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장. 비 오는 날 1
“이게 도대체 뭡니까?”
“파전이라고 하죠?”
“아니.”
존은 기연이 만든 파전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파전이라기보다는 걸레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이건 무슨.”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식당에서 일을 하는 거잖아요.”
“서빙이잖아요.”
“아니.”
“뭐요.”
기연은 먼저 의기양양하게 먼저 입에 넣었다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뱉어냈다. 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나가서 사먹죠.”
“아니요.”
기연은 단호히 검지를 들었다.
“비 오는 날은 파전이죠.”
“아니.”
존은 울상을 지었다.
“그러니 사먹으면 되는 거라고요.”
“이걸 그러니까 먹으라고?”
“네.”
선재는 기연이 건넨 파전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먹으라는 거죠?”
“당연하죠.”
“아니.”
선재는 검지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정확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게.”
“파전.”
“아니.”
선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파전이 아니죠.”
“왜요?”
기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파전이잖아요.”
“아니잖아요.”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만들죠.”
“아니.”
“어차피 비도 오고 그래서 손님도 없을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정기연 씨도 같이 돕고. 그쪽도.”
“나요?”
존은 자신을 가리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왜?”
“그쪽도 알아두면 좋을 거 같아서요?”
“아니.”
“같이 가요.”
존은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연이 부추겼다. 존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남성들도 전격적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고요. 가끔 방송을 보면 한심하잖아요.”
“그러게요.”
기연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음식을 좋아하니까 음식 잘 하는 여자랑 결혼을 한다느니. 그런 말 정말로 듣기 싫어.”
“그러니까.”
“그런 인간들도 있어요?”
“당연하죠.”
존은 파전을 우물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그나저나 사장님은 글 다시 쓰세요?”
“아니요.”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안 써지네.”
“왜요?”
기연은 괜히 자신이 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사장님이 쓰신 글 보니까 꽤 재미있던데. 그래도 다시 한 번 써보시는 게 어때요? 의미도 있을 거 같은데.”
“의미라.”
선재는 턱을 살짝 긁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에 모든 것을 걸기에 자신은 이미 너무 어른이었다.
“정기연 씨야 말로 그 글을 쓰는 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잘 할 거 같은데.”
“뭐.”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정기연 씨는 잘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네.”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게 어려워요?”
“어렵죠.”
존의 가벼운 물음에 기연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글을 쓰려고 한 걸까?
“그런데 그쪽은 할 일이 없어요?”
“네?”
갑작스러운 기연의 공격에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세요.”
“중요한 일이라니.”
존은 턱을 긁적였다.
“그게 뭐죠?”
존은 고개를 갸웃하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래서 무료하다?”
“네.”
“아니.”
노 신부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존을 응시했다. 악마가 성당에 오는 것도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는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겁니까? 아무리 신의 피조물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그거죠.”
존은 손가라을 튕기며 씩 웃었다.
“신의 피조물.”
“아니.”
존의 대답에 노 신부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겁니까?”
“중요한 일이요.”
“중요한 일?”
노 신부는 미간을 모았다.
“그런 걸 정할 수 있는 겁니까?”
“네?”
“더 중요한 일. 그리고 덜 중요한 일. 그런 것에 대해서 누가 정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건 결국 마음에서 모두 정하는 것이 되는 거죠.”
“마음.”
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뭔지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거 같은 말이었다.
“그쪽이 생각하는 것. 믿는 것. 그것에 대해서 성실하게 행하는 것. 그게 중요한 말일 겁니다.”
존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힘들다.”
기연은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누군가를 바란다는 것.
“도대체 왜.”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왜 이렇게 넋을 놓고 있어?”
“네?”
“비가 와서 그런가.”
“아.”
선재의 지적에 기연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도 오고 그래서인 건지. 괜히 기분이 묘한 기분이었다.
“그러네요.”
“너무 그러지 마요. 비가 온다고 해서 기분이 꼭 나쁘거나 우울해야 하는 이유는 없는 거니까.”
“그렇죠.”
기연은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젓가락으로 국을 뜨려다가 아차 하면서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멍하네요.”
“그럼 퇴근을 하던지.”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혼자서 집에 가는 것이 더 멍청한 것이고 한심한 일이었다. 혼자 있으면 안 될 거 가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집에 있으면 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멍하니 그냥 있거든요. 그거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네. 그러니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기연이 자신의 팔을 두드리며 씩 미소를 짓자 선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오래 오네요.”
“그러게요.”
기연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무슨 봄비가 이렇게 와. 누가 저걸 보고 봄비라고 하겠어요. 저건 그냥 겨울비인 거지.”
“겨울비인가?”
선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갈 수 있어요?”
“그럼요.”
기연은 박스를 들었다.
“이거면 돼요.”
“내가 우산을 사올게.”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집에 우산이 한가득이었다.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을 가지고 갈 이유는 없었다.
“늘 와서 밥을 먹던 그 이상한 사람은 왜 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제도 안 온 거 같은데.”
“그러게요.”
기연은 기지개를 켰다.
“뭐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던데.”
“중요한 일?”
“저도 몰라요.”
기연의 대답에 선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비가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을 하나라도 둬야겠네.”
“사장님은 우산이 필요 없으세요?”
“나는 저기서 자니까.”
“아.”
그제야 선재가 어디에서 자는지 알았다.
“몰랐어요.”
“일 년이나 일을 하고서?”
“그러게요.”
기연은 혀를 내밀었다. 상유가 없는 사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뭐 모를 수 있죠. 아. 택시를 부르자.”
“아니요.”
기연은 손사래를 쳤다.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는 주제에 지하철까지 가면 되는 걸 가지고.
“그럼 저 갈게요.”
선재가 뭐라고 말리기 전에 기연은 머리 위로 박스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거리에 사람들은 없었다. 새 찬 비. 이런 날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우산을 들고 짠하고 나타나주면 어떤 기분일까? 그렇게 뛰는 순간 뭔가 앞을 우뚝 섰다. 그리고 씌워지는 우산. 기연은 고개를 들었다. 상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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