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장. 이웃집 남자들 1
“이사라니.”
존은 인상을 구기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냥 이집에서 있어도 되는 건데 도대체 왜 이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내가 싫으니까.”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 같은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 집에 있는 거. 나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불쾌하니까.”
“불쾌라니.”
존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서운하다는 듯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이제 나랑 같이 살아야 하는 사이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소멸되고 싶어?”
“뭐?”
상유의 경고에 존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그게 내 경고라고.”
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걸레를 들고 있던 기연은 인상을 구기고 둘을 노려봤다.
“일 안 해요?”
“합니다.”
“하죠.”
기연은 혀를 끌끌 차며 두 사람을 노려봤다.
“이사?”
“뭐 아는 사람이.”
기연이 어깨를 돌리면서 어색하게 웃자 선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흔들어싿.
“그럼 먼저 들어가요.”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가면 또 일일 걸요?”
“네?”
“옆집에 살거든요.”
“옆집이요?”
“네. 정말.”
기연은 테이블에 축 늘어졌다. 도대체 왜 옆집에 살게 한 것인지. 자신이 이렇게 멍청한 선택을 한 건지.
“아는 사람이 근처에 살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재미랑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거 재미랑은 별로 관련이 없는 거죠.”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
“말 걸지 마.”
존이 말을 걸려고 하자 상유가 바로 차단했다.
“너랑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이게 뭐야?”
존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 집에 사는 사이인데 이런 식의 대화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누가 너를 보낸 거야?”
“어?”
갑자기 상유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내가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대충 알 거 같아. 더 이상 천사가 이 세상에 없으니까. 천사가 인간 세계에 있을 수 없는 환경이 된 거니까 온 거라고. 그러는 너는? 너는 여기에 왜 온 건데?”
“형.”
“거짓말.”
존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상유가 반박했다.
“그거 거짓이잖아.”
“무슨.”
존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왜 내 말은 거짓이라는 거야?”
“나름대로 알아봤어.”
“그럼 그 정보가 틀린 거야.”
“틀려?”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nr이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한 번 쓸어넘긴 후 물끄러미 존의 눈을 응시하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절대로 너를 믿을 리가 없잖아.”
“나도 이미 타락했어.”
“아니.”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행동하는 것을 보니까 너는 타락한 악마가 아니야.”
“왜 아니라는 거야?”
“내 권능이 통하니까.”
“그거야.”
존은 대충 웃으면서 넘기려고 했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손을 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너를 괴롭히고자 한다면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라는 거야. 그 이유를 알기 전에 너를 소멸시킬 거니까.”
“소멸이라.”
존은 턱을 검지로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뭐?”
“그럼 그 여자는.”
“그래.”
상유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 기연이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였다.
“도대체 그 여자가 뭔지 모르겠지만.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 이거 자체가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건가?”
“나도 모르겠어.”
존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하지만 그게 거짓은 아니야.”
“형이라 찾는 건 아니잖아.”
“그거야.”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라서 찾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그럼 도대체 왜 찾는 거야? 형이라서 찾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로 찾는 거. 그런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이유?”
존은 머리를 한 번 쥐었다가 놓은 채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그냥 거기에 있기 싫었어.”
“뭐?”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거잖아.”
“무슨?”
“말 그대로야.”
존은 바닥을 검지로 긁으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인간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아니 거기에 있는 거 자체가 싫었어. 악마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사는 줄 알아? 다른 이들이 불행한 모습을 보면 나까지 그 불행함이 물이 드는 거 같아.”
“도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상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토해냈다. 존이 하는 말을 지금 단 하나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자유야.”
“무슨.”
상유는 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훑었다.
“네가 바라는 거. 그거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야. 이 세상은 악마가 그렇게 수월하지 안흥니까.”
“뭐.”
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악마가 득세하기 바라지 않아요.”
“이상한 말인 거 알아?”
“알지.”
존은 씩 웃었다. 상유는 그 미소가 어딘지 모르게 서늘하게 느껴져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야?”
“뭐가?”
“이상하잖아.”
“안 이상해.”
존은 힘을 주어 대답했다.
“내가 악마라서 그런 거잖아.”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악마가 아니었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지 않을 거 아니야? 내가 악마니까 무조건 그렇게 선입견을 갖는 거잖아.”
“선입견.”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존이 악마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네가 나쁜 거야.”
“안 나빠.”
존은 항변하듯 외쳤다.
“악마가 왜 나빠?”
“왜 나쁘냐니?”
“그러는 천사는 안 나빠?”
“뭐?”
“악마를 소멸을 시키는 거잖아.”
“그거야.”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상대였다. 당연히 악마는 소멸이 되어야 하는 거였다. 악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우리는 인간을 지켜.”
“지킨다고?”
존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천사들은 어디에 있지?”
“뭐?”
“어디에도 없잖아.”
“그거야.”
상유는 침을 삼켰다. 다들 그저 저 위에서 인간들을 쳐다보는 거. 그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네.”
“그러면서 지금 인간들을 위한다는 거야?”
“아니.”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모순이지.”
“모순이야.”
존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그러니까.”
“그렇다고 악마 말을 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어?”
상유의 반응에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단호히 고개를 흔든 후 존을 노려봤다.
“네가 지금 무슨 장난을 하려는 건지 대충은 알고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런 짓. 나에게 통하지 않아.”
“짓이라니.”
존은 입술을 쭉 내밀고 어깨를 들썩였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존을 응시했다. 도대체 악마가 여기에 왜 있는 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 수 없었다. 자기 나름의 이유로 여기에 있는 걸 텐데. 이거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어려운 거였다.
“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거지?”
“어?”
“다른 뜻이 있잖아.”
“다른 뜻이라니?”
존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런 게 없다고?”
“없어.”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없다고?”
“그래.”
상유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악마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건지. 도대체 뭘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건지. 상유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존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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