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3장. 나쁜 남자 1]

권정선재 2018. 4. 23. 00:34

53. 나쁜 남자 1

상대가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죠.”

선재의 대답에 기연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걸 거였다. 모든 걸 말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상대가 걱정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도 모르는 건데 말이야. 그걸 하나하나 다 말하는 건 좀 이상한 거죠.”

그러게요.”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이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연인이라고 하면 자신의 마음이나 지금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비밀이 너무 많은 사람인 거 같아서요.”

.”

선재의 별 것 아니라는 대답에 기연은 싱긋 웃었다.

사장님 이상하신 거 알아요?”

내가?”

. 사장님이요.”

뭐가?”

스님 같아.”

?”

선재는 뜨악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총각에게 무슨.”

그냥. 다 아는 거 같아서요. 누가 무슨 말을 하건 그 마음을 모두 다 이해하는 거 같아서. 괜히 그래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선재는 싱긋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말해요.”

그 사람에게요?”

. 서운하다고.”

기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아니.”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혀로 이를 훑었다. 미안하다. 이 말을 듣는데 과연 무슨 말을 또 할 수 있을까?

나도 박상유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어야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을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할 거 없습니다.”

아니.”

기연은 이마를 짚었다. 그렇다고 해서 존에게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모두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요즘 들어서 천국에도 가지 않는 거 같고. 사람이 묘하게 힘도 없고. 그런데 그냥 지켜보라고요?”

이런 겁니다. 원래.”

아니. 정말.”

기연은 눈물이 저절로 툭 떨어졌다.

밉다.”

정기연 씨.”

됐어요.”

상유가 손을 대려고 했지만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요.”

하지만.”

나는 괜찮아요.”

상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기연은 그런 상유의 뒤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보내는 거야?”

?”

인간들의 소원을 보는 존을 보며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그거 이상한 거잖아.”

?”

아니 들어주지도 않을 걸.”

.”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라도 누구 하나 다른 인간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그런 이기적이지 않는 소원이라도 빌면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건 천사가 해야지.”

그런가.”

존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쪽이 바라는 건 뭐야?”

?”

이곳에서.”

없어.”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그냥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다른 게 있었다면 저 위에서 허락을 하지 않았을 거야. 악마가 인간 세상에 사는 거라니. 그거 절대로 허락이 나지 않을 일이라고.”

그래서 이상해.”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신도 모르는 일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악마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에 존재하고 자신의 앞에 있을 수 없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쪽도 나름대로 준비 같은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말이야. 네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무 짓도 아니야.”

존이 손가락을 튕기고 단말기를 치웠다.

그러지 마.”

정말.”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복잡하군.”

복잡하지.”

존은 씩 웃었다. 상유는 그런 존에게서 등을 돌렸다. 존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상유의 뒤를 볼 따름이었다.

 

계속 나를 안 볼 거예요?”

.”

왜요?”

나에게 말을 안 해주니까.”

아니.”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울상을 지었다.

내가 말을 할 이유가 없는 거라서 그래요. 굳이 정기연 씨가 알지 않아도 되는 걸 왜 말을 해야 하는 건데요?”

그걸 누가 정해요?”

?”

왜 박상유 씨가 혼자 정하는 거죠?”

아니.”

기연은 갑자기 걸음을 우뚝 서서 돌아섰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물끄러미 보면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박상유 씨가 혼자서 정해야 하는 일이 아니에요. 나랑 지금 사귀는 사이니까 나도 알아야 하는 거라고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정기연 씨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해야 하는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기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그래서 말을 안 한다고요.”

?”

상유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사들은 원래 연애 안 해요?”

. 안 합니다.”

상유의 입에서 곧바로 대답이 나오자 기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럼 악마에게라도 물어요.”

아니.”

기연은 그리고 멀어졌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잘 생겼네.”

?”

선재의 말에 기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모습을 다 드러내고 기다리다니.

도대체 왜?”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시해주세요.”

내가 뭐래?”

사장님.”

알았어.”

선재는 계속 상유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뭐가요?”

두 사람.”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선재에게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하고 있을 이유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냥 싸웠어요.”

저쪽이 그러니까 어제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주지 않는다는. 그러니까 비밀이 많은 쪽인 거지?”

.”

기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아껴서 그런 거 아니야?”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요.”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분명히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으니까 저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거라고요. 뭐든 다 말을 했었는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말을 하지 않으면 이쪽에서는 그게 너무나도 불안하게 다가오잖아요.”

그렇지.”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의 그런 대답에 기연은 싱긋 웃었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가 자기보다 조금 더 산 사람으로 하는 말인데. 그런 거에 하나하나 다 집착을 하다가는 제대로 된 관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때로는 마음을 놓는 게 좋을 거 같아.”

마음을 놓는 거.”

기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도 화가 났어요?”

아니요.”

상유의 물음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화를 내요?”

에이.”

상유는 기연의 앞을 막고 입을 내밀었다.

너무 그러지 마요.”

아니.”

기연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상유에게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박상유 씨는 자신에 대해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건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건.”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미안합니다.”

됐어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넘어가요.”

그냥 못 넘어가죠.”

상유는 기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다가 기연이 잡히지 않았다. 상유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그거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기연은 놀란 눈으로 돌아섰다.

지금 그거?”

아니요.”

상유는 애써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넘기려고 했지만 기연에게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기연의 표정은 진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상유는 처음으로 솔직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