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8장. 불안함 2]

권정선재 2018. 4. 30. 23:39

58. 불안함 2

젠장.”

그 날개로 갈 수 있을 리가.”

아름을 짠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유의 곁에 섰다.

그만 둬.”

싫어요.”

박상유.”

싫어.”

아름이 다시 한 번 불렀지만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거. 지금 그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건 누나도 알잖아요.”

아래의 시간이 지금 이곳과 같이 흐르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초조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어.”

아니요.”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같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기연이 혼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더 이상 그 사람을 혼자서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그 사람 곁에 있어야 했다.

네가 지금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 거. 그것도 결국 저 위의 의지일 수도 있어. 그거 네가 바라는 거 아니잖아.”

바라요.”

상유는 잠시 고민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저 위의 뜻이라도.”

?”

그게 어떤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제가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가고 싶다면 그건 가야 하는 거예요.”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는 깃털이 빠져 앙상한 날개를 계속해서 펼쳤다.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상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날개를 펼쳤다. 아름은 시선을 돌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언제까지 저렇게 둘 거야?”

모르죠.”

권선재.”

아름이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선재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나도 아시잖아요. 저 이제 힘이 없다는 거. 이미 모든 날개를 다 잃어가고 있다는 거. 그런데 제가 뭘 해요?”

너 상유에게 희망을 줬잖아. 상유가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게 한 거잖아.”

그건.”

선재는 혀로 아랫입술을 훑었다.

제가 그랬나요?”

?”

아름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러는 거야?”

신들이 바라는 거. 그거 형이 아래에서 보고 온 거. 뭐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나서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누나도 저 아래 천사가 직접 가야 한다는 거. 신이 없다면 적어도 천사라도 가야 한다는 거 공감은 하시죠?”

.”

아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아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건 상유를 위한 게 아니야. 나는 너보다 상유가 우선이야. 망해가는. 이미 모든 힘을 잃어가는 신이 아니라 천사의 편이란 말이야.”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사람만 천사가 돼요.”

?”

상유 형 이상하지 않아요?”

무슨?”

아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라고?”

누나는 몰라요?”

무슨 말이야?”

아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천사의 근원. 그게 지금 저 아래에서 누군가가 기억을 하면 되는 거라고?

그런 거였어?”

몰랐어요?”

선재는 고개를 갸웃하고 씩 웃었다.

몰랐구나.”

그걸 왜 나에게 말하는 거야?”

상유 형은 소멸이 되어야 하는 존재였어요. 그런데 정기연 씨가 모르면서도 계속 기억을 하네요.”

아름은 혀로 입천장을 핥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눈을 꼭 감고 관자놀이를 검지로 꼭 눌렀다.

숨이 콱콱 막히는 기분이야. 그걸 지금 나에게 말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고 하는 거야?”

형이 그저 신의 장난처럼 거기에 간 게 아니라 거기에 가야 해서 그 자리에 간 거라고. 그런 말을 해주는 거예요.”

아름은 깊은 고민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리고 선재를 응시하면서 여전히 아무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끙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네가 지금 바라는 건 뭐야? 어차피 저 아래에서 상유가 존재했었다고 말을 하는 거야?”

.”

그거 아니야.”

아름은 단호히 검지를 들었다.

그거 아니라고.”

왜요?”

내가 상유를 얼마나 오랜 시간 봤는데? 그거 여기에서 흐르는 시간하고 전혀 다른 거라고.”

누나의 기억이 다른 거라면요?”

?”

아름의 눈이 커다래졌다. 정말로 그런 것이 가능한 걸까? 아니라고 확실히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아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아름은 다시 고개를 들어서 선재를 응시했다. 선재는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래서 나는 형이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다시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름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만일 그 사람이 형을 다시 기억하면 그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나는 그거 생각한 적 있어요?”

아니.”

아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런 것을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런 것을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저 아래 신이 필요하고 그 자리에 천사가 대신 해야 한다는 거. 그런데 그 자리를 채울 존재가 없다는 거.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하지만 저 위에서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

다시 시작?”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시는 그 끔찍한 것을 볼 수 없었다. 아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계속 그러고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상유가 계속 날개를 펼치고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선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포기하지 않아요?”

저 사람이 혼자 있으니까.”

혼자라.”

선재는 검지로 턱을 긁적였다.

악마가 있잖아.”

아니.”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선재가 자신에게 존의 이야기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자신이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에게 이런 제약이 있을 리가 없어.”

왜 그렇게 믿어요?”

?”

선배가 특별해요?”

아니.”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별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기에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었다. 특별한 존재였다면 애초에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였다. 자신은 평범한 천사였다.

내가 해야 하는 것. 그걸 하는 거야.”

그럼 해요.”

선재의 반은 장난이 섞인 말에 상유는 심호흡을 했다.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그냥 선배의 모습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요.”

?”

그냥 뭐.”

선재는 씩 웃었다. 그리고 혀로 이를 밀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더니 날개를 펼쳤다. 상유의 눈이 커졌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선재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도 이래요.”

그거 왜 그래?”

선배의 편을 들어서?”

?”

그러니 저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주세요.”

상유는 숨이 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선재가 저렇게 말을 하니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선재는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선재는 혀로 입술을 한 번 훑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손을 뒤로 뻗었다. 앙상한 날개에서 빛나는 깃털. 선재는 그것을 뽑아서 상유에게 건넸다.

이거 뭐야?”

선배에게 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거 선배가 가지고 있다면 뭔가 의미가 있는 일이 일어날 거 같아서요.”

상유는 물끄러미 그 날개를 응시했다. 선재는 강제로 상유에게 그 깃털을 건네고 사라졌다. 상유는 그것을 노려봤다.

이게 도대체 뭐야?”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버릴 수 없었다.

이건.”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부정하고 싶었는데 묘하게 거기에 온기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깃털.”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정기연 씨.”

자신이 깃털을 줬다.

그거.”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라도 모든 것을 다 걸어야만 했다. 그 깃털. 거기에 힘을 줘야 했다.

제발.”

상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결.”

상유는 책을 덮고 한숨을 토해냈다.

연결이라.”

천사들의 책에도 적힌 내용. 깃털이 있다면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거였다.

정기연 씨.”

더 이상 그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정기연 씨를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제발.”

상유는 앙상한 자신의 날개에서 깃털을 뽑았다. 그리고 손에 올려놓고 물끄러미 응시했다. 볼품없는 잿빛 깃털. 여기에 희미하게 빛이 나는 선재의 깃털을 더했다. 그리고 주먹을 세게 쥐었다.

제발.”

상유는 눈을 감았다.

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기연에게 가야만 했다. 기연에게 날아가야 했다.

정기연.”

혼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그렇게 외롭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사람. 그런데 외롭게 만들었다.

제발. 제발.”

상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깃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