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48장. 악몽 2]

권정선재 2018. 4. 18. 09:52

48. 악몽 2

그래서 매일 여기에 오시는 겁니까?”

뭔가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답은 없습니다.”

그렇지요.”

상유를 보며 신부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봉사라도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 봉사요?”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이곳에서 하실 일도 없고. 돈이야 악마 덕에 버실 이유도 없을 것 같고. 좋은 일이라도 해보시죠.”

좋은 일.”

상유는 턱을 어루만졌다. 그런 것을 하는 것이 뭔가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으려나? 그러다가 문득 어차피 시간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습니다.”

상유는 씩 웃었다.

둘도 괜찮나요?”

?”

신부는 미간을 모은 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 거 아니야?”

?”

왜라니.”

존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타락한 악마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선한 일을 하는 건 자신의 본능과 다른 거였다.

그래도 싫어.”

싫다니.”

상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저 위랑 여전히 연락이 되는 건 알지?”

?‘

존의 얼굴이 구겨졌다. 상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존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런 상유를 노려봤다.

 

해요.”

?”

하면 되는 거죠.”

아니.”

기연도 간단하게 대답을 하자 존은 입술을 내밀고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여간 이것들은 왜 이러는 건지.

둘 다 그러면 사라지는 수가 있어요.”

그럼 사라져요.”

아니. 그건 아니고.”

기연은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상유는 존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기연은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 나에게 숨긴 거 있어요?”

아니요.”

숨긴 거라.”

존이 턱을 어루만지면서 애매하게 행동하자 상유는 존을 발로 밀었다. 존은 인상을 찌푸리고 상유의 발을 쳐냈다.

뭐 하는 짓이야?”

너야 말로 뭐 하는 거야?”

나는 정의로울까 싶어서.”

성수를 뿌릴 거야.”

그건 아니지!”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들도 아니고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나에게 뭘 숨기는 거예요?”

숨기는 거라뇨.”

기연의 물음에 상유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숨긴다고 해서 정기연 씨가 모를 것도 아니고. 내가 그런 걸 숨길 리가 없잖아요. 왜 나를 못 믿어요?”

못 믿게 하니까.”

기연은 상유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수상해.”

뭐가요.”

상유는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런데 출근은 안 해요?”

하죠.”

기연은 가방을 들고 입을 내밀었다.

하여간.”

기연의 모습을 보며 상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연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걸리는 것이 있는 듯 살짝 헛기침을 했다.

 

사장님은 애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말하세요?”

애인 없는데요?”

. . 있었을 때?”

너무 까마득한데.”

선재의 대답에 기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잠시 있다가 씩 웃더니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요?”

저한테 비밀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서요.”

좋아해서 그러네.”

좋아해서요?”

기연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러다가 손톱 속살까지 물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고 뗐다. 피가 났다.

애도 아니고.”

선재가 다급히 일어나서 수건을 건넸다.

괜찮아요?”

. 괜찮아요.”

수건에 피가 번졌다.

약 사와야겠네.”

아니요.”

기연은 손가락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피가 여전히 나고 있기는 하지만 괜찮았다. 애도 아니고.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수건은 피가 묻어있었다.

이거 바로 빨면 괜찮아요.”

선재의 미소에도 기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러게요.”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상대가 정기연 씨가 걱정을 할까 말을 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 그거 원망할 건 아니지 않아요?”

그렇죠.”

기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에게 뭐라고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편한 마음이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자꾸만 그 사람의 무언가를 빼앗아요.”

빼앗는다고요?”

.”

기연의 말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그런 생각 하지 마요.”

?”

정말로 그런 거라면 헤어질 걸요?”

헤어지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내가 그러지 못하는 거 같아서 너무 화가 나요.”

화라.”

선재는 기연의 눈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럼 그 말을 하지 그래?”

?”

그게 나을 걸.”

말이라.”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

기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

.”

존은 걱정한 표정으로 상유에게 다가왔다. 상유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중이었다. 존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뭐야?”

이제 낫지 않네.”

젠장.”

존은 상유의 손을 잡았다.

뭐하는 거야?”

피는 멎어야지.”

존은 상유의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상유가 말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 애써 밀어내고 나니 피가 멎어있었다.

됐지?”

아니.”

상유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 거야?”

악마의 재능이야.”

악마의 재능?”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재능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불쾌한 일이었다. 애초에 악마와 어울린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건 그걸 넘어서는 거였다.

이봐. 내가 지금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너랑 있는 거기는 하지만. 나는 네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 거든.”

알아.”

존은 씩 웃었다. 그리고 엄지로 입가를 살짝 문질렀다.

그래도 뭐 천사의 피맛은 좋네.”

뭐라는 거야.”

상유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존은 아 하는 소리를 잠시 내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마중 갑시다.”

?”

얼른.”

존이 나서자 상유도 재빨리 존을 따라나섰다.

 

둘 다 왜 그렇게 숨이 가빠요?”

아니.”

기연의 물음에 상유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저었다.

또 말을 안 하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상유가 알맞은 변명을 찾지 못하자 기연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셋이 같이 가면 되겠다.”

존은 상유의 눈을 응시했고, 상유는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타락한 천사.”

타락이라니.”

신의 말에 상유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자신들이 하자고 한 대로 다 한 건데 그걸 가지고 자신의 탓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는 타락하지 않았어.”

지금 신에 불손하게 행동하는 건가?”

신이 신처럼 행동을 해야지.”

상유의 대답에 신의 입에서 코웃음이 들렸다. 후광이 빛나서 신의 얼굴이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모든 것의 시작.”

뭐라고?”

이미 세상은 더럽혀졌어. 이 더러워진 세상에서 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건 이미 아는 거 아닌가?”

뭐라는 거야.”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신이라고 해서 그럴 권리는 없었다.

미친 신이라니.”

미쳤다.”

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손을 자신에게 향했다. 상유는 숨이 멈춰지는 기분에 억 하는 소리를 냈다.

이건.”

건방진 것.”

신의 음성은 낮고 굵어졌다.

감히 신에게 그리 행동을 하는 것이냐!”

신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입니까?”

뭐라고?”

상유의 말에 신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리고 상유에게 불벼락을 날렸다. 상유의 날개가 불에 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