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불안함 1
“세상에 신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네가 그 인간이 궁금해서. 그 인간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아닙니다.”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것. 그것은 세상에. 모든 곳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이미 인간들은 더 이상 신을 믿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많지 않다.”
상유의 말에 낮은 대답.
“그럼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천사들을 내려보내십시오.”
“아니.”
신의 음성.
“그럴 수 없어.”
“하지만.”
“건방진!”
고함이 들려왔다. 하지만 여기에서 물러날 수 없었다. 물러서면 안 되는 거였고 물러서서는 안 되는 거였다.
“감히 신에게 무엇을 묻는 것이야?”
“그것이.”
상유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인간들을 만들었을 때는 인간들이 바른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까? 인간들을 지켜주세요.”
상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빛이 상유를 덮쳤다.
“대단해요.”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박수를 쳤다.
“천사가 신을 만나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어. 역시 선배는 대단해요.”
“뭐래.”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자신이 뭘 하고 온 건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정말 내가 신을 만나고 온 거야?”
“당연하죠.”
“믿기지가 않는군.”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신이 겪은 게 무엇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따스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신은 원래 그렇습니다.”
선재는 서글거리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선배도 저를 보면 알잖아요.”
“젠장.”
상유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 내려가는 거야?”
“모르겠어요.”
“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자신이 신을 조우한 이유. 선재를 위해서 나서준 이유는 오직 그것 하나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는 당연히 선배가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옳은 거라고. 하지만 저 위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선배의 생각이나 입장과는 다른 걸 겁니다.”
“도대체.”
상유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결국 다시 신의 놀음에 놀아난 것인가? 자신은 그저 말인 것일까?
“아직 시간이 흐르지 않아요.”
“무슨 말이야?”
“아래의 시간이요.”
“어?”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어요.”
선재는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상유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선재의 말에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정말이에요?”
“응.”
아름은 아래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선재가 한 말에 동의하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해.”
“그게 무슨?”
“모르겠어.”
아름은 입을 내밀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래.”
“그게 가능한 거였어요?”
“그러게.”
아름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나도 처음 보는 거야.”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처음 보는 일. 신이라는 존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대단한 존재들이지.”
“대단한 존재.”
상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름은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헛기침을 했다.
“미안해.”
“누나가 왜 사과를 해요?”
“그냥.”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너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서. 내가 그 가운데에서 제대로 했어야 하는 건데.”
“아니요.”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무엇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요.”
“미안.”
상유가 지상을 보다가 자신을 보자 아름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허락도 하지 않은 것을 상유에게 함부로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지금 너를 도와주기에는 너무 이를 거야. 나중에 정말로 너도 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야.”
“그건.”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름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연이 궁금했다.
“매일 여기에 점심을 먹으러 오는 이유가 뭐예요?”
“오면 안 되는 거예요?”
“아니요.”
기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손을 비비고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도 기연 씨 좋아하는 건가?”
“아니요.”
선재의 물음에 기연은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저었다.
“무슨.”
기연은 입을 쭉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디 갔나봐요?”
“아.”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네.”
“궁금한 사람이에요.”
“저요?”
“네.”
“아니요.”
선재의 말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하나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제가 그렇게 궁금한 게 없는 사람인데 무슨.”
“정기연 씨는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르는 거 같아요.”
“저요?”
기연은 자신을 가리키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조금 더 자신에게 자신을 가져도 괜찮아요.”
“아.”
기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손님이 와서 선재가 그리로 향했다. 기연은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 같아요?”
“당연하죠.”
존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하자 기연은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였다.
“이쪽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말을 하는데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을 하는 게 어디에 있어요? 나 바보 같아.”
“에?”
존은 볼을 부풀리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보라니.”
“악마가 그 정도 말에 기분이 상해요?”
“당연하죠.”
기연은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여기에 있어줘서.”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헛기침을 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을 튕겼다. 기연은 볼을 부풀렸다.
“뭐야?”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손을 휘저었다.
“이게 뭐야?”
존은 가슴을 움켜쥔 채로 미간을 모았다.
“이게 무슨?”
존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지금 좋은 일을 하는 것. 그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오는 건가?
“도대체 뭐지?”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안 정해진 거지?”
“선배 미안해요.”
“아니.”
선재의 사과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선재가 쉽게 약속을 지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래에 악마가 있는데. 그 악마가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이 놓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
“마음이 놓여요?”
“당연하지.”
선재는 의자에 몸을 기대서 뒤로 젖혔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러시면 안 될 걸요?”
“어?”
갑작스러운 상유의 말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쪽도 아래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거 같은데?”
“문제?”
상유는 아랫입술을 문 채 선재를 응시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악마가 인간 세상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아무런 문제도 없이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선재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답했다.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대충 넘기려고 했지만 대충 넘길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야?”
“의지?”
“뭐?”
“형의 의지가 중요하다고요.”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선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선재는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고 사라졌다.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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