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4장. 나쁜 남자 2]

권정선재 2018. 4. 24. 00:30

54. 나쁜 남자 2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모르겠습니다.”

상유는 자신의 손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기연이 걱정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충 넘기려고 한 말이 아니라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려웠다.

답답해.”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상유를 응시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상황인 건지 말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나도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기연을 응시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연 시에요. 그러니까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싫어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

정기연 씨.”

정말 나쁘다.”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상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위에 가지 그래?”

아니.”

존의 제안에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모든 힘을 다 잃은 상황에서 그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었다. 괜히 다른 일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는 거였고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게 뭔지 그걸 알아차리는 게 지금 우선인 거니까.”

그러니까 위에 가서 물어야 하는 거지. 그게 가장 간단한 건데 도대체 왜 그걸 안 하는 거야?”

두려우니까.”

상유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저 위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르잖아. 그건 너도 모르는 거 아닌가?”

.”

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위에서 자신이 인간들과 어울릴 수 있게 허락을 해준 것도 그런 거였다.

그리고 내가 이 인간과 어울리게 만든 것. 결국 이것도 저 위의 뜻이야. 모든 설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설계.”

존은 검지로 턱을 긁적였다. 사실이었다. 저 설계.

그러네.”

그러니 그냥 모르는 척 해.”

내가 뭐.”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혹시라도 저 사람에게 이상한 말을 할 생각이라면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내가 후회하게 만들 거니까.”

누가 뭐래?”

존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서 고민이 많으신 겁니까?”

세상이 원래 이리 번뇌인 겁니까?”

그렇죠.”

노 신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달라지시고 있는 거 같습니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아시는 거 같습니다.”

?”

노 신부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아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상유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노 신부는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먼 곳을 볼 뿐이었다.

날이 좋군요.”

제가 뭘 해야 하는 걸까요?”

이곳을 많이 보세요.”

많이 보면 달라질까요?”

달라질 겁니다.”

달라진다.”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렇군요.”

그리고 지금을 즐기세요.”

?”

상유는 고개를 돌려 노 신부를 쳐다봤다. 노 신부는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곧 이곳을 떠나실 분처럼 말씀을 하셔서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건.”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에서 있을 수 있는 걸까? 그건 누가 정하는 걸까?

가끔 신부님을 보면 너무 놀라게 됩니다. 무엇을 아시고 계시는 건지. 뭘 말을 하시는 건지.”

원래 이 나이가 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 그냥 늙은이의 푸념처럼 생각을 하시죠.”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이가 들었다니. 노 신부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처럼 나이가 들지 않을 거였다.

 

여기 앉으세요.”

아유. 괜찮은데.”

저 금방 내려요.”

상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마음이 선한 존재였다.

 

이거 봐.”

?”

소원.”

?”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기분이 좋았는데 존이 왜 이러는 건지.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

됐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초에 악마가 이런 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 우스운 거였다.

최소한의 공감 능력도 없는 주제에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하는 거 이상한 거 아니야?”

뭐라는 거야?”

갑작스러운 상유의 공격에 존은 입술을 내밀었다.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기연 씨.”

나도 가.”

싫어.”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기연에게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이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였다.

너는 정말.”

뭐가?”

악마라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존은 여전히 억울했다.

 

모든 걸 잃어가고 있어요.”

?”

.”

기연은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했다.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유의 입에서 갑자기 그 말이 나오자 난처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사실이니까.”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쪽도 알고 있는 거 알고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들으면 안 되는 것을 들은 기분이었다.

미안합니다.”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기연을 쳐다봤다.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 건지 정기연 씨에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쪽의 수호천사니까요.”

그게 뭐야?”

이러니까요.”

상유는 날개를 펼쳤다.

그게 무슨.”

기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래요.”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앙상한 날개.

그건.”

아니.”

기연이 손을 내밀어서 날개를 만지려고 하자 상유는 뒤로 물러났다. 기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 뭐예요?”

내가 정기연 씨를 사랑한 대가.”

아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도대체 내가 뭐라고. 내가 도대체 왜 당신을 그렇게 만드는 건데요?”

내가 좋아하니까요.”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

?”

가요.”

무슨?”

저리로 가요.”

아니요.”

기연이 하늘을 가리켰지만 상유는 웃었다.

싫어요.”

왜요?”

내가 떠나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 이 모든 힘. 이 모든 것들이 다 그쪽에게 갈 겁니다.”

괜찮아요.”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하나 두렵지 않았다. 이게 더 공포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앞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아픈 게 더 싫어요.”

사람도 아닌 걸.”

그게 뭐요!”

기연은 고함을 질렀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요?”

도대체 왜?”

기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쁜 사람.”

아니.”

당신 나빠요.”

알아요.”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나쁜 거.”

아는데 그래요?”

.”

아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얗게 질렸다.

도대체 무슨?”

이거 내 선택입니다.”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상유의 선택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이 만든 거였다. 자신이었다.

나 때문이야.”

아니.”

가요.”

?”

기연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