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진실을 향해 2
“나를 좋아한다고요?”
“네.”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왜 그런 표정입니까?”
“그러니까.”
기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흔들고 물끄러미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모르겠어요.”
“모른다.”
“정말 모르겠어.”
기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발끝을 응시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연의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기연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쳐다봤다.
“아.”
작은 탄성.
“좋아해요.”
“나도 좋아요.”
“그래서 안 좋아해요.”
“네? 그게 무슨?”
기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상유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쪽을 좋아하면 안 되거든요. 내가 그쪽을 좋아하면 그걸로 그쪽을 괴롭히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천사니까.”
“그게 뭐야.”
기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왜요?”
“그러니까.”
상유는 씩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그만 해요.”
“아니.”
“그만 둬요.”
기연이 더 말을 하려고 하자 상유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깊이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무슨 고민이 있어요?”
“네?”
“얼굴이 안 좋아.”
“아.”
선재의 물음에 기연은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래?”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아요.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으니까 말을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게 무슨?”
“안 친하니까.”
선재는 이를 드러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히려 안 친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거 의외로 당연한 거니까요.”
“그렇죠.”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을 것이 분명한 말이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언제든 힘들면 말해요.”
“네. 그럴게요.”
기연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요즘은 글을 안 써요?”
“그러게요.”
기연은 노트북을 닫고 고개를 저었다.
“안 써져.”
“그게 뭐야?”
“그러니까요.”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다가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신기해요.”
“뭐가 신기합니까?”
“천사 아닌 거 같아.”
“네?”
“무슨 천사가 그래.”
상유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물끄러미 기연을 응시했다.
“내가 무섭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무서워야 해요?”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서 왜.”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물끄러미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그냥 편안해요.”
“편함.”
“그러면 안 돼요?”
“됩니다.”
상유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미친 거야.”
“알아.”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미친 거라고.”
아름은 상유를 노려봤다.
“네가 하는 그 일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거야? 너의 그 선택 위에서 어떻게 볼지 몰라?”
“알아.”
상유는 감나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가볍게 소가락을 튕겼다. 아름은 인상을 구겼다.
“장난 아니야.”
“장난이라고 한 적 없어.”
아름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나는 지금 이거 못 들은 거야.”
“뭐?”
“네 행복 측정기 내놔.”
“아니.”
상유는 침을 삼키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름은 그저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중이었다.
“얼른.”
“싫어.”
“뭐?”
“이거 내가 천사라는 증거잖아. 그런데 내가 이걸 지금 누나에게 주면 더 이상 천사가 아닌 거야.”
상유의 말에 아름은 잘근잘근 아랫입술을 물었다.
“미친 거 아니야?”
“누나.”
“너 그거 가지고 있으면 위에서 알아.”
“네?”
“너의 모든 거 어떻게 안다고 생각해?”
“그건.”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거야.”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바로 그거. 그거 때문에 다들 아는 거라고. 그 측정기. 모든 천사가 다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거기에서 너에 대해서 알려지는 거라고. 그걸 네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르는 거라고. 그러니 내놔.”
“싫어요.”
“뭐?”
“이거 내놓으면 누나도 아는 거잖아.”
“아니.”
아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사실이었다. 저걸 받아 가면 자신도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누나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누나를 위해서 나는 그럴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한다고?”
“혼자서 감당하려고요.”
“미친 거야. 정말.”
아름은 입술을 꾹 다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 지칠 수밖에 없는 일. 어떤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 그런데 천사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
아름은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
“미안이라니.”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누나.”
“진심이야.”
“그래요.”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이 이 정도 말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었다.
“누나는 좋은 사람이야?”
“사람?”
“아.”
아름의 지적에 상유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러네.”
“미쳤어.”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지금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고,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래.”
“정말 미친 거라고.”
아름의 분노에 상유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건 가지고 가.”
“그럼 위에서 알 거야.”
“그러라고 해.”
“아니.”
“그래야만 해.”
아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상유가 무슨 짓을 할 건지 모르겠어서 더욱 불안하면서 무슨 짓을 할 줄 알 것만 같았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거야. 저 위랑 부딪쳐서 네가 얻을 게 도대체 뭔데?”
“없지.”
“없는데.”
“그래서.”
“미친 거야. 정말 미친 거야. 제대로 미친 거야. 정말 이렇게 미칠 수가 없는 거야. 이건 제정신이 아니야.”
아름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울상을 지었다. 지킬 수 없다는 것.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상유를 돕고 싶어도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 그게 얼마나 끔찍한지.
“너를 지켜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 내가 도울 수 있게 해줘.”
“누나 천사라서 행복하잖아요.”
“그렇지.”
아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해주려는 거야.”
“누나.”
“네 근원은 내가 알아.”
“그렇죠.”
상유는 헛기침을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말을 해도 도와주겠다는 것. 아름에게 너무 고마웠다.
“누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있잖아요. 그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내 편을 든다는 거야?”
“그러니까.”
아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눈을 꼭 감고 고개를 흔든 후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너를 선택해.”
“뭐?”
“너부터 선택하라고.”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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