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47장. 악몽 1]

권정선재 2018. 4. 13. 23:37

47. 악몽 1

젠장.”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날개를 펴려고 했지만 더 이상 날개가 돋아나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상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무리 저 위에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마음대로 인간 세계에 보내고 나서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

나는 그저 인간이 된 건가?”

상유는 손을 쥐었다가 폈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쪽이 왔다고요?”

.”

존의 말에 기연은 눈썹을 가늘게 모았다.

그걸 내가 믿으라고요?”

그럼 믿지 마요.”

아니.”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 후 자신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그럼 주문하시죠.”

돈은 없는데요?”

?”

기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내밀었다.

 

아니 도대체 뭐냐고.”

존은 벤치에 앉아서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도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지. 이렇게 나오라는 게 말이 되나. 정말 이해가 안 가.”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들어와요.”

기연의 목소리. 존은 얼굴을 밝히고 가게로 들어갔다.

 

지옥에서는 음식이 없어요?”

.”

기연은 장난처럼 물었던 거였는데 존이 진지하게 받아치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

아니 여기에서 살고 싶다며. 그럼 상대의 입장. 기분. 그런 거. 그 정도는 생각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

기연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니까.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존의 앞에 앉았다.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거예요?”

무슨 뜻입니까?”

이 가게요.”

그 천. 아니 박상유? 씨가 가라고 해서요.”

.”

기연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 상유가 여기에 와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유가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쪽은 왜 천사를 좋아하는 겁니까?”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요?”

.”

존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쪽은 일을 안 해도 돼요?”

. 안 해도 되죠.”

존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없다던 돈이 갑자기 생겼다.

그거 뭐예요?”

그냥 생기는 거예요.”

그냥 생기는 거라니.”

부러웠다. 자기는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데.

정기연 씨 일 안 해요?”

. .”

선재의 지적에 기연은 손님에게 향했다. 존은 입술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선재는 그런 존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되게 부정적인 기분이 드네.”

?”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존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기는 한데 뭔가 되게 찝찝한 기분이었다.

 

왜 하필이면 저 여자야?”

?”

이유가 있었어?”

몰라.”

존의 물음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알 리가 있어.”

.”

상유의 대답에 존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너무 어려운 기분이었다.

그런데 저 여자를 그냥 좋아한다고?”

.”

상유의 간단한 대답에 존은 박수를 보냈다.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없다.”

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열한 시에 올 거야.”

누가 뭐래?”

감시하지 말라고.”

오케이.”

존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랑 이렇게 있는 게 좋아요?”

. 좋죠.”

상유는 기연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정기연 씨는 싫습니까?”

아니요.”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면서 고개를 저었다.

싫을 리가 있어요?”

그런데 왜 물어요?”

그냥.”

상유는 씩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기연은 그 손을 내밀었다. 상유는 물끄러미 그 손을 응시했다.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물론.”

미쳤어.”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상유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상유를 도와줄 존재도 없다면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건데?”

악마.”

아니.”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악마가 인간을 지켜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악마가 도대체 뭘 노리는 건 줄 알고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네가 적어도 상유에게 그러면 안 되지.”

괜찮을 거야.”

선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선재를 노려봤다. 도대체 왜 이렇게 모든 걸 간단하게만 생각을 하는 건지.

그쪽이 살던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은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 더 이상 인간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세상인데. 그런 상황에서 힘도 없는 천사를 내려보내고 그냥 지켜만 본다고.”

그게 뜻이야.”

선재는 위를 가리키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아름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위의 뜻이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의 해결은 아니었다.

그런데 누나는 왜 상유 선배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요?”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이라니.”

선재는 턱을 어루만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누나의 기억을 믿어요?”

?”

아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선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씩 웃었다.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을 바라지 마요. 나도 더 이상 신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니까.”

선재는 날개를 펼쳤다. 아름의 눈이 커다래졌다. 네 번째 날개의 깃털이 빠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거.”

힘을 잃는 거죠.”

아름의 놀람에 선재는 가볍게 대답했다.

당연한 거잖아요.”

아니.”

아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힘을 잃어가는 신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지나간 신은 이런 취급을 받는다고?

그런데 지금도 자신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유의 행동을 관찰만 하는 거라고?”

.”

아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선재가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은 날개를 모두 잃으면 어떻게 되지?”

천사는 어떻게 되나요?”

인간.”

. 인간.”

선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선재에 아름은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거면서 저렇게 의뭉스럽게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은 소멸.”

소멸?”

아름은 미간을 모았다.

소멸이라고?”

. 소멸이요.”

선재는 씩 웃었다. 아름은 한숨을 토해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선재는 그저 행복한 척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럼 그냥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모든 걸 고백하고 나니 기연은 더욱 걱정이 되는 표정이었다.

그럼 나 때문에 이 모든 걸 잃은 거예요?”

아니요.”

기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기연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나 저 위에서 사고를 쳐서 여기에 온 걸요.”

무슨 사고요?”

사람을 도왔어요.”

? 그게 무슨?”

기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천사가 하는 일이 인간을 위한 일을 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나의 행복을 거래를 한 거고.”

그렇죠. 그런데 인간 세상에 문제가 일으킬 정도로 개입을 하는 거. 그런 거 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렇구나.”

기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상유를 노려봤다.

설마 다른 인간을 좋아했어요?”

아니요.”

상유는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그게 아니고서야.”

아닙니다. 절대.”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기연의 손을 잡고 씩 웃고 조심스럽게 기연을 품에 안았다.

내가 사랑한 인간은 정기연 씨가 처음이고 유일합니다.”

그럼 다른 존재는 있어요?‘

없어요.”

상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기연은 상유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웃기는.”

그러니까 좋아서요. 질투 좋다.”

기연은 잠시 상유를 샐쭉하니 노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상유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뜨리고 기연을 꼭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