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장. 좋은 남자 1
“너무 오래 자는 거 아니야?”
“어?”
존의 말에 상유는 놀라서 일어났다. 존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상유를 응시했다.
“미친 거 아니야?”
“아니.”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자?”
“잘 리가 없잖아.”
“어?”
“나는 천사니까.”
“아.”
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천사는 잠을 자지 않았다. 아니 잠을 자더라도 이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자는 경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오래 잤다가는 자신이 맡은 인간을 제대로 케어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다녀왔어.”
존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다 내 위엄이지.”
“미친.”
“왜?”
“악마가.”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이건 도를 넘어선 거였다.
“악마 주제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러다가 다른 누군가의 눈에 띄면 어떻게 하려고?”
“왜?”
“악마를 소멸하려는 자들이 득실거려.”
“아니.”
존은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뭐?”
“당연하잖아.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오히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행복하겠다는 이가 많다고.”
“그게 무슨.”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 인간들은.”
“많아.”
존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쪽이 천사라서 내 경우의 일들. 그러니까 이쪽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무시하고 싶어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그게 이런 식으로 해결이 되어야 하는 종류의 일은 아니게 되는 거거든.”
“정말로 많다고?”
“물론.”
존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혀로 입술을 낼름거렸다. 그러다가 씩 웃고 뭔가를 꺼냈다. 위치 표시기 같은 거였다.
“이게 무슨?”
“악마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
“뭐?”
“이렇게 많아.”
“아니.”
한국이 다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 빌라의 주변만 보이는 건데 이렇게 많은 인간들이 있다니.
“이게 가능해?”
“당연하지.”
“하지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존이 눈앞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왜?”
“이 세상에 악마도 없어.”
“뭐?”
“나 하나야.”
존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팔을 문질렀다. 그리고 다시 기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니까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루시퍼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쪽은 이제 악마 일은 안 하지만.”
“아니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이들이 소망을 말하는데 왜 악마들은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그거 협정 위반이니까.”
존은 검지를 들고 씩 웃었다.
“우리도 룰은 지키거든.”
“룰이라.”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한 말이었다. 악마가 되어서 규칙을 지킨다는 것은 신기했다.
“그럴 수가 있나?”
“왜?”
“악마니까.”
“에이.”
존은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악마라고 하지만 무조건 사악할 거라고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악마를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악마들도 합리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존재들이라고.”
“그럼 그들의 소원은?”
“저 밑에서 들어줘.”
“악마들도?”
“같은 시스템이지.”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지금 엄청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봉사.”
“이봐.”
존은 울상을 지었다.
“그걸 또 하라고?”
“잘 놀아주는군요?”
“그러게요.”
존이 아이들과 잘 노는 모습을 보니 상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여간 신기한 녀석이기는 했다.
“이 세상에 악마에게 소망을 말하는 자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부님도 아십니까?”
“그럼요.”
신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당연하다니.”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이 된 것인지 어려웠다.
“왜 그러는 겁니까?”
“네?”
“천사에게 선한 마음을 가지고.”
“선한 소망이 아니니까요.”
“무슨.”
상유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인간들 자체가 선하던 그 모든 시간은 이미 사라진 걸까?
“그럼 인간들이 지금 바라는 건?”
“돈 같은 욕심. 그리고 이기심. 그런 것들이 가득하니 그런 걸 천사나 주님께 말씀을 드릴 수는 없는 일이죠.”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럴 거였다. 복권에 당첨이 되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천사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군요.”
“놀라셨습니까?”
“네.”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이 이전 같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런데 위에서는 이렇게 안일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아래로 와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뭘 해야 하는 거죠?”
“네?”
“아무 것도 없을 겁니다. 할 수 있는 건.”
“하지만.”
신부의 말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이 옳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인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면 그걸 고쳐줘야 하는 것이 저 위의 일인데. 도대체 저 위는 왜 이제 더 이상.”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저 위에서 아무 것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고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러니 여기에 계시는 거 아닙니까?”
“네?”
“천사는 모두 신의 대리인이니까요.”
“그건.”
상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대체 신부가 하는 말은 왜 이리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것인지.
“그쪽이 저 위에 계신 분과 닮았군요.”
“엄청난 칭찬을.”
신부는 싱긋 웃었다.
“아마 위의 뜻도 이런 걸 겁니다.”
“그렇지요.”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자기가 봉사를 오자고 해놓고서는 계속 신부랑 떠들고 그렇게만 시간을 보내는 거야?”
“억울하면 너도 신부님께 와.”
“아니.”
상유의 말에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부와 말을 하는 것은 묵주를 만지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건 정말로 이상한 존재와 대화를 하는 게 되는 거잖아. 나 그런 식은 정말로 싫단 ᅟᅡᆷㄹ이지.”
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악마군.”
“악마지.”
상유의 핀잔이 섞인 말에 존은 검지를 들면서 단호히 말했다.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라면 더 이상 나에게 덤비지 않기를 바라. 나는 너를 신부에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쪽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내가 지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 지키지 마.”
“아니.”
존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혀로 입술을 살짝 적신 후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어?”
“고맙다고.”
“으.”
존은 팔을 문지르며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뭐 하는 거야?”
“왜?”
“아니.”
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물끄러미 상유의 눈을 보다가 코를 찡긋했다.
“그런데 이제 정말 위로는 안 가보는 거야?”
“못 가.”
“어?”
“못 간다고.”
상유는 미소를 짓더니 날개를 펼쳤다. 깃털이 다 빠져서 볼품없는 날개를 보며 존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뭐야?”
“지금 내 상황.”
“그걸 날개라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상유는 쓸쓸하게 웃은 채 자신의 날개를 만졌다.
“저 위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저런 천사라니.”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어깨를 풀고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더 있어야 하는 거군.”
“떠나려고 했어?”
“그건 아니지만.”
“너는 좋은 놈이야.”
“뭐?”
존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른 이도 아닌 천사에게 좋은 존재라는 말을 듣는 것은 정말로 불편한 일이었다. 존이 그런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상유는 계속 장난스럽게 웃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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