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39장. 이상한 악마 3]

39장. 이상한 악마 3

“정기연 씨는 왜 도우려고 하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이유가 하나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도와주고 싶어. 그 사람이 믿음은 가지 않는데. 자신이 도와달라고 하는 게 진짜인 거 같아서. 그건 내가 도와야 할 거 같아서.”

“사람은 아니지.”

“뭐든요.”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만 도우려고 하는 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는 건 해야 한다는 거. 생각한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말 싫다.”

“왜요?”

“정기연 씨가 돕지 말라고 하면 안 하려고 했거든요.”

“에이. 무슨 천사가 그래.”

기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상유의 팔을 가볍게 문질렀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왜 온 거야?”

“그냥 누나가 보고 싶어서?”

상유의 말에 아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박상유.”

“악마를 도우려고.”

“뭐?”

아름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상유는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름은 혀로 입술을 추기면서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했다.

“지금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거야? 악마를 돕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내가 거기에 있지 않던 순간. 악마가 나타났어.”

“뭐라고?”

아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악마는 인간 세계에 함부로 나타나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고, 그럴 수가 없는 거였는데 무슨 말인 건지.

“확실해?”

“뭐가요?”

“악마인지.”

“누나. 무슨?”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쪽이 나를 위해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악마가 있다면 위에서도 함부로 오지 못할 걸?”

아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말이 맞았다. 위에서는 귀찮은 일을 싫어할 거였다.

“맞네.”

“역시 나는 똑똑해.”

상유가 자신의 팔을 문지르면서 말하자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거 문제가 될 거야. 후회는 안 해?”

“안 해.”

상유는 순간 뭔가 기척을 느끼고 그대로 사라졌다. 아름이 어리둥절한 사이 선재가 나타났다.

“선배 많이 빠르네.”

“너 뭐야?”

“네?”

“도대체.”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상유를 노려봤다.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왜 이렇게 나를 미워해?”

선재가 손가락을 튕기자 구름이 곧바로 의자 모양이 되었다. 선재는 그 위에 앉더니 씩 웃었다.

“누나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나는 선배를 돕고 싶은 마음이라고요.”

“도와?”

아름은 코웃음을 치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네가 말하는 거. 그게 지금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 너의 행동으로 인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거야?”

“알죠.”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도우려고요.”

“뭐?”

“그 악마 내가 붙였어요.”

“무슨?”

아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재미있는 거?”

아름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선재는 그 손을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턱을 어루만졌다.

“누나가 지금 그거 하려는 거. 그거 분명히 규칙을 어기는 거야. 누나가 그토록 원한 저 위에 대해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그거. 그걸 잃게 될 거야. 누나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잃어도 괜찮아?”

“응.”

아름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려는 거 할 거야.”

“그래야 위에서 개입을 못 해.”

“뭐?”

“악마가 있어야 한다고.”

아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다들 아는 건데 왜 누나만 몰라?”

선재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움직이면서 씩 웃더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서 네가 도울 거야?”

“아니.”

선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못 해요.”

“왜?”

“선배의 일이니까.”

“상유의 일이라니.”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이런 말을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누나가 미리 알아두라고?”

“어?”

선재는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 다 그래서 그렇게 계속 있을 거라고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기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도 개인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둘 다 이 집에서 나가요.”

“하지만.”

“어차피 어디에든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적어도 이 방 안에서 더 이상 두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요.”

기연의 단호한 말에 결국 두 사람은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너 때문이야.”

“뭐.”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사실이니까.”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존의 눈을 보더니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래서 바라는 게 뭐야?”

“네?”

“뭐라도 바라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아니요.”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상유의 눈썹이 불쾌한 듯 꿈틀거렸다.

“내가 이래서 악마들이 싫어.”

“무슨?”

“모든 것이 다 장난이지.”

“장난이란 게 아니라.”

존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뭘 더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에 있지 마. 네가 찾는 거 나도 도와줄 테니까. 알았어.”

“싫어.”

존은 씩 웃더니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천사라고 해서 늘 사실만 말하는 거 아니잖아. 천사야 말로 악마보다 더 나쁜 존재가 아닌가?”

“뭐?”

“그렇잖아.”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아니야?”

“아니야.”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이미 아는데?”

“뭐?”

“그런 사례를 봤다고.”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존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고 머리가 복잡했다.

“무슨 말인 거야?”

“말 그대로.”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사례였다. 모든 천사는 올바른 행동을 해야 했다. 그것은 다른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행동이어야만 하는 거였다. 그게 당연한 규칙이었다.

“왜 그런데 악마들이 조용히 한 거지?”

“말은 한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사실이야?”

“사실이야.”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둘 다 뭐냐고?”

기연은 머리를 움켜쥐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두 사람 다 자신에게 뭘 바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이해가 안 가는 게 당연한 건가.

“모르겠다.”

기연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글도 안 써지고.”

기연은 노트북을 그냥 닫았다.

“도대체 뭐냐고?”

그토록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순간에 없었다. 그러다가 스스로 악마라고 하는 자가 나타나고 나서야 갑자기 나타났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도대체 둘이 뭘 이렇게 다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뭘 하자는 거냐고. 도대체.”

기연은 그대로 엎드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천사. 그리고 악마.”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뭐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왜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된 건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다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나는 뭐 마녀라도 되는 걸까?”

기연은 손을 쭉 뻗었다가 이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기연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일들에 머리가 더욱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