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49장. 민트 티 1

권정선재 2018. 4. 18. 11:45

49. 민트 티 1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니요.”

기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기연까지 걱정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닐 리가 있어요?”

기연은 눈을 가늘게 모으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밤에 놀라서 일어나는데. 그걸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을 하는 게 이상한 거죠. 인간도 아니고. 천사가 그렇게 놀라서 일어나는 거. 그거 정말 엄청난 악몽이라는 거 알죠?”

.”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존이 맞은편에 앉아서 자신을 보고 혀를 끌끌 차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너무 그러지 마요.”

기연은 상유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존이 아니었더라면 상유 씨 정말. 혼자서 그렇게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걸 나는 보지 못한 거야.”

그럼 같이 살면 되는 거죠.”

아뇨.”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전기 포트의 전원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괜찮아?”

그래.”

존의 물음에 상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버는.”

오버라니?”

존은 미간을 모았다.

천사는 악몽을 안 꾸잖아.”

.”

나이트메어라니.”

존의 말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무슨 일이라도.”

무슨 대화 중이에요?”

아니요.”

기연이 다가오자 상유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긴.”

기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눈썹을 올렸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이거 뭐예요?”

민트 티요.”

기연은 상유에게 차를 건넸다.

조금 마음의 위안이 될 거야.”

고맙습니다.”

상유는 양손으로 잔을 감쌌다. 따뜻한 것이 손에 닿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기분이었다.

무서운 꿈이었어요?”

. 무서운 꿈이었어요.”

나에게 말은 못 해주는 거죠?”

.”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씩 웃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상유의 손을 감쌌다.

그럼 말하지 마요.”

고마워요.”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존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아볼 수 있어?”

아니.”

존은 입술을 쭉 내밀고 검지를 들었다.

그런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천사가 무슨 꿈을 꾼 것인지. 그것을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렇군.”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엷게 웃었다.

그렇지. 너에게 부탁을 하는 게 우스운 거지.”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 거야?”

?”

좋은 거 아닌가?”

좋은 거?”

인간이 되어가는 거잖아.”

그게 좋은 거야?”

당연하지.”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존의 얼굴을 노려봤다.

뭐 하자는 거야?”

네가 바라는 거 아니야?”

그건 그 사람을 지킬 수 없어.”

내가 있잖아.”

존이 자신을 가리키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존은 입술을 쭉 내밀고 씩 웃었다.

 

이제 아주 능숙해.”

당연하죠.”

손님이 주문하지 않은 사이드메뉴까지 팔자 선재는 엄지를 들었다. 기연은 씩 웃으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

아유. 무슨 말이야?”

정식의 말에 은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래?”

아니 어머니.”

일 잘 하면 다 좋은 거지.”

여기 글 쓰는 사람이에요.”

?”

은화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기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니 걱정이었다.

그러니까.”

대단하네.”

아니요.”

은화의 칭찬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단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정식이 괜한 말을 해서 은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거야. 여기 선재 총각도 글을 쓰려고 했는데.”

아니. 왜 갑자기 저에게 그래요?”

그래도.”

은화의 말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더니 앞치마를 바로 벗었다.

그럼 나는 가.”

. 들어가세요.”

선재는 예의가 바르게 은화를 보냈다. 기연은 선재의 옆에 서서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쓰셨구나.”

실패했죠.”

왜요?”

지금 이런 거 하고 있으니까.”

에이.”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라니. 선재의 말은 이상한 말이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정기연 씨는 이런 일을 가지고 만족을 하고 여기에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요. 다른 것을 다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여기에서 포기하면 이상하잖아요.”

포기.”

기연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나쁜 존재가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노 신부의 의심이 가득한 눈빛에 존은 괜히 불쾌한 기분이 돌았다. 도대체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건지.

.”

제가 보증합니다.”

알겠습니다.”

노 신부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돌아섰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거 아니야?”

?”

묵주 만들기라니.”

해야지.”

아니.”

존은 끔찍한 것이라도 되는 듯 묵주가 될 재료를 보고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걸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내가 생각한 봉사는 이런 종류가 아니었다고.”

너를 위한 거야.”

?”

그런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

선한 일이 아니면 되는 거잖아.”

?”

상유의 말에 존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불편한 것은 이게 선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자신의 정체와 뭔가 본질 같은 것이 달라질까에 대한 걱정이었는데 이건 다른 거였다.

그러니까.”

그냥 만들기야.”

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

존의 여유로운 미소에 상유는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웃는 거야?”

하라며? .”

아니.”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봐도 정이 가지 않는 존재였다.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글을 쓴다고요?”

.”

아니.”

글을 쓰겠다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제대로 하는 거였는데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그럼 써요.”

왜 그래요?”

아니.”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기연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럼 밤에 봐요.”

알겠습니다.”

상유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묵주를 어떻게 만져도 되는 거야?”

그러게.”

존은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렇지도 않네.”

아무렇지도 않다니.”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

아니.”

존이 눈을 부릅 뜨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뭐야? 내가 소멸이라도 되기 바란 거야?”

뭐 재미있는 일?”

이런 걸 가지고.”

존은 묵주를 돌리기까지 했다. 상유는 눈썹을 올렸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 가득이었다.

도대체 네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이라서 그런 게 가능한 거야? 보통 악마라면 그런 거에 손만 대는 순간 바로 타버릴 텐데.”

이건 그냥 나무잖아.”

?”

섬기는 마음이 없으면 그냥 그렇다고.”

상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미간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