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62장. 나에게 당신 2]

62장. 나에게 당신 2

“그래도 하루하루 더 잘 해가시는 군요.”

“그렇습니까?”

노 신부의 칭찬에 상유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나날이 달라지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험한 일을 할 분이 아닌데.”

“에이.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신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특별히 대우하는 거 그거 아닙니다. 저 위에서는 모두 같은 피조물로 만드셨는데.”

“이 분은 다르지.”

“안 달라요.”

“맞습니다.”

상유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자신과 맞지 않는 거였으니까.

 

“안 힘들어?”

“힘들 게 뭐가 있어?”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가 나날이 더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뭐에 쫓기는 거 같아.”

“그래?”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내가 지금 잘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거. 이걸 하는 거.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일 같아.”

“해아 하는 일?”

존의 목소리가 묘하게 변하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존도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안 나와도 돼요.”

“아니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오고 싶습니다.”

“왜요?”

“이러려고?”

상유는 손을 내밀어서 기연의 손을 잡았다. 기연은 가볍게 상유의 팔을 때리면서도 싱긋 웃었다.

“좋다.”

“좋죠?”

“그럼요.”

기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고스란히 상유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이 편안하고 따스한 기분이었다.

“사랑해요.”

“미쳤어.”

기연은 주위 눈치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그런 말을 왜 해요?”

“네?”

“아니.”

상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고 입을 내밀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좋아한다고 말을 한 건데. 그리고 어제는 내가 말해줘서 좋다고 했잖아요.”

“그건 둘이 있을 때니까 그런 거죠.”

“둘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당연하죠.”

“아.”

“아라니.”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럴 때 보니까 사람이 아닌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렇구나.”

“그래서 속상해요?”

“아니요.”

기연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고 씩 웃으면서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좋아해요. 나도.”

“좋아합니다.”

상유는 씩 웃으면서 가만히 기연의 눈을 응시했다.

 

“아직도 안 보여줄 거예요?”

“네. 아직.”

기연은 상유에게 소설을 가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 쓰고 나면 보여줄게요.”

“음.”

상유는 잠시 턱을 만지고 고민하더니 씩 웃었다. 그리고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벽에 기댔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존 씨에게 안 가요?”

“존 씨요?”

“아니 그냥 존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왜요?”

“그래도요.”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눈썹을 움직였다. 아무리 도움이 된다고 해도 기연이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 배신을 할지 모릅니다.”

“이상해요.”

“네?”

“상유 씨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너무 존 씨를 싫어하는 거 같아. 그렇게까지 미워할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떤 의미인 건지. 존과 자신의 사이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그냥 싫어요.”

“그럴 수 있어요?”

“네.”

“이상해.”

“이상하죠.”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이 느끼기에는 당연히 이상하고 이해를 하지 못할 게 당연했다.

“그냥 그런 사이인 겁니다. 천사와 악마라는 게. 좋은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내가 없을 때 정기연 씨를 지켜준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모르게 마음이 걸리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합니다.”

“나 때문에 질투를 하는 건가?”

“에?”

상유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검지를 들었다.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살짝 상유를 노려봤다. 상유는 씩 웃었다.

 

“아유. 참 착해.”

“아. 고맙습니다.”

존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뭔가 가슴을 쿡 찌르는 기분에 존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만.”

존은 비틀비틀 움직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그대로 자리에 무너졌다.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

존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는 너를 믿고 있는데. 네가 정기연 씨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적어도 너 스스로는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 거잖아.”

“착하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건가?”

“뭐?”

존의 말에 상유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되었어.”

“아니.”

상유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착하다는 말.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존의 말이 옳을 거였다. 악마가 인간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거. 착하다는 말을 듣는 거. 그건 이상한 거였다.

“그러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괜찮은 거래요?”

“네.”

기연의 걱정이 가득한 표정에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연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

“자는 겁니다.”

“자요? 잠을?”

기연의 얼굴이 구겨졌다.

“악마잖아요.”

“그게.”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기연도 자신의 불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말을 해줘요.”

기연은 상유의 손을 꽉 잡았다.

“박상유 씨.”

“착하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네?”

“악마니까.”

“아.”

기연은 작게 탄성을 내뱉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렇게 두면 되는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상유는 솔직히 대답했다.

“저도 악마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 가서.”

“아니요.”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연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상유가 왜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 건지 알고 있었지만 존은 자신에게 도움을 줬다. 그 시간을 지켜준 거. 존이었다. 뭐라도 해야만 하는 거였다.

“박상유 씨는 존을 도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가서 도와줘요. 오직 당신만 할 수 있잖아요.”

“아니요.”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요.”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연은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지 마요.”

“하지만.”

“만일 박상유 씨에게 같은 일이 있었을 거라고 하면. 존은 도왔을 거예요. 그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상유 씨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박상유 씨가 도와줘요. 박상유 씨가 할 수 있어.”

“일단 지켜보죠.”

기연은 상유에게 더 재촉을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더 재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기연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바라보며 더 밝게 웃었다. 상유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존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미소를 지은 채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습니다.”

“그게 뭐야.”

“정말로요.”

기연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존은 일부러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이쪽 악마에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기연의 말에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누군가가 걱정해준다는 거.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