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0장. 민트 티 2]

권정선재 2018. 4. 18. 12:59

50. 민트 티 2

그건 그쪽의 말이 옳은 거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상유는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악마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왜 그래요?”

?”

아니 이상해.”

기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무조건 다 틀렸다고. 그렇게만 생각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악마라고 해서 무조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악마도 때로는 옳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악마라고 해서 무조건 올바른 소리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틀린 거니까.

정기연 씨도 그냥 나무라고 생각해요?”

당연하죠.”

그렇구나.”

거기에 의미를 담는 것은 그걸 보는 사람이에요.”

보는 사람.”

상유는 턱을 어루만졌다. 기연은 엷은 미소를 짓더니 상유의 손을 잡았다. 상유는 싱긋 웃었다.

왜요?”

바보 같아서.”

?”

뭔가 더 똑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안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박상유 씨. 조금 더 세상을 넓게 봐요.”

기연이 양팔을 쭉 벌리면서 말하자 상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묵주.”

존은 물끄러미 묵주를 했다.

왜 아무렇지도 않지?”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나무라고 생각을 한다고 해도 이건 성당에서 있던 물건이었고 이럴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존은 날개를 펼쳤다. 새까맣고 얇은 막. 존이 그리고 손을 내밀어 묵주를 내미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기절했다. 순간 묵주가 살짝 빛을 낸 것은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다.

 

왜 그런데 자꾸 민트를 마셔요?”

이게 좋아서?”

그래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에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눈을 감고 가만히 민트 티의 향을 맡았다. 기연의 말처럼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좋다.”

그렇죠?”

상유도 자신의 민트를 좋다고 하자 기연은 더욱 밝은 표정이 되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좋다고 하는 게 중요해요?”

당연하죠.”

왜요?”

그게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거니까?”

증명이요?”

.”

기연의 대답에 상유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건 강요 같은데?”

그런가?”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런데 오늘 나를 내보내고 글은 많이 썼어요?”

.”

기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씩 웃었다. 상유가 노트북에 손을 대자 기연은 손등을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직 안 돼요.”

왜요?”

상유는 손등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아니 읽을 수 있지.”

다 쓰고 나면 보여줄게요.”

그게 언제인데요?”

모르죠.”

기연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기연의 손을 꼭 잡았다.

대단해요.”

뭐가 대단해요?”

뭔가 생각한 것을 한다는 거. 그거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가?”

기연은 잠시 고민에 빠지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밝은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박상유 씨가 나에게 글을 쓰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거. 내가 지금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 이거 다 자기 자랑인 거 같은데?”

그래요?”

상유가 일부러 얼굴을 구기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상유는 씩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묵주만 만든 거예요?”

.”

재미없어.”

기연은 묵주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다른 일을 하지.”

왜요?”

아니.”

왜라는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기연은 그저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더 행동이 필요한 거?”

저쪽은 악마에요.”

.”

잊고 있었던 일. 아니면 아예 의식도 하지 못하고 있던 일. 상대가 악마라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위에 잘 안 가는 거 같아요.”

?”

전에는 되게 자주 가던 거 같은데.”

.”

상유는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기연이 공연히 자신 탓이라고 생각을 하기 원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저 위에 간다고 해서 지금 우리 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안 가는 게 옳은 거 같아요.”

왕따 같은 거예요?”

?”

기연의 진지한 고민에 상유는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왕따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 건지.

뭐라는 거예요?”

상유는 웃음을 참으면서 박수를 쳤다.

절대 아닙니다.”

그래요?”

기연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이리저리 목을 풀고 민트 티를 한 모금 마셨다.

좋다.”

말을 돌리기는.”

기연은 괜히 서운했다. 상유가 왜 자꾸만 이렇게 자신을 믿지 못하고 말을 돌리기만 하는 것인지.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해요?”

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후배라는 천사는 더 이상 나타나지도 않고. 지금 박상유 씨는 혼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날개를 펼치지도 않고. 전에 보니까 깃털도 많이 빠졌고.”

그건 계절이 바뀌어서.”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검지를 들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시선을 먼저 피한 쪽은 상유였다.

미안합니다.”

도대체 왜 자꾸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아요? 내가 아무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말을 한다는 것. 그냥 누군가에게 이런 고민을 말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그 고민이 해결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이미 마음이 편안해요.”

상유는 기연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가만히 웃었다.

미안해요.”

아니요.”

상유의 사과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바라보면서 더욱 밝게 웃었따. 상유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뭐 이렇게 오래 자?”

아니.”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하여간 게을러.”

상유가 혀를 찼지만 존은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그쪽은?”

.”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상태가 이상한 걸 기연 씨가 대충 눈치를 채는 거 같기는 하니까. 이것에 대해서 말은 하지 마.”

별 부탁을 다 하네.”

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자신이 상유와 부딪쳐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위에다가는 따지지 않을 거야?”

따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래도 이 궁금한 건 사라지는 거 아닌가?”

아니.”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

이미 어느 정도는 아는 거 같으니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일단 위에서는 이곳에 천사가 필요하고 더 많은 것을 보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네가 여기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거야.”

?”

그것도 다른 그림이 있을 테니.”

그림이라니.”

존은 볼을 부풀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이상한 말인데.”

?”

아니 내가 무슨 목적이라도 있는 그런 이상한 존재인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럼 아니었어?”

아니야.”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싱긋 웃었다. 존은 그 모습을 보고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거 같았다.

역겨워.”

뭐가?”

그런 식으로 웃다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곳에 대한 거였다.

아무 일도 없겠지?”

없을 거야.”

존은 자신의 가슴을 탁탁 두드렸다.

내가 이래 보여도 실력이 좋은 악마라고.”

자랑인가?”

자랑이지.”

.”

상유는 민트 티백을 존에게 건넸다.

너 주래.”

하여간.”

존은 그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면서도 주머니에 넣었다. 상유는 잔소리를 하려다가 눈을 감았다.

날개.”

상유는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