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6장. 혼란 2]

권정선재 2018. 4. 26. 00:28

56. 혼란 2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요.”

아름의 말음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게 무슨.”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선재가 하는 거짓말일 거였다.

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면 그냥 믿어야 하는 거긴 하지만. 도대체 뭘 숨기고 있기에 말을 안 하는 거야?”

누나가 미리 안다고 해서 좋을 것이 없을 거 같아요. 누나를 위해서. 그냥 모르는 척을 하는 거죠.”

아니.”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로 인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아?”

알아요.”

선재는 팔짱을 끼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거. 그게 전부에요.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하는 거.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뭐든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선배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에요.”

그게 무슨.”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아무리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려고 해도 지금 선재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유는 자신이 천사로 가지고 있던 권리까지 잃어가고 있어. 최소한의 그 힘도 사라지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상유를 위해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건 이기적인 거야. 상대가 원하지 않는 건데 상대를 위한 거라고 무조건 행동하는 거 그거 이상한 거야.”

알아요.”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씩 웃었다.

그러니 누나가 필요한 거죠.”

?”

아래를 지켜봐주세요.”

무슨?”

신이 없어도 되는지.”

?”

아름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신이 없어도 되다니.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지금 네가 신의 자리에서 밀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만 그런 건 아니에요.”

선재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유가 그렇게 하나만 있을 리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럼 뭐야?”

그러게요.”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입을 내밀었다.

모르겠어요.”

?”

그냥 내가 지금 하는 것.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과연 신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인지. 신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무엇을 하는 건지. 그게 궁금해졌어요.”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요.”

상유는 선재를 노려봤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상한 녀석이었다.

너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이 세상의 질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 모든 게 망가질 수 있다는 거 모르는 거야?”

알아요.”

선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머저리도 아니고 그것도 모를 리가.”

선재는 살짝 헛기침을 하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형은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같아.”

무시가 아니라.”

상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를 보내줘.”

안 돼요.”

?”

상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나는 이곳에서 버려진 존재였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도대체 이제 와서 뭐 하려는 거야?”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이곳을 살릴 수 있는 존재에요. 선배가 아래에서 보고 온 것들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

신이 필요하단 거.”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선재를 응시했다. 선재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형의 의무에요.”

의무라니.”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을 의무라고 하기엔 너무 적은 것들을 보고 온 것이고 어느 것도 알지 못했다.

내가 바라던 것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도대체 왜 신들의 놀음에 끼어야 하지?”

천사니까.”

선재의 간단한 대답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그럼 아래에 보내줄게요.”

?”

그 사람이 선배를 기억하면요.”

선재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래에 천사들이 필요하다.”

.”

아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네.”

누나.”

그랬어.”

아름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저 아래 인간들이 타락하고 있다고. 인간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거였어. 그게 문제였던 거였는데. 다들 그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인간들 탓을 했어.”

누나는 제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아름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해.”

그렇구나.”

상유는 살짝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보고 온 것을 말하는 것. 그것은 어려운 게 아닐 거였다.

하지만 그걸 말한다고 해서 신들이 제가 생각한대로 움직일지도 모르겠고. 다른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그건 네가 관련을 할 거 아니지.”

그렇지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건 결국 신들이 정할 거야.”

다시 정하자고 하면요?”

?”

아래를 다시.”

.”

아름은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 신들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존재들이었다.

그러네.”

공연히 그러다가 어떤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그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러네.”

아름은 한숨을 토해냈다. 사실이었다. 노아의 방주. 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신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올바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 모르겠어요.”

그러네.”

아름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머리가 왕왕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상유를 응시했다.

그래도 선재는 네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너라면 가능하다고 생가을 하니까 너에게 거기를 가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능력.”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능력이라는 말이 우스운 말이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생겼다.

누나는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아름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선재도 너에게 부탁을 했겠지.”

부탁이라니.”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 그리고 잘 지내더라.”

?”

그 사람.”

상유의 눈에 바로 눈물이 고이자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그러지 마.”

정말 내려갈 수 있을까요?”

위에서 안 하면 내가 해줄게.”

그럴 수 있어요?”

그럼.”

아름이 자신의 가슴을 탁탁 두드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자 상유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래도 천사들을 관리하는 존재야. 너 하나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ᄁᆞ.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은 그런 상유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상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올 거예요.”

모르겠어요.”

존의 말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올까?”

올 겁니다.”

존이 확신에 찬 채로 말하자 기연은 씩 웃었다.

어떻게 알아요?”

그냥?”

그게 뭐야.”

기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래 걸리면 어떻게 해요? 이번에도 1년이라는 시간이 다 지나서 오면 어떻게 해요?”

안 그럴 겁니다.”

그것도 그냥 알아요?”

. 그냥 압니다.”

존은 씩 웃었다. 기연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하나 없었다.

그래.”

뭐가요?”

견디려고요.”

그럼요.”

그런데 존 씨는 계속 성당 나가세요?”

.”

존은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요?”

기연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아랫입술을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제가 해야 하는 것. 그걸 지금 하려고요. 그러니까. 글을 쓸 거니까 돌아가세요.”

알겠습니다.”

존은 장난스럽게 웃고 손가락을 튕기고 사라졌다. 기연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