요.”

사실이라.”

존은 팔짱을 끼고 손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왜요?”

?”

왜 사실을 말해야 하지.”

아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존의 눈을 보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쪽 되게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거 알아요? 적어도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면 다른 사람에게 왜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을 하고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게 아니면 너무 이상하잖아.”

내가 다 말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존이 순식간에 움직이는 사이 존이 갑자기 자신의 뒤로 오자 기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예요?”

이건 악마의 능력.”

집어 치워요. 그런 거.”

?”

천사의 권능보다 잡스러워.”

잡스럽다는 말에 존의 얼굴이 굳었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건 신이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인간들에게 사기를 쳐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서요?”

아니.”

존은 머리카락을 헝클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사기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상대가 기분이 나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 안 해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쪽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

뭐가요?”

아니 무슨 인간이.”

존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나랑 계약을 하죠.”

뭐라고요?”

기연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존을 보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쪽이 나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를 그 사람이 알면 싫어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사람이 아니잖아.”

.”

기연은 잠시 탄식을 내뱉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존의 눈을 보더니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튼 나에게 말은 할 수 없다는 거죠?”

. 없습니다.”

그래요.”

기연은 손을 비볐다.

내가 말은 잘 할게요.”

?”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뭐 나도 그쪽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이 불행해야 한다는 건 아니니까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울게요.”

존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고요.”

존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만화 흉내라도 내는 거야?”

?”

사과 꼭지를 잡아서 먹던 존이 고개를 갸웃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무슨?”

이곳에 대해서 그렇게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오는 거. 그거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건가?”

무책임?”

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아랫입술을 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인간을 사랑한 천사가 할 말은 아닌데.”

그건 네 소관이 아니지.”

.”

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바라는 게 뭐야?”

내 형.”

그건 내가 못 도와.”

뭐라고?”

이미 난 위에서 싫어하거든.”

상유의 말에 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이건 상유의 말이 옳을 거였다.

그러네.”

그러니까 나에게 이상한 부탁을 하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따지는 게 우선인 거 같은데.”

아무 것도 없어.”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너에게 무슨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악마가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신기한 악마였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바라는지. 분명히 알면서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위에서 조용하네요?”

조용이라고?”

당연하지.”

존은 벽에 몸을 기대서 씩 웃었다.

위에서 지금 싫어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위에서 이미 알고 있다는 건데. 위에서 이미 알고 있다면 뭔가 다른 반응을 더 보일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야. 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뭔가 다른 생각이 더 있다는 건데. 지금 위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싶은데.”

모르지.”

상유의 얼굴이 구겨지자 존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씩 웃었다.

그래서 나를 못 밀어내는 거구나.”

?”

나를 밀어내면 모든 걸 잃을 테니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너무 불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필요한 거잖아. 천계에서 그래서 함부로 여기에 개입을 할 수 없게 되는 거고 말이야.”

영리해. 그래서 불쾌해.”

그게 악마의 특징이지.”

존은 손가락을 튕기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혀로 이를 훑었다. 불쾌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일단 넘어가야만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