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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52장. 좋은 남자 2]

권정선재 2018. 4. 20. 10:51

52. 좋은 남자 2

아이들하고 잘 어울려요?”

그러게요.”

상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존을 쳐다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

존은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아니 봉사를 하라고 해서 제대로 하는 건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애들이랑 놀아준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한 게 아니라. 때로는 무조건 이겨도 된다고 한 게 잘못이지.”

그거야.”

존은 기다란 검지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상유는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악마라는 족속들은 왜 저 모양인 건지 모르겠네. 도대체 왜 저렇게 미련하게 구는 건지.”

뭐가?”

존은 울상을 지었다. 기연은 가볍게 상유의 팔을 때렸다.

. 우리는 밥 먹죠.”

그래요.”

존도 일어나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너는 왜?”

?”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너는 네가 알아서 먹어.”

그게 뭐야?”

존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무리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나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아닌 거 같은데? 이거 아니지.”

그래요.”

싫어요.”

기연도 존을 데리고 가자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상유는 단호했다. 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나도 안 가.”

그럼 가죠.”

둘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존은 턱을 긁적였다.

하여간 재수가 없단 말이지.”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같이 오지.”

아니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기연의 손을 잡고 싱긋 웃었다.

이렇게 시가을 보내야 하는 거니까.”

뭐야?”

기연은 싱긋 웃으면서도 그 손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꼈다. 편안한 기분이었다. 상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좋다.”

기연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모든 답답한 것들이 다 사라지는. 모든 고민들이 다 해결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여기에서 머물러도 되는 거예요? 내가 더 행복해야 뭐라도 되는 거 아닌가?”

.”

상유는 짧게 탄식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의 모습을 보면 행복한 것 같았다. 자신은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어차피 내가 정기연 씨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저 위에서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여기에서 그냥 정기여 씨하고 시간을 더 보낼 겁니다. 이게 더 좋아요.”

나도 좋아요.”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다가 아랫입술을 물고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을 하는 거 같아서 그래요. 박상유 씨는 여기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아니요.”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 그건 아니었다. 그런 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였고.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정기연 씨. 지금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연 씨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말을 하지 말아요.”

미안해서 그러죠.”

상유는 기연의 눈을 마주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씩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구나.”

상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가 뭔가를 더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는 거죠?”

. 그리고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래도.”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기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상유를 위해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었다.

자꾸만 같은 말을 하게 되는 거 같은데. 내가 상유 씨를 도울 수 있기를 바라요. 내가 원하는 거. 내가 바라는 거. 그거 이거 하나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그러니까요.”

그럼 안 행복하게 해야겠다.”

머라고요?”

기연은 입술을 내밀고 눈썹을 올렸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해놓고서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살짝 자신이 없는 태도로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만일 정기연 씨가 행복하게 된다면 그걸로 그만인 거죠. 그런데 그러면 내가 저 위에서 다시 부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 위에서는 내가 오기를 바라는 거 같으니까요.”

.”

기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상유와 자신이 맨 처음 만났던 것. 생각을 해보니 그런 거였다. 그런 식으로 해결이 되는 거였다.

그러네.”

기연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순간 착 하고 가라앉는 기분. 상유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요?”

미안해서.”

에이.”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기연이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런 거였다.

그런데 나 되게 이기적인 말을 해도 돼요?”

?”

나는 박상유 씨가 나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요.”

상유는 눈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래도 괜찮아요.”

정말로요?”

.”

기연의 물음에 상유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평생 살게 된다고 해도 좋았다.

나는 정기연 씨를 선택을 한 거니까. 다른 것을 더 이상 우선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다른 것.”

기연은 코를 살짝 움찔거리더니 씩 웃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나와 있는 거야?”

이것도 불만이야?”

아니.”

존의 날이 선 물음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그건 아니지만.”

에이.”

기연은 상유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박상유 씨는 도대체 왜 자꾸 존에게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건데요?”

아니.”

기연의 지적에 상유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기연 씨. 나랑 이야기 좀 하죠.”

나도 듣지.”

아니.”

상유의 말에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기연을 쳐다봤지만 기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좋아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을 거에요.”

기연은 상유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

 

무슨 일이죠?”

저쪽 깃털이 빠지고 있어요.”

?”

존의 말에 기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이제 슬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 그런 것을 잃어가는 천사라는 거죠.”

잃어가고 있다고요?”

상유가 더 이상 천계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그쪽에게 말을 하지는 않겠죠.”

기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상유가 자신이 걱정을 할까 말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 말하는 거예요?”

?”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둘이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그건.”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은 채로 어색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정말.”

저기.”

그런데 나 이기적일래.”

?”

그냥 잡을래.”

그거 그 녀석에게 안 좋을 겁니다.”

그래도.”

기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손톱으로 무릎을 긁었다.

싫어.”

그래요.”

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연의 눈을 보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알고 있으라고요. 어느 날 갑자기 그 녀석이 사라지더라도 원망을 하지 말라고. 그거 말하는 거예요.”

좋은 남자네요.”

?”

존 씨.”

아니.”

존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남자라는 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 너무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칭찬을 듣는 게 싫어요?”

아니.”

존은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한 기분이기는 하네요.”

그래도 즐겨요.”

. 즐겨야죠.”

기연은 존의 눈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면서 혀로 이를 살짝 훑었다.

내가 말했다는 거 말하지 말고요.”

말하지 않아요.”

그럼 다행이고요. 나는 저 녀석이 자신을 생각해줬다는 생각을 하는 거 너무나도 싫거든요. 소름이 끼쳐.”

알았어요.”

기연은 밝게 웃었다. 존은 그런 기연을 보면서 알 듯 말 듯, 작은 미소를 지었고 기연은 괜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