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40장. 천사와 악마 1]

권정선재 2018. 4. 4. 23:59

40. 천사와 악마 1

그러니까 악마가 인간을 사랑한다?”

그렇지.”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장난이네.”

이번에는 존의 인상이 구겨졌다.

장난이라니. 지금 그게 무슨.”

그쪽에게 하는 말이 아니야.”

?”

저 위.”

상유가 하늘을 가리키자 존은 살짝 인상을 구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상유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복잡한 문제네.”

뭐가?”

천사의 입장이라는 거?”

.”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 않다고 가볍게 넘기고 싶지만 그런 게 아닌 게 아니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누구나 만만하지 않은 거 아닌가? 악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래는 자유로워.”

자유라니.”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마음에 안 드는 군.”

그래서 지키려는 건가?”

?”

형이라는 존재.”

존의 알 수 없는 말에 상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그냥.”

존은 어색하게 웃었지만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어.”

그게 악마의 재능이지.”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아무튼 그래서 찾는 거다.”

.”

확실히 여기에 있어?”

분명히.”

존의 확신에 찬 말에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닐 수도 있어.”

?”

천사가 인간을 사랑하는 일은 저 위에서만 싫어하는 거지만. 악마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이 세상 자체가 싫어하는 거니까.”

그런 거네.”

존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그래도 도와줘.”

.”

상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요즘 들어서 얼굴이 안 좋아요?”

그건 정기연 씨가 할 말이 아닌데?”

그건 그쪽 탓이고요.”

기연의 힐책에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게요.”

왜 그래요?”

모르겠어요.”

상유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이를 문지르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악마의 형도 인간을 좋아했대요.”

? 그게 무슨?”

그러게요.”

기연의 얼굴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말은?”

저 위의 장난이죠.”

장난.”

상유가 하늘을 검지로 가리켰고 기연은 그 손을 따라봤다. 하늘은 여전히 청명하고 시리게 푸르렀다.

그렇구나.”

미안해요.”

뭐가요?”

나 때문에 정기연 씨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거 같아서.”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상유의 손을 잡았다.

안 그래요.”

그래도.”

나는 지금 너무 신기한데.”

기연은 아랫입술을 물고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거 같잖아.”

중요한 사람.”

그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로 괜찮아요.”

그래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박상유.”

누나?”

기연을 가게로 보내고 앞에서 앉아있는데 아름이 나타났다.

여기는 왜?”

그러니까.”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네가 뭐라고 여기에 와서 내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까 왜 여기에 왔어?”

?”

아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인상을 구기고 목을 풀었다. 그릭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고 상유는 멍해졌다.

천계?”

그래.”

이곳에 오면 안 되는 거였다.

안 돼.”

괜찮아.”

저 위에서 이상한 짓을 할 거야.”

아니.”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악마가 곁에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였다. 불편한 거 같으면서도 그게 마음이 놓이는 거였다.

악마를 믿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거 신의 뜻이 아니야.”

?”

선재의 뜻이야.”

상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선재의 뜻이라니? 그 이야기는 다른 문제가 된다는 거였다.

그건.”

선재는 여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거 같아. 이미 날개를 잃어가는 천사라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날개를 잃어가는 천사?”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물끄러미 아름의 눈을 응시했다. 아름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기에 더욱 마음이 불편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누나가 지금 나를 이런 식으로 도왔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러는 거야?”

알지.”

아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게 얼마나 끔찍할지. 그 정도는 간단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네가 내 말을 들은 것도 아니고. 나도 네 말을 들을 이유는 없잖아.”

아니.”

상유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그리고 난처한 눈으로 아름을 응시했다. 이러다가 저 위에서 싫어할 수도 있었다.

누나가 그저 나를 배려한다고 여기까지 온 거. 그게 어떤 문제가 될지 모르는 거야? 나를 생각한다는 게.”

알아.”

아름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리로 가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나서 상유를 붙잡았다.

, 무슨.”

너를 위한 거야.”

누나.”

만일 저 위에서 너와 그 인간이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두 사람이 만나지 않으면 그 인연이 망가지는 거 아니야? 그 계획을 망가뜨리는 거. 그것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상유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맞을 수도 있었다. 위에서도 이런 것. 이런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였다.

그러다가 그게 틀린 거면?”

맞으면?”

?”

맞을 수 있다는 거 알잖아.”

믿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더 이상 기연이 없는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지킬 거예요. 제가.”

안 돼.”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자신이 상유를 위해서 생각한 일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거였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몰라? 내가 너를 지키려고 하는 건데. 같은 천사로 너를 지키려고 하는 거잖아.”

내가 바라지 않아요.”

상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름은 자신이 붙잡은 끈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 지금 그거 후회할 거야.”

알아요.”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아는데 이래?”

.”

미친 거야.”

아름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너도 지키는 거고. 그 여자도 지킬 수 있는 거라고.”

그게 정말로 지키는 게 아니니까.”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미 두 사람이 인연이 되었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사람?”

아름의 눈썹이 올라갔다.

너 지금.”

어차피 거기에서 천사의 권능도 안 쓰고 있어요.”

안 돼.”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다시는 상유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너는 천사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몰라. 나는 너의 근원을 알아. 네가 천사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악마라도 되는 거야?”

?”

그런 거잖아.”

, 무슨 말이야.”

아름은 애써 웃으면서 넘기려고 하지만 상유는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다. 상유는 물끄러미 아름을 응시했다.

그게 아니에요?”

아니야.”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애초에 둘은 다른 거라고. 그런 역겨운 것들하고 같이 엮어서 설명하려고 하지 마.”

그래. 그럼.”

상유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헛기침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니까.”

너 정말.”

고마워.”

상유는 그리고 날개를 펼치고 자신을 감싼 후 사라졌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